SKT 가입자 엑소더스 가능성
고착화된 시장구도 균열 예고
이달 22일 단통법 폐지도 앞둬
번호이동 등 판촉 경쟁 불붙여
주말 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판매점 앞을 지나는 시민들
정부가 SK텔레콤 유심 해킹사고에 대해 회사 측의 관리 부실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통신시장에 미칠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결정에 따라 고객 이탈 가속으로 인한 이동통신 3사 점유율 판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달 22일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앞둔 만큼 가입자 확보전도 과열될 것으로 점쳐진다.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도 고착화된 시장 구도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SK텔레콤은 보안 강화와 가입자 방어라는 회사 명운을 좌우할 중대한 과제를 맞닥뜨린 만큼 모든 역량을 결집한다는 각오다.
SK텔레콤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정부의 위약금 면제 권고를 수용했다.
정보 유출이 발생한 4월 19일 이후 해지했거나 오는 14일까지 해지하는 고객 중 약정이 남아 있는 경우 환급 대상이다.
이번 위약금 면제는 번호이동 시장 경쟁 촉매로 작용할 공산이다.
해킹 사고 이후 두 달간 SK텔레콤을 해지한 고객은 약 80만명이다.
해지 위약금이 없어진 상황에서는 이탈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번호이동이 정보 유출로 인한 불신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위약금 면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실질적 이득으로 작용하는 만큼 역대 최대 규모 가입자 쟁탈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졌다”고 내다봤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회사 입장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사고 발생 초기 국회 청문회에서 위약금 면제시 한 달간 약 250만명이 이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체 가입자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금은 이탈폭이 잦아들었지만 패널티가 사라진 만큼 엑소더스(대탈출)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남은 일주일 동안 얼마나 많은 고객이 이탈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기 매출 손실은 감수하기로 했다.
전례없는 5000억원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위약금 면제 기한이 끝나는 이달 15일 기준 남아있는 고객에게 한 달 통신비를 절반 감면하고 연말까지 매월 데이터 50GB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계약 해지를 상쇄할 수 있을 만한 혜택을 부여해 발길을 붙잡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기기변경 정책에 힘을 실어 이탈율을 완화하고 점유율 하락을 방어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 SK텔레콤의 휴대폰 회선 점유율은 40.08%로 가까스로 40%선을 지켰다.
다만 고객 이탈이 본격화된 5월 이후에는 39%대로 내려앉았을 전망이다.
KT와의 격차가 16%포인트(P) 수준까지 좁혀진 상황에서 위약금 면제가 점유율 변동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달 20일 이후부터는 갤럭시 폴더블 신제품 개통과 단통법 폐지 등 번호이동을 유발할 이벤트가 본격 시작된다”면서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위면해지가 가능한 14일까지 남은 일주일을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탈 고객을 노린 경쟁사의 판촉도 강화될 예정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위약금 면제 발표 다음날 번호이동 판매장려금을 70만~90만원대까지 높였다.
SK텔레콤도 이에 맞서 유사한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점유율 방어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지난 5일부터 온라인 유통망 중심으로 새로운 MNP(번호이동) 정책을 가동했다.
공시지원금 기준 번호이동시 갤럭시S25, 아이폰16 시리즈에 80만~90만원대 판매장려금을 책정했다.
갤럭시A15·16 등 중저가 단말에도 8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쏟는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위약금 면제를 기다린 잠재 고객군이 일정 부분 확보된 만큼 과도한 출혈은 자제하는 분위기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보조금 경쟁이 과열될 여지도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고객 방어를 위한 가입자 혜택 프로그램뿐 아니라 5년간 7000억원 규모의 정보보호 혁신안도 내놨다.
고객 이탈 유인이 회사의 개인정보 보안 체계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만큼 업계 최대 규모 투자를 통해 고객 신뢰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구체적으로 정보보호 투자액을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준까지 늘려 보안 인력을 2배 확충하고 모바일 단말 보안 솔루션 '짐페리움'을 가입자 전원에게 1년간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SKT 위약금 면제 후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