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노동자들, 사고 목격 후 트라우마 치료 중
개별 위기 상담 시작도 전에 ‘업무 복귀 명령’
반발 거세자 ‘취소’···8월29일까지 치료 보장
한전KPS의 요청에 따라 한국파워오엔앰이 직원들에게 업무 복귀를 전달하는 메시지. 대책위 제공
한전KPS가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는 고 김충현씨의 동료 노동자들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가 거센 반발이 일자 취소했다.
6일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KPS는 지난 3일 ‘1차 트라우마 치료기간 종료 및 작업재개 시행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김충현씨의 동료 하청 노동자들에게 업무 복귀 명령을 내렸다.
다음날 김씨가 소속됐던 하청업체인 한국파워오엔앰은 “한전KPS 태안사업처 공문 및 한국파워오엔앰 본사의 요청에 따라 7일부터 정상 출근을 요청한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한전KPS가 한국파워오엔엠과 삼신 측에 발송한 업무 복귀 명령 공문. 대책위 제공
앞서 한전KPS는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대책위)와의 협상 과정에서 “정부 가이드라인만 있다면 정규직 전환에 협조하고, 트라우마 치료에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는 지난 6월 5일 한전KPS와 협력업체에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조치를 취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치료 프로그램이 마련됐고 6월 말부터 집단 및 개별 상담이 시작됐다.
김충현씨는 지난달 2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태안화력사업소 기계공작실에서 공작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한국파워오엔앰 소속 25명, 삼신 소속 13명의 동료 노동자들은 김씨 사고 이후 장면을 목격한 후 큰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상담 결과 고위험군 15명, 일반군 21명으로 판정받아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다.
트라우마 예방 프로그램은 심리안정화, 위기상담, 집단 상담, 복귀 전 심리·정서·행동 평가 등 5주 이상 진행되는 전문 과정이다.
특히 7일부터 본격적인 ‘위기 상담’ 과정이 진행될 예정인데, 개별 위기 상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한전KPS측이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대책위는 동료가 사망한 일터로 복귀하는 것은 사고 트라우마를 재자극할 수 있어 복귀 시점은 당사자들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책위와 한전KPS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지난 4일 밤 노동부 서산출장소 점거 농성에 돌입해 노동부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한전 KPS 태안사업처의 지시는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오로지 비용과 효율만을 앞세운 처사”라고 했다.
이어 노동부를 향해서도 “중대재해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노동자들의 회복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업무 복귀를 명령하는 사업주를 방조하고 있다”고 했다.
대책위는 5일 오후 서산출장소 앞에서 한전KPS와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긴급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중대재해 이후 트라우마를 겪는 노동자들에 대한 심리적 회복 조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장 복귀를 강제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주장했다.
또 “서부발전과 한전KPS를 고발한 뒤에 일어난 명백한 보복조치”라고도 했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 3일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한전KPS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노동부와 경찰에 고발했다.
대책위의 강한 반발로 한전KPS는 5일 저녁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 복귀 명령을 취소하고 오는 8월29일까지 트라우마 치료 기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임금과 복리후생에서도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가 위와 같은 사안을 불이행한다면 노동부가 행정명령과 작업중지명령 등으로 지도하기로 결정했다.
이태성 대책위 언론팀장은 “노동자들이 온전하게 치료 받고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전KPS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현 대책위, 서부발전·한전KPS 등 고발···“원·하청이 공동정범”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김충현씨가 소속됐던 하청업체 한국파워O&M과 한국서부발전(도급사), 한전KPS(원청)를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했다.
대책위는 3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 기업과 기업 관계자들을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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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2507031551001
“한전KPS, 작업의뢰 절차 어기고 김충현씨에 카톡 지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작업하다 사고로 숨진 하청 노동자 김충현씨에게 원청인 한전KPS가 작업 의뢰 절차를 어기고 카카오톡 메시지로 작업을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17일 김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김씨와 한전KPS 직원과의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2017년 11월9일 한전KP...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171636001
김충현씨 죽음 목격한 동료들에게 ‘업무복귀명령’···한전KPS, ‘2차 가해’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