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없다”면서도 “선출 권력 중요”…사퇴 요구 ‘힘 싣기’ 추정
전날 정청래·강훈식 회동…당정 간 의견 일치 본 것 아니냐 해석
대통령실 “원칙적 공감” 논란되자 속기본서 뺐다가 다시 넣기도
정청래 “대법원장이 뭐라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대통령실은 여당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를 두고 15일 “특별한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제기된 요구에 일단 거리 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시대적·국민적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도 밝혀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통령실이 공감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날 법사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는데 대통령실의 입장도 마찬가지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아직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법부를 향한 민주당발 공세와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관망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기본 입장으로 풀이된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국민의 선출 권력”이라며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점에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특별한 입장 없다”는 말을 전제했지만 곧바로 이 같은 발언이 이어져 대통령실 역시 정 대표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다.
특히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전날 밤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정 대표와 머리를 맞댄 터였다.
이날 아침 정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퇴해야 한다”고 했고, 비슷한 시간대에 강 대변인의 “원칙적 공감” 발언이 나왔다.
이 때문에 조 대법원장에 관한 당정 간 의견 일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전 발언에서도 조 대법원장과 현 사법부를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의 내란특별재판부 추진에 반발하는 사법부를 겨냥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 5월 대법원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를 믿지만, 총구가 우리를 향해 난사하면 고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강 대변인의 브리핑은 또 다른 방향으로 불똥이 튀었다.
이날 오전 8시50분에 시작한 브리핑 내용을 토대로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에 공감했다는 취지의 기사가 양산되자 대변인실은 40여분 뒤인 오전 9시34분 기자들에게 공지를 보내 “대통령실은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또한 함의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에 강 대변인은 오전 10시10분 다시 브리핑을 했다.
강 대변인은 2차 브리핑에서는 “이 사안(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것은 오독이고 오보”라며 “앞뒤 맥락을 배제하고 한 부분만 떼어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1차 브리핑 속기본에서 “원칙적 공감” 부분을 삭제한 채 기자들에게 배포했고, 논란이 되자 다시 원문을 그대로 복구해 재배포했다.
대통령실, 대법원장 사퇴 요구 두고 “개연성·이유 돌아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