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내란특검 조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정효진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내란특검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윤석열 정권이 계엄령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 도발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실제로 윤석열 정권의 군 수뇌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의 K-9 사격, 동해 NLL에서의 천무 사격, 무인기 평양 상공 비행,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등을 계기로 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조성 등을 통해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육군지상작전사령부는 북한 인민군 4군단을 괴멸시킨다는 ‘북 4군단 초토화 작전’도 세웠다.
윤석열 정권은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웠다.
국방부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적 도발에 대한 군사작전의 원칙으로 ‘즉·강·끝’을 내세웠다.
‘즉강끝’은 북이 도발하면 ‘즉각, 강력히, 끝까지’ 응징하겠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즉강끝의 ‘끝’은 북한 정권의 종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종말은 전면전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가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결심해야만 가능한 사안이다.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의 일방적인 결심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권의 군 수뇌부가 ‘즉강끝’을 외쳤던 이유는 북한군의 무력 대응을 유발해 남북 간 국지전을 벌이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남북 간 국지전은 비상계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계엄법 제2조 제2항을 보면, 비상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군사상 필요에 따르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하도록 돼 있다.
계엄 여건 조성·조작 작전 여석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방 현안 세미나에서 12·3 불법 계엄 사태를 안보적 관점에서 분석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12·3 사태는 장기간에 걸쳐 구상되고 준비된 친위 쿠데타로, ‘여건 조성 작전’과 ‘결정적 작전’으로 작전 단계가 준비됐다.
여건 조성 작전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가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내고, 결정적 작전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와 함께 헌법기관 점령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윤 정권은 NLL에서의 K-9과 천무 다연장로켓 사격, 평양 무인기 비행 의혹 등을 통해 여러 시도를 했으나 2024년 하반기까지도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만큼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자, 특수임무부대인 HID 등 국군정보사령부 자산까지 동원해 계엄 여건 조성을 넘어 계엄 여건 ‘조작’을 시도했다는 게 여 전 실장의 분석이다.
실제로 평양 무인기의 경우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받은 국군드론사령부 사령관의 지시와 실행 그리고 방첩사의 은폐까지 동반된 계획적 시도였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MBC는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에 떨어진 무인기는 우리 군이 보낸 게 맞고, 비상계엄 직전이었던 11월에도 북한을 자극하기 위해 또다시 무인기를 보냈다는 군 내부 관계자들의 진술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소음이 심한 무인기를 저고도에서 전단을 뿌리도록 한 것은 일부러 발각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평양 상공, 그것도 320m 상공에서 열 바퀴 이상을 뱅글뱅글 돌게 만드는 비행경로를 입력했다”며 “딱 봤을 때 ‘제발 들켜달라’ 외에는 (목적이)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에 마련된 내란특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정효진 기자 북한군 4군단 초토화 작전 윤 정권의 ‘즉강끝’은 뒤집어보면 남한이 북한을 아무리 두들겨 패도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나온 ‘선동’ 구호였다.
북한이 핵 무력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이 국지전에서 얼마든지 북한을 두들겨 팰 수 있다는 게 신원식 전 안보실장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뇌피셜’이었다.
국방부 장관에서 대통령실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신 전 실장은 KBS 등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은 세계 최고의 부자이기 때문에 전쟁이 나면 잃을 게 많아, 자살을 결심하지 않으면 전쟁(전면전)을 일으키지 못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런 뇌피셜을 바탕으로 육군지상작전사령부는 북한의 무력 반발에 대비한 ‘북한군 4군단 초토화 작전’을 비밀리에 준비했다.
황해남도 해주시 옥계동에 본부를 두고 있는 북한군 4군단은 군사분계선(MDL) 맨 서쪽을 담당하는 전연군단(전방군단)이다.
북한군 4군단은 서해 NLL도 담당하고 있고, 2010년 11월에는 예하 33사단 해안포 부대가 연평도 포격 도발을 했다.
북한군 4군단 초토화 작전은 서해 NLL에서의 군사적 충돌이나 북한 영토에서의 오물 풍선 격추 사격 등에 의한 북한군의 무력 대응을 대비한 작전계획이었다.
이 작전 시나리오는 남북 간의 경미한 군사적 충돌을 대규모 무력충돌로 확전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비례성을 따지는 유엔사 정전교전규칙(AROE)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도발 원점 타격을 넘어 원점 배후세력이라는 이유를 들어 북한군 군단 사령부까지 쑥대밭을 만들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 공격이기 때문이다.
정전교전규칙은 적의 공격에 대한 자위권 행사를 할 때 ‘필요성’(필요한 만큼의 무력 사용)과 ‘비례성’(적대행위의 정도에 비례한 무력 사용) 원칙을 따르게 돼 있다.
윤 정권 군 수뇌부는 북한군 4군단 초토화 작전이 김정은 정권의 내부 균열을 일으키고 급변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북한군 4군단을 괴멸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전면전과 같은 확전을 기피하면 북 내부의 분열과 급변사태가 일어나 남북통일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남한에서는 비상계엄이 불가피해진다.
북한군 4군단 초토화 작전은 계엄 여건 조성 작전의 일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내란특검이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일주일 전 ‘북한에서 오물 풍선이 날아오면 경고 사격 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으나 김명수 합참의장 등의 반대로 실행되지는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합참은 이를 부인했으나 ‘사실이었다’는 게 군 내부의 반응이다.
만약 김 합참의장이 김 전 장관의 지시를 이행했다면 육군지작사의 북한군 4군단 초토화 작전이 현실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지전으로 그칠 것이라는 윤 정권 군 수뇌부의 바람과는 달리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즉강끝’은 계엄 여건 빌드업···‘북 4군단 초토화’ 계획도[박성진의 국방 B컷](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