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퀘어]몽골의 생존을 지탱하는 침엽수림에서 만난 한반도 ‘겨울새’… 도감에만 있던 쇠오색딱따구리, 북방쇠박새를 카메라에 담다
정수리 머리깃을 잔뜩 세운 흰머리멧새 수컷이 시베리아잎갈나무 가지에 앉아 주위를 살피고 있다.
정수리와 뺨, 가슴 위쪽의 흰색과 멱, 가슴 아래쪽의 적갈색이 어우러진 여름깃이 화려하다.
몽골 초원과 타이가 숲에서 번식하는 대표적인 새 중 하나다.
2014년 경기도 파주, 2023년 경기도 시흥, 2024년 강원도 철원에서 나타났다.
2025년 5월29일 몽골제국의 초대 황제 칭기즈칸의 고향으로 유명한 몽골 헨티 지역 탐조에 나섰다.
전문 탐조인과 함께 울란바토르에서 출발해 군갈루트 자연보호구역과 이 지역 최대 담수호인 항갈호수를 거쳐 오논강 유역 침엽수림까지 10일 동안 600㎞를 이동하며 모두 131종의 조류를 관찰했다.
광활한 초원을 가로지르며 달려 시베리아잎갈나무와 자작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는 타이가 숲에 다다르자 숨죽여 기다리던 풍광이 펼쳐졌다.
이곳은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한반도로 내려오는 수많은 겨울새의 고향. 번식을 위해 화려한 깃으로 변신을 마친 새들이 가장 아름다운 ‘완전체'로 생명의 기운을 뿜어냈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겨울새 탐조는 때때로 고행에 가까웠다.
추위 속에서 장거리 이동을 마친 작은 새들은 경계심을 잔뜩 품은 채 덤불 속에 숨어들기 일쑤였다.
어쩌다 시야에 들어온다 해도, 차가운 겨울바람에 털이 부스스하게 일어선 모습과 빛바랜 깃털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게다가 낯선 곳에 대한 예민함이 커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타이가 숲에서 만난 새들은 달랐다.
빽빽한 침엽수림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여름 햇살을 받으며 짝을 부르는 흰머리멧새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겨울철 한반도에 나타났을 때 본 수수한 갈색은 간데없고, 흰색 깃과 선명한 검은색이 어우러진 정수리 번식깃은 감탄을 자아냈다.
예민하지 않고 활기차며 당당한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조류도감에 등재됐지만 실제 관찰이 어려운 쇠오색딱따구리와 북방쇠박새, 노랑배박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도 탐조인으로서 로망을 이룬 셈이다.
철새 이동 시기에 한반도 서해 섬에서 겨우 봤던 흰꼬리딱새와 개미잡이를 본 것도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소중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타이가 숲은 몽골에서 단순한 산림자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숲은 몽골 전체 면적의 약 10%에 불과하고, 그중 70% 이상을 시베리아잎갈나무가 차지한다.
가뭄과 한파에 강한 나무뿌리는 토양 유실을 막고 땅을 비옥하게 한다.
대부분의 국토가 사막화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숲과 나무가 사막화를 막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타이가 숲은 작은 새들의 생명이 움트는 요람일 뿐만 아니라, 몽골이라는 거대한 대지의 생존을 지탱하고 있었다.
입에 먹이를 문 북방쇠박새가 가까이 날아왔다.
북방쇠박새는 쇠박새보다 머리깃에 광택이 적고, 날개깃 바깥 축에 흰색이 선명하다.
쇠박새보다 가늘고 약간 긴 직선형 부리를 가지고 있다.
머리 꼭대기가 붉은 쇠오색딱따구리 수컷이 먹이를 물어오자 암컷이 둥지에서 날아 나오고 있다.
한반도 남쪽에서는 아직 관찰 기록이 없고 함경북도 고산지대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턱 밑이 주황색인 흰꼬리딱새는 한반도를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곤충과 거미류를 먹지만 특히 개미를 좋아하는 개미잡이. 경계할 때 목을 좌우로 움직인다.
숲이 우거진 산림에서 서식하는 들꿩은 위협을 느낄 때 멀리 달아나지 않고 근처 나뭇가지 위에 날아가 앉는다
홍때까치(노랑때까치의 아종)의 별명은 도살자. 잡은 먹이를 나뭇가지나 가시에 꽂아 저장하는 습관이 있다.
타이가에서 새들은 활기차고 당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