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돈이 돌지 않는다.
골목 상권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손님은 끊기고 돈의 흐름도 끊겼다.
지난해 12월 불법 계엄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더 극심한 불황으로 내몰렸다.
폐업률은 최고치를 기록했고, 대출 연체율은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자영업자들은 현재 상황을 ‘돈맥경화’로 표현한다.
어느 순간부터 돈은 위에서만 따로 흐르는 듯하다.
자산과 투자 쪽에서는 거래가 활발해도 그 흐름은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고 자산, 소득, 소비 전반의 양극화 구조는 고착됐다.
돈의 흐름 역시 점점 특정 계층과 자산 영역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위에서 아래로 돈이 흐르지 않으면서 인위적인 장치를 통해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돈이 도는 구조’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역화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성남시장 시절부터 자신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6월 19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과 함께 약 6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됐다.
지역화폐는 침체한 골목 상권에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지역화폐 사용 이후 소상공인 매출이 늘고, 소비가 지역 안에서 반복되며 유의미한 순환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있다.
인천에서는 지역화폐 사용 시기와 맞물려 세수가 증가한 사례도 관측됐다.
충남 부여군은 가맹점 간 재사용을 유도하는 구조를 도입해 순환율을 높였고, 외지 소비까지 끌어들이며 관계인구를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물론 한계도 있다.
지역화폐는 정부 보조금에 기반한 만큼 정권에 따라 재정 지원이 끊기면 유지가 어렵다.
참여의 동기도 공동체 가치보다는 할인 혜택에 치우쳐 정책의 지속성과 철학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도 따른다.
일부 연구는 지역 간 소비만 이전시킬 뿐 전체 소비를 확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승수효과에 회의적 시각을 보인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지금의 구조에서 돈이 아래로 내려가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시도 중 하나다.
소비를 유도하는 동시에 그 소비가 지역 내에서 순환하도록 설계된 구조적 장치다.
지역화폐는 앞으로 정책 수당이나 햇빛·바람연금 등과 연계돼 더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한계를 보완해 지역화폐가 골목 경제에 숨통을 틔우고 골목과 지역에 돈이 활발히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돈은 돌고 돌아야죠[취재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