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처음 4000선 넘어… 2030 청년들 다시 주식 투자 열기
코스피가 한때 4138.94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2025년 10월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반년 사이 70% 넘게 치솟은 코스피를 보며, 직장인 김아무개(35)씨는 2025년 10월 중순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대출)을 ‘뚫었다’. 빚으로 마련한 돈 1억원은 모두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김씨는 2025년 11월2일 한겨레에 “막차라도 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2019년 대출받은 3천만원을 투자해 최대 10억원까지 불렸다가, 결국 2023년 레버리지 상품(가진 돈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게 대출이나 마진 거래를 활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상품)이 청산되며 번 돈을 모두 잃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럼에도 최근 찾아온 주가 상승 랠리 앞에 김씨는 투자 실패의 두려움보다 초조함을 느낀다고 했다.
“사실상 마지막 사다리 같은 느낌이 들어서 뛰어들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넘어서고 금, 가상자산, 국외 주식 전반이 함께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가 이어지며 20~30대 청년들 사이에서 다시 주식 투자 열기에 불이 붙고 있다.
초기 자본이 적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경우가 대부분이라 빚을 내거나 적금을 깨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활황기 주식 투자가 청년들에게 ‘자산 격차를 메울 흔치 않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의 약자, 나만 제외될까 두려운 심리)로 인한 무리하고 충동적인 투자가 낳을 부작용도 여전하다.
투자에 나선 청년들은 대부분 당장 ‘불장’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전했다.
2020~2021년 주가 상승기 ‘영끌 투자’에 나섰던 청년들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당시보다 더 벌어진 격차에 조급함도 커졌다는 것이다.
이형준(28)씨는 “친구들 중에 내가 가장 늦게 주식을 시작했다.
안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이미 청년들 사이 주식 투자가 대세로 자리 잡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씨는 “코로나19 주가 상승 때 주식으로 큰돈을 번 친구들을 보면 나는 이미 뒤처졌다는 조바심이 든다”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5년 6월 낸 ‘청년층 금융자산 특징과 실태 및 시사점’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에서 주식·채권·펀드를 보유한 가구 비중이 거의 2배 증가했다”며 “청년층 가구 소득분위별 금융자산 규모 격차는 최근 더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금융 투자는 ‘이미 선을 넘겨버린’ 부동산에 견줘 그나마 닿을 수 있는 마지막 선택지로도 여겨진다.
8년차 직장인 장아무개(28)씨는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1700만원 정도 모은 주택청약통장을 해지한 뒤 2025년 4월 현금 2천만원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해서 현재 2배로 불린 상태다.
장씨는 “청약을 오래 넣어 웬만하면 1순위지만, 살고 싶은 지역의 분양 공고를 보면 분양가가 7억~8억원부터다.
이게 맞나 싶어 통장을 깼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시장의 변동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무리하거나 조급한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30은 다른 세대에 비해 요구수익률이 높고 변동성이 큰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채를 일으키는) 레버리지 투자 등 위험성이 큰 상품에 투자하기보다 상장지수펀드(ETF) 같은 분산형 포트폴리오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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