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모습. 성동훈 기자
유명 빵집인 런던베이글뮤지엄은 ‘오픈런의 성지’, ‘줄 서는 베이글집’으로 불립니다.
SNS에는 매일 ‘인증숏’이 쏟아지고,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처럼 소비됩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줄 뒤에는 밥도 못 먹고 극심한 업무에 허덕인 청년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오늘 밥 못 먹으러 가서 계속 일하는 중.”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평범한 하소연처럼 보이지만, 그 말 뒤에는 장시간 노동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지난 7월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일하던 스물여섯 청년이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들은 과로사라고 주장합니다.
키 185㎝, 체중 80㎏의 건강한 청년이었지만, 사망 전 일주일 동안 80시간을 일했고 사망 전날에는 15시간 동안 식사조차 하지 못한 채 매장 운영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회사에는 출퇴근 기록이 없었습니다.
유족은 휴대전화 문자, 카카오톡, 교통카드 내역으로 이 청년의 노동시간을 재구성했습니다.
노동자가 죽어야만 노동의 시간을 계산할 수 있는 게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동자의 헌신을 ‘열정’으로 미화하는 것 같습니다.
장시간 노동은 희생이 아닌 자기계발의 수단으로 포장되고, 버티는 자만이 살아남는 구조가 정상처럼 작동하죠. 하지만 그 열정은 자유 의지가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요된 생존 방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청년의 죽음은 개인의 체력적 한계가 아니라 열정 과잉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적인 비극입니다.
노동자가 쓰러진 자리에서 또 다른 베이글이 구워지고, 또 다른 청년이 그 일을 할 것입니다.
회사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됩니다.
빵이 익는 달콤한 향기 뒤에서 누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우리 모두가 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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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편집장
핫플의 그림자[편집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