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된 출입국관리법 6월 시행 앞두고 법무부 무리한 토끼몰이 단속
2025년 4월30일 오전, 전국 이주인권시민사회단체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4월23일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서 발생한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제공 2025년 4월23일 낮, 경기 화성외국인보호소 앞 좁은 길에서 영어로 구호를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었다.
“We are here for supporting you”(우리는 당신을 지지하기 위해 왔습니다), “You are not alone because we are here”(우리가 왔으니,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들을 감시하려는 것인지, 저지하려는 것인지 모를 평상복 차림의 공무원 수십 명이 그들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담장 뒤로 목소리를 넘기는 것이 목표인 시위대와 딱히 할 것이 없는 공무원들의 기묘한 대치. 어쩌다 이런 상황이 생겼을까? 법 시행 전 ‘골치 아픈 외국인’ 강제추방 추진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이주구금제도 전면 개편’은 250만 이주민 모두의 관심사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영장도, 재판도 없이 누구나 무기한 구금할 수 있었던 출입국관리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결과다.
제도 변화의 핵심은 ‘이주 구금’에 기간 상한을 설정하고, 이를 ‘외국인보호위원회’라는 신설 기관에서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행일인 2025년 6월1일부터 외국인의 강제퇴거와 구금을 둘러싼 시스템 전반이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이주민에게 적법절차를 보장하겠다’며 시작된 법 개정의 취지가 무색하게, 지금 대한민국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당국은 마치 폐점 직전의 ‘떨이 판매’처럼 위헌적인 강제퇴거를 마지막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주구금제도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출입국 당국의 단속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2024년은 아동에 대한 구금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하며 이주민 아동에게 사상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출입국 당국은 쉴 새 없이 ‘합동 단속 기간’을 명목으로 탈법적인 토끼몰이식 단속을 벌였다.
2025년 3월26일에는 단속을 피하려던 이주민이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개정된 법 시행 전에 ‘골치 아픈 외국인을 제거’하려는 조급함은 단속과 구금에 그치지 않고, 무리한 강제추방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V씨는 내전 중인 국가를 탈출해 한국에 도착했지만 법적으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하던 중 미등록 체류자가 됐고, 당국에 단속됐다.
4월1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던 V씨에게 20여 명의 직원이 달려들어 머리보호대와 수갑을 채웠다.
양다리를 묶고, 손목과 팔뚝에 동시에 수갑을 채웠는데, 이는 팔꿈치 아래 팔 전체를 완전히 결박하여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방식이다.
V씨는 출입국 직원들이 다리를 묶은 줄로 자신을 ‘질질 끌고 갔다’고 증언했다.
법령상 수갑 두 개를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팔뚝에’ 채우는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
신체에 고통을 가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장비 사용으로 인해 V씨의 팔에는 긁힌 상처가 가득했다.
공항까지 끌려간 V씨의 폭력적인 송환을 막은 것은 어이없게도 항공사 직원이었다.
팔다리가 묶이고 머리까지 보호대로 감싼 모습에 놀란 직원의 만류로 결국 출입국 공무원들은 V씨를 비행기에 태우지 못했다.
돌아온 V씨는 3일간 화성외국인보호소 독방에 갇혔다.
외국인보호소의 공무원에게는 외국인을 징계하거나 과거 행위에 대해 처벌할 권한이 없다.
외국인보호규칙은 아예 독방 사용을 ‘징계의 목적으로 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만약 V씨가 강제퇴거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벌을 주기 위해 독방에 가둔 것이라면 그 자체로 명백히 위법하다.
  2025년 4월30일 오전, 전국 이주인권시민사회단체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4월23일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서 발생한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제공 인권 활동가 항의 집회도 ‘불법적으로’ 해산 시도 4월23일, 화성외국인보호소 정문 앞 집회는 이러한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다.
난민법상 강제퇴거가 엄격히 금지돼 있는 난민신청자, 난민인정자에게까지 폭력적인 강제퇴거가 자행되자 이를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 것이다.
집회를 기획한 활동가들은 사전에 외국인보호소 쪽과 일정도 조율하여 ‘오늘은 강제송환 계획이 없다’는 답변까지 받고 날짜를 잡았다.
평화롭게 집회를 마친 뒤 외국인보호소 내 외국인들과의 면담도 예약돼 있었다.
그런데 보란 듯이, 집회를 마무리하던 시위대 앞에 강제송환 차량이 나타났다.
강제송환 반대 집회 앞에 마치 전시하듯 송환 외국인을 끌고 나온 것이다.
물리적 충돌을 유도하는 듯한 노골적인 퇴거 집행 방식에 현장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이 과정에서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소속 출입국 공무원들이 우르르 정문 앞으로 나와 직접 시위대를 끌어내려 한 것이다.
집회 시위 대응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외국인보호소 공무원들이 물리적으로 집회 해산을 시도하면서 사람들이 뒤엉켜 넘어지고, 아수라장이 됐다.
외국인보호소 내 ‘IRPT’(출입국 기동순찰팀)라 불리는 보호소 대원이 물리적 충돌을 주도했다.
이들은 출입국 공무원일 뿐, 보호소 밖 시민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
시민이 집회를 한다고 담당 부서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나와 ‘직접 물리력 행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장면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각계각층의 시민과 상황을 감시하는 변호사들, 경찰, 기자들이 지켜보는 앞이었다.
현장에 수십 명의 경찰이 있었으나 아무도 공무원들의 위법한 물리력 행사를 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집회하던 이주인권 활동가 두 명을 집시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의 강제력은 오직 시민만을 향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명이 다치고, 한 명이 응급실로 이송됐다.
출입국 당국은 이주구금 관련 법 개정을 최대한 늦추고 싶은 ‘마감’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법이 개정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인 법의 효력을 5월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성을 확실히 제거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지, 위헌적 상태를 최대한 활용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미 위헌임이 판단된 제도의 활용은 자제돼야 하고, 부득이하게 활용하더라도 그 위헌성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과연 출입국 당국은 이러한 헌법적 사명을 인식하고 있는가?   2025년 4월30일 오전 전국 이주인권시민사회단체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4월23일 화성외국인보호소 앞에서 발생한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 제공 위헌 결정 받은 법 조항 활용한 단속은 자제해야 새로운 제도가 시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아직 시행령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개정 법 시행 전까지 무리한 강제퇴거 집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새로운 제도를 의미 있게 시행하기 위해 준비할 귀중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이한재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
그날, 출입국 공무원들이 아수라장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