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로고 배경 앞에서 전자기기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 사람들 / 로이터 연합뉴스
영상을 만드는 팀에서 일하고 있다.
10분 남짓의 영상을 편집하는 데 짧으면 사흘, 길면 닷새 정도 걸린다.
인터뷰 영상을 편집할 때면 출근해서 온종일 그 사람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일하다가 퇴근한다.
촬영할 때보다 더 자세히 그 사람 특유의 표정이나 자세를 보게 된다.
‘좀’ 이라든가, ‘그니까’ 라든가 말이 막힐 때면 중간중간에 어떤 추임새를 넣는지 그 사람만의 말버릇도 알게 된다.
그렇게 사흘에서 닷새를 보내고 영상 편집이 끝날 때쯤엔 출연자와 정말 잘 아는 친구가 된 것처럼 내적 친밀감이 쌓인다.
때로는 촬영 날 딱 한 번 만난 사람인데도 말이다.
오랜만에 출연자를 다시 만났을 때 쌓인 내적 친밀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혼자 너무 친한 척을 했다가 민망했던 적도 있다.
이불킥할 상황이 만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영상을 편집할 때 생기는 내적 친밀감 덕분에 출연자를 더 열심히 이해하게 되는 순기능도 있다.
인터뷰 때문이 아니라면 평생 못 만나봤을 것 같은 사람의 말을 찬찬히 듣다 보면 내 세상이 조금 더 넓어지는 것 같은 고마운 기분도 든다.
완성된 영상을 유튜브와 SNS에 올릴 땐 편집한 마음이 보는 사람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픈 경험을 한 출연자가 얼마나 씩씩하게 자신의 경험을 전하는지, 고된 일을 하는 출연자가 자신의 직업에 대해 얼마나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좋은 반응만 있으면 좋으련만 온라인에 노출되는 영상이 겪어야 하는 숙명처럼 악플이 달린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측을 인터뷰했을 때는 “저건 정신병”이라느니 “뭘 자랑이라고 퍼레이드를 하냐”는 혐오 표현이 댓글로 달렸다.
세월호 참사 생존자를 인터뷰한 영상을 쇼츠로 만들어 인스타에 올렸을 때는 ‘지겹다’는 취지의 악플이 너무 많이 달려서 결국 댓글 창을 닫았다.
출연자들을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분명 자신들이 썼던 말들을 후회할 텐데. 아무리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지만 밑도 끝도 없는 혐오 표현을 볼 때면 화가 나고 한숨이 나온다.
출연자의 얼굴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영상 인터뷰는 글로 된 인터뷰 기사를 쓸 때보다 인터넷 반응이 훨씬 더 신경이 쓰인다.
인터뷰한 출연자 A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영상에 악플이 많이 달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적이 있다.
A는 “악플엔 이미 익숙해져서 신경 쓰지 않는다”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가 악플에 더는 상처받지 않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악플에 시달렸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유튜브뿐 아니라 기사나 정치인 발언에도 혐오가 가득한 요즘이다.
유튜브 덕분에 지구 반대편 사람의 일상 브이로그까지 볼 수 있게 됐다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담담하게 괜찮다고 하는 A의 말에 오히려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유튜브와 악플[꼬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