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어지는 달러 약세에 힘입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환율 안정성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맞물리며, 상반기 내내 매도세를 이어온 외국인은 최근 두 달간 한국 주식을 4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6월 4일~7월 4일)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로 총 1조2623억원이 유입됐다.
삼성전자 역시 1조203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밖에 HD현대일렉트릭(3110억 원), 두산(2881억원), 하이브(2222억원) 순으로 매수세가 이어졌다.
전체 종목 기준으로는 약달러 기조 속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되며 수급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났다.
외국인은 지난 5월과 6월에 각각 1조2658억원, 2조7615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앞서 1~4월에는 △1월 1조4444억원 △2월 4조1237억원 △3월 2조1635억원 △4월 10조1428억원 등 총 17조 원 넘게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뚜렷한 반등세를 보인 것이다.
이 같은 수급 전환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최근 다시 3000선을 돌파하며, 연중 두 번째 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다.
실제 달러 약세 흐름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상반기 동안 11.64% 하락했다.
1월 2일 109.209에서 지난달 30일 96.493까지 떨어졌다.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1973년 상반기(-14.8%) 이후 51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지난 2일에는 달러인덱스가 상반기 최저점인 96.7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202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1400원선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도 1360원 수준에서 안정화된 상황이다.
달러 약세의 배경에는 △무역관세 인상 및 외교 불확실성 △막대한 재정적자에 영향을 미칠 감세 법안 추진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 연준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중동 불안 등 대외 정치 리스크도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 위상을 흔들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와 원·달러 환율은 높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며 “현재 외국인 매수는 원화 강세에 따른 기계적 유입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정부 지출 확대에도 올해 및 내년 성장률은 유동성 증가 속도를 뒷받침하지 못할 전망”이라면서 “정치 리스크 소멸, 원·달러 환율 하락 등은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 수급 심리를 우호적으로 변모시켰다”라고 덧붙였다.
환율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3개월간 원·달러 환율 예상 범위를 1280~1410원으로 본다”며 “금융시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일정 부분 인지하고 경계를 낮추고 있지만 오는 9일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 기한 전후로 돌발 행보에 따라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최근 한 달간(6월 4일~7월 4일) 순매수·매도 상위 종목 (자료=한국거래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