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지위 '교육자료' 격하
교육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개발비·운영비 등 적자 누적
설득 우선…정부에 소송 검토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과 엑스포럼이 주최한 '제22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사흘 일정으로 열렸다.
올해 3월부터 전국 초3·4학년과 중·고 1학년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되는 가운데 많은 에듀테크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선보였다.
천재교과서 부스에서 관람객이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정부 정책기조 변화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제작에 참여한 발행사들이 정부 상대 법정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6일 교과서 업계에 따르면 AI 디지털교과서에 참여한 발행사들을 중심으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처리 여부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전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계류 중으로 AI 디지털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 발행사들의 불만은 새정부 출범과 함께 AI디지털 교과서에 대한 정책 기조가 180도 달라졌다는 데에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지난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 중 하나였지만, 교육자료 격하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에 포함됐던 것과 함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으로 그 동력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그나마,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는 연기된 상황이지만, 여전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AI교과서 교육자료 방침은 변함이 없는 상태다.
이를 검토하는 국회 교육위원회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다수인 관계로 해당 개정안은 언제든지 통과될 수 있다.
업계는 AI 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가 박탈될 경우 정부로부터 관련 손해를 배상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천재교과서, YBM 등이 올해 AI교과서를 의무선택이 아닌 자율선택으로 변경한 것을 두고 단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교과서 업계는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정책이 표류하면서 실질적인 손해를 감수하는 상황이다.
일선 학교의 AI교과서 채택률이 30%대에 머물면서 일차적인 손해가 발생했다.
발행사들은 아직 이용료 정산을 받지 못하고 있다.
향후 AI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지위가 바뀔 경우 100~200억대 개발비를 포함해 인건비, 운영비 등 회사 별로 많게는 1000억원 가까이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자율선택으로 바뀌면서 AI교과서 채택 학교가 30% 수준으로 줄었다고 유지보수비도 30%만 지출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지금도 인건비와 운영비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고 2026학년도 AI교과서 개발비까지 겹쳐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부 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에도 쓴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공약과 여당 움직임은 AI 교과서의 교육자료 활용으로 방향이 잡혀있는 것과 달리, AI 교과서 관련 행정 업무는 그래도 진행되는 혼란이 이어지면서다.
실제로 정책 기조와는 별개로 AI교과서 검정을 맡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과학창의재단은 2026학년도 AI디지털 교과서 1차 검정 결과를 각 발행사에 통보했다.
교육부와 검정 기관은 발행사들의 수정·보완 절차를 거쳐 8월 말 최종 검정 결과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AI 교과서 논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가 해결할 문제라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B사 관계자는 “현장 도입 과정에서 기술적 불안정성 등 과도기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AI교과서 도입은 교육의 미래를 위한 필수 투자”라며 “학생별 맞춤 콘텐츠 제공과 교사의 업무를 경감하는 보조 기능 등은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용주의적 관점으로 기존 AI교과서에 투입된 투자금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며 “국회에서 예산 타당성 검토 의무화와 같은 합리적 방향을 찾을 수 있길 바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자료는 의무교육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청·학교별 예산 상황에 따라 도입 여부에 차이가 발생한다.
또한 교과서와 달리 저작권료 지급 등으로 인해 사용료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다.
C사 관계자는 “교육자료로의 지위 변화는 사실상 폐지나 다름 없다”며 “검정을 통과한 AI교과서의 지위를 변경하는 소급입법은 위헌 소지가 있어 추가적인 집단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기조 변화에 AI교과서 발행사 전전긍긍…“설득 우선 ·소송도 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