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의 ‘정치개입 파동’을 논의하는 법관대표자 회의가 오는 26일 열린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9일 “구성원 5분의1 이상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심과 사법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소집을 요청해 임시회가 소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관대표회의는 전국의 각급 법원에서 선출된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행정 및 법관 독립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하는 회의체다.
2017년 양승태 대법원장 당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등으로 사법부가 흔들릴 때 공식 회의체로 출범했다.
일선 법관들도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문제점과 그로 인한 사법 신뢰 훼손을 매우 심각하고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법관회의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권고를 포함해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한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법행정 담당자의 설명과 자료 제출도 요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사법부 최고 기관으로서 사회 갈등의 종결자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작정하듯 분란을 일으키고, 사법부의 생명인 독립성과 중립성을 허물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검찰이 상고하자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해 기록만 6만 쪽이 넘는 사건을 단 두 차례 심리한 후 10 대 2의 다수결로 유죄 취지 파기 환송했다.
통상의 선거법 상고심과 달리 이 후보 재판 절차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례적이고, 전합의 법률심으로 보기엔 그 내용·결과도 판사·법학자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까지 이례적 속도전에 나섰다가 첫 공판을 대선 이후로 미뤄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조 대법원장·대법관들과 사법에 대한 신뢰는 회복 불능 위기에 처했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각각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통해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획득하지만,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절차적 공정성과 정치 중립, 궁극적으로 주권자의 믿음을 잃으면 사법부는 존립 기반이 없다.
조 대법원장은 지금이라도 사태의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국민에 사죄하기 바란다.
그것이 사법부 붕괴를 막고, 상처입은 민주주의를 치유하는 길이다.
민주당은 사법부를 향한 과도한 공세는 자중해야 한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이나 탄핵소추는 삼권분립을 훼손할 우려가 크고, 국민 불안을 증폭시킨다.
민의를 대변할 국회에서 진상을 규명하되, 현직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세우는 건 중대한 실체적 문제 확인 후에 하는 게 맞다.
종국적으로 국민 의견·판단이 표출될 대선 전에 형사소송법·선거법 입법은 절제해야 한다.
민주당은 법관대표회의를 중심으로 진행될 사법부의 자정과 진상 규명 노력을 일단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설] 법관회의 소집된 ‘정치개입’ 파동, 조희대 대법원장 책임 있게 답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