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땡큐!]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진보당 대변인 출신 손솔이 국회에 입성했다.
대선 이후 공석이 된 비례대표직을 더불어민주연합 소속으로 승계받은 뒤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진보당으로 복당했다.
이 과정에서 제법 잡음이 컸다.
함께 국회의원직을 승계받은 최혁진 의원이 ‘출신지’ 기본소득당으로 복귀하지 않겠다고 하자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정치적 사기꾼”이라며 공개 저격한 것이다.
  나를 닮은 국회의원을 만나고 싶다 손솔 본인이 직접 연루된 문제는 아니지만 비례대표 후보자 순번을 둘러싼 이전투구는 정당 간판을 내건 모든 조직이 겪어온 내홍이고, 비례대표제가 오히려 강화하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은 한국 정치의 심각한 고질병 중 하나다.
다만 왕이 될 상은 따로 없어도 배지 달 상은 따로 있다는 듯 오랜 ‘상도의’를 깨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스스로 연임한 이가 떳떳하게 말할 것은 아닌 듯하니 손솔과 진보당이 앞장서 제22대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방아를 당기길 기대한다.
나는 나를 위해 손솔을 응원한다.
정치인들의 관용 표현이 돼버리기는 했지만 ‘국민을 닮은 국회’는 우리가 여전히 추구해야 할 이상이다.
삼백 명의 국회의원 중 나와 가장 닮은 국회의원은 손솔일 것이다.
그는 혐오와 차별을 배격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등 법제도 제정이 시급하다고 본다.
돌봄과 여성, 기후문제에도 관심이 많고 공개적으로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다.
나도 그렇다.
개인의 성별, 연령, 학력, 직업군, 거주지 등으로만 서로의 유사성을 찾을 순 없다.
국회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한 사회에서 어떤 행동이 허용되는지, 어떤 태도가 금지되는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것이 법이라면 나와 닮은 국회의원은 내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법 감정이나 사회적 합의 같은 모호한 말 대신 ‘나’들의 지향을 법으로 먼저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 그는 비로소 나의 대표자, 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된다.
또한 나는 그를 위해, 그가 속한 2030세대를 위해 그를 응원한다.
지금껏 거대 양당이 호명한 청년들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비정규직이나 취업준비생뿐인 듯하다.
대학을 나와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꾸려 아이를 낳고 부모 세대를 돌볼 청년들만 위로하고 정부가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이나 지역거점국립대를 나와 공채 등의 표준 절차를 거쳐 취업하는 청년은 전체의 10~1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수의 청년은 중소기업에 취직하거나 플랫폼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로 일하고 그도 어려우면 ‘그냥 쉰다’. 지역색을 살린 카페나 예술공간을 차려 성공한 로컬 크리에이터는 유명 유튜버만큼이나 극소수다.
사실 표준 경로를 이탈한 삶에 대해서는 손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에 몸담은 신실한 활동가의 미래가 얼마나 불안한지, 형편은 또 얼마나 옹색한지는 그의 불우했던 선배들을 통해 우리도 어깨너머로 보아왔다.
개인의 헌신과 열정에 조직의 미래를 의탁하는 구태는 오늘날 진보정당의 현주소기도 하고, 한국 사회의 악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손솔의 의무는 일단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데 있다.
  비판해야 할 것은 ‘기득권 정치’ 이 글은 한 일간지에 실린 ‘이준석과 제2, 제3의 이준석을 응원한다’는 칼럼에 반발하기 위해 썼다.
비판해야 할 것은 기성 정치가 아니라 기득권 정치다.
‘싸가지 없음’과 혐오는 다르다.
젊다고 다 응원할 것이 아니라 앞장서 쇄신하겠다는 이를 지지해줘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손솔을 응원하길 바란다.
  신성아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저자
나를 닮은 국회의원, 손솔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