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크 피살’이 부른 ‘극우 대통합’
스페인 극우 정당 행사 중 ‘커크 추모’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가 14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주최한 ‘비바 유럽 25’ 행사에서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왼쪽 화면)와 참석자들이 피살된 미국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오른쪽 화면)를 추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로빈슨 범행 동기 확인 안 됐지만 유타 주지사 “좌파적 성향” 지목 트럼프도 “극좌 미치광이” 부추겨 대서양 양쪽에서 추모·애도 물결 “마가운동-유럽 민족주의 시너지” 미국 청년 보수 활동가인 찰리 커크의 비극적인 죽음이 전 세계 극우들의 연대를 강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유럽 극우 정당 지도자들은 “좌파가 모든 원인”이라고 앞다퉈 비난했고 영국에서는 최근 수십년 만에 최대 규모의 극우 집회가 열렸다.
통합과 비폭력을 촉구하는 대신 분노와 복수를 선동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증오가 또 다른 증오를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기는 세력의 중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치유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우리는 극좌 미치광이들을 상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크를 암살한 타일러 로빈슨이 입을 열지 않아 범행 동기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급진 좌파’ 때문이라고 좌표를 찍어준 것이다.
로빈슨은 유권자 등록은 했지만 특정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무당파였고 최근 두 차례 총선 모두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는 공화당원이었다.
하지만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는 이날 그가 “좌파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급진화’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로빈슨이 트랜스젠더 연인과 동거 중이라고 밝혔다.
커크의 죽음 이후 처음 열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 진영 핵심 인사인 앨릭스 브루세위츠는 “이건 이제 더 이상 정치적 싸움이 아니다.
영적인 싸움이 됐다”고 말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극우 목사인 에인절 바넷도 애리조나 피닉스의 한 교회에서 열린 커크 추모 행사에서 “(좌파) 겁쟁이들은 (커크를 죽임으로써) 보수 운동을 끝내거나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들은 그냥 (우리를) 더 크게 만든 것이다.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커크의 죽음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극우 연대의 강화를 촉발하고 있다.
아무런 공적 직함도 없는 보수 활동가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영국 런던,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이탈리아 로마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추도 기도회가 열렸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도 앞다퉈 애도 성명을 쏟아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커크의 죽음이 “좌파가 벌인 국제적 증오 캠페인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도 “좌파의 불관용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영국에선 지난 13일 최근 수십년 내 최대 규모의 극우 집회가 열렸다.
경찰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0만여명이 운집했다.
특히 집회에 화상으로 참여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원하든 원치 않든 폭력은 찾아온다.
맞서 싸우지 않으면 죽는다”고 발언해 폭력을 선동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최근 영국에선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극우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등 극우 민족주의가 부상하며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극우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워싱턴 인근에서 열린 트루스포럼 참석차 방미한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커크는 나의 롤모델이었다”면서 “동성결혼, 동성애 같은 좌파의 전략은 미국이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크리스천들이 함께 싸워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폴리티코는 “커크의 암살이 일으킬 파장의 크기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커크는 보수주의자들에게 현대판 잔 다르크가 됐다”며 “대서양 양쪽에서 나타난 커크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미국의 마가 운동과 포퓰리즘 민족주의자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입증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급변하는 세상에서 포위당했다고 느끼는 전 세계 극우들은 이민 반대, 국제기구에 대한 회의적 시각, ‘세계화’로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한 혐오, 노골적인 애국심, 엘리트와 전문가에 대한 혐오감으로 하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 좌파 탓”…전 세계 극우 ‘증오’로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