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부터 페루·미국 오가며 복음 전파
이탈리아어·프랑스어 등 5개 언어 유창
임신중지·안락사 반대 등 정통 가톨릭 입장
레오 14세 신임 교황이 8일(현지시간) 선출 직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선출된 교황 레오 14세는 전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낮은 곳’을 자주 찾으며 성직 생활을 했다.
‘최초 북미 출신 교황’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 그는 20년 넘도록 남미 페루의 슬럼가, 오지 등에서 로마 가톨릭 복음을 전파했다.
교황은 가톨릭의 한 조직인 아우구스티노 수도회(아우구스티노회) 출신이다.
아우구스티노회는 4세기 북아프리카 히포의 주교였던 성 아우렐리우스 아우구스티누스의 사상을 근본으로 여긴다.
그는 아우구스티노회 총장(2001~2013년)과 페루 치클라요 주교(2015~2023), 바티칸 주교성 장관(2023~2025) 등을 역임했다.
교황은 1955년 9월14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병원에서 태어났다.
교육자 아버지와 사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아우구스티노 신학교에서 중등교육을 받았다.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미국에서 가장 큰 가톨릭 신학대학원인 가톨릭신학연합에서 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7세 때 사제 서품을 받았다.
페루와의 인연은 1985년 그가 서부 피우라의 소도시 훌루카나스에 선교사로 파견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23년까지 페루와 미국을 오갔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페루 북서부 도시 치클라요의 주교로 임명했을 때에는 페루로 귀화했다.
주교가 현지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는 페루와 바티칸 간 외교 협정을 따른 것이다.
교황으로서 바티칸 임시 시민권을 가진 그는 미국과 페루 국적을 갖고 있다.
교황을 지켜본 사람은 그가 “도와야 할 사람이 있으면 장화를 신고 진흙탕을 헤쳐나가길 주저하지 않는 분”이라고 묘사했다.
비영리단체 카리타스 소속 하니나 세사는 교황이 2022년 치클라요 일대에 막대한 양의 비가 쏟아지자 피해 현장으로 뛰쳐나갔다고 ABC방송에 말했다.
그는 식량과 모포 등을 실은 흰색 트럭을 몰고 안데스산맥 오지 마을들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가던 길에 트럭이 고장 나면 직접 고쳤으며, 마을 바닥에 얇은 매트리스만 깔고 잠을 청할 때도 있었다.
코로나19 감염자를 위한 산소 생산 시설 설치 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아우구스티노회 수도자 알렉산더 램은 교황이 페루의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사회정의 구현과 환경 보호에 앞장서 현지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심지어 페루의 (다른) 주교들조차 그를 성인이라고, 북쪽의 성인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총애를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1월 그를 교황청 주교성 장관으로 임명했다.
주교성은 신임 주교 선발을 관리·감독하는 조직으로, 교황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조직 중 하나다.
같은 해 9월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교황은 주교성 장관 시절 “주교는 왕국에 앉아있는 작은 왕자가 돼선 안 된다.
겸손하고, 자신이 섬기는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며, 그들과 함께 걷고, 함께 고통을 겪고, 복음 메시지를 더 잘 실천할 방법을 찾도록 진실로 부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프랑스계 아버지와 아프리카·아이티계 어머니를 둔 집안 배경과 선교 경험이 있는 교황이 전 세계 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교황은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교황이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 모두에게 인정받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이민자 보호, 기후위기 대응,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대를 강조해왔다.
여성 부제 서품, 임신중지, 안락사, 동성혼 등에 대해선 정통 가톨릭 입장과 동일하게 반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2012년 주교들에게 전하는 연설에서 “(서구 언론과 대중문화가) 복음과 충돌하는 신념과 관행에 대한 동정심을 조장한다”며 동성 파트너 가족을 예시로 들었다.
교황은 과거 자신의 담당 교구에서 성 비위 의혹을 받는 성직자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교황이 아우구스티노회 시카고 중서부 지역 지도자였던 1990년대 당시 수도회가 관리하는 로비던스 가톨릭 고등학교에서는 리처드 맥그래스 교장이 휴대전화에 아동 성착취물 사진을 보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역지 시카고선타임스는 당시 맥그래스 교장이 해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2007년 페루에서도 사제가 세 자매를 대상으로 성 학대를 저지른 사건에 대해 교황이 조사를 벌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페루 ‘북쪽의 성자’ 새 교황···안데스 오지 찾고 진흙탕 헤치며 선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