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宗廟) 맞은편에 최고 높이 약 142m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서울시가 변경한 것이 논란이 되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그늘이 생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정비사업 연합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은 5일 서소문 빌딩 재개발 착공식에서 "시가 개발에 눈이 멀어 빌딩 높이를 높여 문화유산인 종묘를 그늘지게 한다는 일각의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오 시장은 우선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에 대해 "종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건 아니다"라면서 "세운상가를 쭉 허물어가면서 그 옆에 민간의 자본을 활용해서 빌딩들이 지어지고 재개발이 되는데, 거기에 빌딩 높이를 좀 높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민간 자본으로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빌딩 높이를 높여주고, 그 잉여자금으로 세운상가를 허물고 녹지 면적을 확보하는 게 시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운상가에서 본 종묘 공원과 종묘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은 "(사업이 완료되면) 종묘 앞 폭 100m 정도의 녹지가 저쪽 남산까지 쭉 뻗어나가게 된다"면서 "그것이 진정으로 종묘를 돋보이게 하고 문화유산을 더 상징적으로 가꿔내고 보존하면서도 도심을 재창조하고, 녹지생태도시를 이루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세운4구역의 높이 계획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및 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운4구역에 들어서는 건물 최고 높이는 당초 종로변 55m, 청계천변 71.9m에서 종로변 98.7m, 청계천변 141.9m로 변경됐다.
세운4구역은 북쪽으로 종묘, 남쪽으로는 청계천과 연접해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최고 높이를 대폭 상향 조정하는 변경 고시를 강행"했다며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 공사현장. 종로3와 종로 4가 사이 종묘 맞은편 지역이다.
세운상가 옥상에서 본 모습이다.
2024.5.9 [사진=연합뉴스] 국가유산청은 1995년 종묘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세계유산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명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는 (서울시의) 세운지구 계획안에 대해 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권고한 바 있다"며 변경 절차에 앞서 영향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국가유산청은 "사업 계획을 면밀히 살핀 후 문화유산위원회, 유네스코 등과 논의하면서 국내·외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