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박태웅 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 “700쪽 녹서에 담긴 질문, 공론화할 것”
박태웅 모두의질문Q 대표가 2025년 4월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한빛미디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6315개. 2025년 2월7 일부터 3월31일까지 약 2개월간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소통 플랫폼 ‘모두의질문큐(Q)’에 올라온 질문 개수다.
시민들이 쏟아낸 우리 사회의 핵심 정치·사회대개혁 과제인 셈이다.
박태웅 모두의질문Q 대표(민주연구원 집단지성센터장)는 이를 700쪽 분량의 녹서(사회 구성원의 다양한 질문과 의견을 담은 문서) 로 정리했다.
5월 초,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녹서를 전달하며 대중에도 공개할 예정이다.
시민의 질문은 공론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4월28일 서울 서대문구 한빛미디어 사옥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모두의질문Q 프로젝트를 자체 평가한다면. “원래 10개월은 하려 했는데 내란 때문에 기간이 많이 짧아졌다.
아쉽지만 그럼에도 유의미한 건 한국의 제1당이 시민들과 녹서라는 걸 처음 해봤다는 거다.
2025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게 문제구나, 시민들이 이런 걸 정말 바라는구나가 나온 거다.
(앞으로는) 공론화와 이행·제도화가 또 하나의 숙제가 될 것이다.
”   —어떤 의제가 가장 많았나. “아무래도 내란 이후라 ‘정치와 거버넌스’(18%)가 제일 많았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어떻게 해야 하냐,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하자 등이었다.
과거사 청산 요구도 많았다.
‘사회와 복지’(14%), ‘법과 윤리’(11%), ‘경제 산업 변화’(7%), ‘노동 일자리’(7%)에 관한 질문도 많았다.
경쟁 위주의 입시 제도와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비정규직 차별 등을 지적했다.
이런 의제를 국회 상임위나 정부의 각 부처에 할당할 수 있다.
”   —현실 정치가 응답하지 않으면 질문으로만 남을 거란 우려도 있다.
“이건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한 일이다.
여기서 나온 게 공론화됐을 때 그걸 당의 정책 백서로 만들겠다는 합의가 있어서 시작한 거다.
이 질문들을 받아들고 ‘답을 찾겠다’고 할 거라고 생각한다.
원래는 대선 전에 충분한 시간을 거쳐, 당의 정책 백서를 갖고 ‘집권하면 이렇게 하겠다고 발표하자’라는 취지로 시작했다.
수권 정당으로서 집권 계획을 평상시에 만들어놓고 시민들이 그걸 다 보고 평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게 우연히 대선과 겹친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진지하게 질문을 대할지는 의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처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그 외에도 국회의원 수를 늘릴지 등 여러 주제를 공론화했다.
유럽은 ‘퍼실리테이터’(사람들 간 상호작용을 돕는 역할)가 있어서 시민들을 무작위 선별하기도 하고 여론조사 지형대로 모으기도 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모여서 분류한 질문 모음을 노동계·재계·시민사회계·학계에 던진다.
그러면 각계각층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끌어안고 자체적으로 공론화해 답을 제출한다.
그 답이 모여서 백서가 되는 거다.
”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청원과의 차별점은. “국민청원은 일방적이었다.
상소문과 다를 바 없다.
케이티엑스(KTX)-에스알티(SRT) 통합 의제만 해도 문재인 전 대통령 공약에 있었고 국민 청원 수(20만 명)도 충족했는데 정부가 ‘검토 중’이라는 답만 내놓았다.
반면 모두의질문Q는 중요한 질문을 시민들과 공론화할 것이다.
”   —이재명 후보와의 인연은? “지난 대선 때 내가 쓴 ‘눈 떠보니 선진국’을 이 후보가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민주당의 아이티(IT) 특보단으로 공약 만드는 데도 참여해왔다.
모두의질문Q는 2024년 5월 국회의원 당선자 워크숍에서 내가 한 제안이 받아들여져 프로젝트화된 것이다.
”   —이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아직 내란이 진압되지 않았고 그 세력이 여전히 설치면서 끊임없이 뒤집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행보와 윤석열이 석방된 상황, 전광훈이 불러모으는 인파들을 보며 시민들이 굉장히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 엄청난 위기의식의 표현이 이재명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라고 봐야지 다른 뜻으로 이해하는 건 판을 거꾸로 읽는 것이다.
”   —녹서를 정리하며 느낀 우리 사회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삼권분립이라면서 행정부가 너무 비대해서 견제가 안 된다.
두 번째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경기 침체는 명백히 정부발이다.
그로 인해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수도권-지방의 격차가 더 심각해졌다.
이 균열을 놔둔 채 공동체를 유지할 방법은 없다.
세 번째는 디지털 전환과 에이아이(AI) 전환이다.
”   —격차 해소가 한국 사회의 중요한 화두라는 뜻인가. “내란 세력은 공동체가 분열돼야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어떻게든 구조적인 문제를 공동체 내의 세력 간 문제로 치환하는 거다.
그러니까 분열을 줄이려면 결국 격차를 줄여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여서 그런 프로파간다가 존재할 공간을 좁혀야 한다.
”   —이 후보의 ‘모두의 AI’도 격차를 좁히는 구상인가. “‘모두의 AI’도 투자의 과실을 다 나눠 갖자는 거다.
AI는 기반기술이기 때문에 전투기부터 생활용품까지 모든 산업에 달라붙는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거대모델을 가져야 한다.
그걸 어떤 기업도 홀로 할 수 없으니 세금을 들이고 산업계 에이스 다 데려와서 개발한 뒤 오픈소스로 나눠 쓰자는 거다.
”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밟는 건가. “AI를 생태계로 접근하지 않으면 망한다.
지피유(GPU·그래픽처리장치)만 사서 될 것이 아니라 전력 수급, 냉각 시스템이 다 구비돼야 한다.
수만 대의 GPU가 시간 오차 없이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컴퓨팅 시간도 세밀하게 배분해야 한다.
층층이 최고의 전문가들이 붙어줘야 성공하는 프로젝트다.
그러지 않고 그냥 공무원이 GPU만 사는 건 말짱 꽝이다.
” —상당한 예산 투입이 필요해 보이는데 지금은 세수도 부족하고 복지 사각지대도 심각하다.
“개인적으로 증세는 해야 한다고 본다.
최소한 윤석열이 했던 감세는 다 되돌려야 한다.
엘리트 카르텔의 부패를 잡아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  
“모두의질문Q, 문재인 정부 ‘국민청원’과 차별점 뚜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