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에서 강연을 하고 지나가던 길에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의령’. 마음을 내지 않으면 좀처럼 갈 기회가 없는 그 땅으로 급히 방향을 틀었다.
때론 이런 식의 여행이 당길 때가 있다.
진주까지 흘러가는 널찍한 남강을 다리로 건너면 비로소 의령이다.
강 건너에는 ‘의령관문’이라는 문이 세워져 있고, 그 곁으로 철교가 보인다.
의령은 바로 이곳부터 시작이다.
길이 45m, 높이 12m의 의령관문도 독특했지만,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그 곁의 정암철교였다.
요즘은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트러스 구조의 다리. 1935년에 지어졌지만, 6·25전쟁으로 파괴된 다리를 1973년에 복원했다고 한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레트로한 느낌. 이 다리가 시선을 끌었던 건 아마도 그런 옛 감성을 자극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정암철교는 1973년 남해고속도로가 완공되기 전까지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넘나드는 길목의 역할을 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호남으로 가자면 이 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무심히 지나치기엔 예전 이 다리의 기능이 막중했다.
아마도 그때는 의령이 지금보다 더 주목받는 고장이었을 확률이 높다.
찾는 이도 더 많았겠지. 2차선 철교 하나로 영남과 호남을 이어주던 시대는 지금보다는 더 다정했을까. 정암철교는 흘러간 시간을 상상케 하는, 그런 곳이었다.
경남 의령 정암철교-영호남 길목이 돼준 추억의 옛다리[정태겸의 풍경](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