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의 데자뷔]‘공익’이란 이름의 보충역, 신병교육 수료식 현장
돌봄·의료 등 일선 배치돼 이웃에 다양하게 ‘충성’
충남 논산 연무읍 육군훈련소에서 2025년 6월12일 신병교육을 마친 젊은이들이 거수경례하며 “충성”을 외치고 있다.
제복을 입고 시민들 사이에서 공동체를 위해 일할 젊은이들이 우렁찬 소리로 “충성”을 외친다.
2025년 6월12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25-14기 신병교육 수료식’이 열렸다.
이날의 주역은 지난 5월22일 훈련소에 입소해 3주간의 훈련을 마친 보충역 근무자들이다.
이들이 복무할 분야는 흔히 ‘공익’이라 불리는 사회복무요원을 비롯해 예술체육요원, 공중보건의사,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등으로 나뉜다.
육군 현역으로 근무할 신병들이 5주간 이곳에서 훈련받는 것과 달리, 이들은 일부 과정을 줄인 3주 동안의 훈련을 마치고 수료식에 참가했다.
사회복무요원은 이와 별도로 충북 보은 사회복무연수센터에서 병무청이 진행하는 합숙교육을 5일간 받는다.
이들의 복무기간은 훈련을 마치고 자신의 분야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예술체육요원부터 36개월 동안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의 보건소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까지 분야별로 차이가 있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방위병으로 불리다가 1995년부터 2013년까지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불렸던 사회복무요원은 현역병 복무기간 18개월보다 3개월이 더 긴 21개월을 복무한다.
2014년 공익근무요원에서 예술체육요원과 국제협력봉사요원을 분리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이날 수료식에 참가한 이창현(28·가명)씨는 법원 보안과에서 ‘선복무’를 하던 중 입소했다.
2월 초 소집돼 법원 들머리 엑스(X)선 검색대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머리를 깎고 훈련소에 들어왔다.
사회복무요원은 인력 수급상 필요로 하는 기관에서 먼저 근무하다가 훈련받는 선복무제도를 운용한다.
이씨는 “더운 날씨가 가장 힘들었고, 혹서기 운영으로 새벽 3시에 기상해 아침 8시까지 15㎞ 행군한 훈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동기들을 만나 특별한 경험을 했고, 분대장 훈련병을 자청해서 맡아준 동기가 너무 일을 많이 하는 게 고마워 기프티콘으로 인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날 훈련을 마친 젊은이들은 복무 분야에 따라 여러 일터에 배치됐다.
흰색 가운이나 소속 회사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이가 ‘사회복무’란 글귀 옆에 영문으로 ‘Social Service’라 적힌 제복을 입고 일한다.
이 중 상당수는 요양원이나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 관련 일에 종사한다.
요양원 식당에서 조리 업무를 맡은 한 사회복무요원은 “무거운 급식 재료를 나르기보다 더 어려운 일은 조리사분들의 지시를 재빨리 알아듣는 것이다.
‘저쪽에 있는 그거 좀 이거랑 섞어봐’라고 말하면 도무지 뭘 어떻게 하라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해 숙련된 이들이 지시대명사 위주로 말해 초보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2025년 5월22일 육군훈련소 신병교육에 입소한 젊은이들이 부모님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있다.
법원에서 출입자 소지품 검색을 하는 이씨도 어려움이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 뒤 보안검색이 강화돼 방문자의 겉옷을 벗게 하고 엑스선 검사를 해야 하는데, 출입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이 응하지 않거나 불쾌감을 토로하는 일이 잦아서다.
심지어 욕설을 내뱉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병역의무를 대신해 사회복무를 하는 것이라, 더 충실히 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는다”고 귀띔한다.
삶에서 가장 에너지가 왕성한 청춘의 한복판을 우리 사회와 이웃을 위해 소모해야 하는 이들이 각자의 일터로 흩어지기 앞서 얼룩무늬 제복을 입은 채 힘을 모아 “충성”이라 외친다.
그 충성할 대상 역시 사회와 이웃이다.
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출발, 시민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