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는 지난달 아이폰용 카메라 앱 ‘프로젝트 인디고’를 내놓았다.
사진 품질이 좋다는 아이폰이라지만 일안 리플렉스(SLR·반사식) 사진기의 결과물과는 차이가 있다.
아무래도 빛을 품는 구조의 규모가 휴대폰에선 작기 때문인데, 보통 이를 알고리즘과 인공지능(AI)으로 보정한다.
피부도, 하늘도 수정하는데 AI가 과용될수록 눈앞 현실이 아닌 학습된 기억에 의해 창조되는 사진이 늘어만 간다.
달을 찍으면 AI가 선명한 달을 그려주는 갤럭시폰의 ‘달’고리즘 논란이 유명하다.
이래서야 사진이란 무엇을 찍는 것인지 의아해질 지경이다.
반면 어떻게 일안 리플렉스급으로 빛의 정보를 담을지 그 비결을 탐구한 프로젝트가 바로 이 앱이다.
컴퓨터 그래픽의 선구자이자 스탠퍼드대학 교수로 구글에서 픽셀 카메라를 만든 이가 어도비 부사장으로 이적 후에 내놓은 결과물.
최대 32장을 셔터를 누르기 전부터 찍어둔다.
그리고 셔터를 누른 순간 최적의 한컷을 조합해내는 것. 보통 디지털 줌을 하면 억지로 픽셀을 늘려 확대하게 되니 디테일이 망가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32장의 컷은 손떨림 덕에 약간씩 다른 디테일을 가지고 있을 터니, 이들을 확대하면서 조합하면 광학줌처럼 상세한 현실을 조립해 데려올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빛도 32가지 중에서 모으면 어둠 속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을 테니 야간 촬영에도, 노이즈 방지에도 출중하다.
이는 AI의 기억으로 그려내는 기존의 ‘업스케일’과는 다른 방식이다.
그러나 이 모두 일본과 한국 사용자에게는 그림의 떡, 이 두 나라의 앱스토어에서는 비공개다.
다른 나라에서 내려받아 보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셔터음 규제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른바 몰카를 금지한다는 명목하에 셔터음이 의무화돼 있다.
자율규제라고는 하나 한국의 경우는 데시벨까지 명시된 KS 표준이다.
그러니 표준을 준수하는 아이폰은 셔터를 누르기 전부터 미리 찍어 두는 최대 32장의 사진 한장 한장마다 발광하듯 셔터음을 내뿜는다.
사진을 찍는다는 사용자의 행위가 아직 없었는데도 셔터음이 미리 나는 기괴한 체험. 사용자의 의중보다 앞서, 감히 사진을 찍으려 하다니! 몰카를 방지한다는 규제는 기술 혁신 속에서도 나름 충실히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다만 이 규제가 막는 것은 범죄가 아니라 아이디어였다.
한국의 법 규제는 일본을 벤치마킹했다.
독일법을 참조한 메이지유신, 그리고 그 영향 아래 놓였던 한국의 근대사를 놓고 보면 국민의 안녕을 위해 명시된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 허락하자는 약속, 뭐든지 일단 규칙으로 만들어놓는 사전 규제가 당연시된다.
실은 법조문조차 없어도 된다.
일종의 ‘우리 마을의 약속’만 있다면 그 주민들은 묵묵히 지키고, 이를 백안시하는 외지인은 따돌림당한다.
일본의 경우 ‘자숙’, 한국의 경우 ‘분위기 파악’과 ‘눈치’의 기능은 다른 짓, 곧 혁신을 막곤 한다.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도 대다수가 셔터음을 조절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기에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마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다만 뒤늦게 마을에 기웃거리는 중국산 휴대폰만 용기를 낸다.
샤오미폰은 메뉴에서 국가 설정을 바꾸기만 해도 셔터음을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 등 이미 우리 마을의 기득권이 돼버린 이들은 통신사, 정부 등 다른 어르신들의 눈치를 보며, 논란만 생길 뿐 당장 자신들에게 별로 득 될 리 없어 보이는 일에는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셔터음이 막은 최신 사진 기술[IT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