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반지하 네 가구 심층 인터뷰… 주거안전 낮아 정신건강에도 악영향
메인) 2025년 10월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송정동 반지하 주택에 사는 서윤희씨가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창문을 연 채 밖을 바라보고 있다.
창 아래쪽으로 빗물막이(차수막)가 설치돼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도시에서 가장 낮은 곳, 반지하엔 빗물과 절망이 고인다.
2022년 8월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땐 여지없이 반지하로 빗물은 흘러갔고, 네 명이 빗물에 잠겨 세상을 떠났다.
‘위험거처’에는 도시의 비싼 집값을 피해 취약계층이 모여 있다.
“반지하가 내 무덤”이라는 위암 말기의 남성과 “반지하에서 더는 못 살겠다”고 집 떠난 딸을 기다리는 60대 후반 여성의 눈에서는 희망이 읽히지 않았다.
영화 ‘기생충’이 반지하 주택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반지하에서의 사고는 끊임이 없지만, 반지하에는 여전히 40만 가구가 산다.
“반지하에서 더 이상 못 살겠다”고 떠난 딸
불행에 겹친 불행에 떠밀려 지금의 반지하에 내려오게 됐다고 한겨레21이 심층 인터뷰한 네 사람은 말했다.
대낮에도 서윤희(68)씨의 서울 성동구 송정동 반지하 집은 어두웠다.
방에 작은 창문 두 개가 있었지만, 누가 들여다볼까 열지도 못했다.
그나마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오는 빛도 집을 밝히기엔 충분하지 않았다.
“이제 익숙해요. 어차피 집에서 별로 하는 것도 없는데….” 서씨가 불을 켜니 점심 밥상이 보였고, 그는 그제야 밥숟갈을 들었다.
서씨는 9년 전까지만 해도 한 수제화 공장에서 가죽을 재단했다.
40대에 시작한 일은 딸(37)과 살면서 행복한 하루를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때만 해도 프레스가 없어서 가죽을 칼로 직접 재단했어요. 양 손목에 터널증후군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일했어요.” 직장인 성동구 성수동과 멀지 않은 중랑구 중화동의 한 연립주택에 딸과 함께 살면서 미래를 그려나갔다.
어느샌가 중국에서 수입한 값싼 구두가 국내에 풀렸고, 수제화 공장은 적자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고 말았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서씨는 전세사기를 당해 보증금 8천만원도 모두 잃었다.
모녀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의 반지하 주택에 내려앉았다.
서씨가 혼자 살게 된 건 두 달 정도 됐다.
딸이 “반지하에서 더 이상 못 살겠다”고 집을 뛰쳐나간 뒤부터다.
서씨는 빈 방문 앞에 딸 사진을 붙여두고 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김성희(68·가명)씨는 유명 의류회사에 다니다가,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뒤 회사를 나와 한복가게를 차렸다.
오빠(76) 명의의 연립주택에서 언니(71)와 함께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김씨는 오토바이 ‘날치기’ 강도를 당했다.
가방을 지키려고 끝까지 붙잡았던 김씨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골반뼈가 깨지고 허리를 다친 김씨는 1년 동안이나 침대 밖을 나가지 못했다.
겨우 일어나 한복가게를 다시 시작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발병한 위암이 그를 가로막았다.
옷을 만들지 못하게 된 김씨는 더는 돈을 벌 수 없었다.
2014년엔 오빠가 운영하던 사업체가 망해 오빠 명의의 집마저 모두 처분해야 했다.
세 남매는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고 반지하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2024년 12월 세상을 떠났고, 이제 아픈 세 노인만이 반지하에 남겨졌다.
박상운(66)씨는 10년 전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위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긴 입원 끝에 집에 돌아오니, 연립주택 집주인이 다짜고짜 5500만원이던 전세보증금을 8천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성동구 일대 집값이 올라간 탓이다.
그동안은 치킨집, 경양식집 등 자영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온 박씨였지만, 더는 일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다.
박씨는 보증금을 빼고 전 재산을 털어 ‘내 집’을 매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반지하뿐이었다.
서울 반지하 주택 20% 침수 위험 지역에 위치
집은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이지만, 반지하는 그렇지 못하다.
3년 전 수마가 서울의 반지하 주택들을 덮친 뒤에도 여전히 위험은 계속됐다.
전국의 반지하 주택 60% 이상(39만8325가구 가운데 24만5천 가구)이 서울에 있는데, 이 가운데 20%가 침수 위험 지역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시간당 100㎜ 비가 내리면 서울 반지하 주택 가운데 7.4%가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2025년에도 반지하는 어김없이 수해를 입었다.
2025년 8월13~14일 집중호우로 인해 서울시 반지하 주택 1072가구가 침수 피해를 본 것으로 서울시는 집계했다.
서울시와 자치구들이 수해를 막기 위해 물막이판 등을 설치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8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서울시가 파악한 침수 우려 반지하 가구 수는 2만4842가구인데, 이 가운데 물막이판을 설치한 가구는 67%(1만6626개)에 불과했다.
한겨레21이 방문한 성동구의 네 가구 가운데 세 가구에 침수를 막기 위한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가장 침수에 취약한 관악구(침수 위험 1등급)의 경우 물막이판 설치율이 2024년 기준 44%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지하 주택은 화재 위험도 크다.
대부분의 반지하는 환기가 잘 되지 않아 화재가 나면 연기와 유독가스가 쉽게 차고, 비상대피 경로도 미비해 탈출이 어렵다.
게다가 반지하는 노후 건축물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 소화기를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반지하 관련 민원 분석을 통한 제도개선 방안’(2023) 보고서를 보면, 전국 지하·반지하 가구 중 소화기가 없는 가구 비율은 65.2%, 화재경보기가 없는 가구 비율은 75.8%에 달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반지하 주택에서 화재로 2023년 4명(서울 구로구, 경기 의정부시, 서울 강동구)이 사망했고, 2024년에도 2명(경기 부천시, 서울 강북구)이 세상을 떠났다.
2025년에도 서울 강동구 다세대주택의 반지하에서 60대 1명이 화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낙상 사고 위험도 크다.
애초 반지하 주택은 주거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기에, 이동에 불편을 주는 계단이나 턱이 많다.
영화 ‘기생충’의 주인공 기택의 집처럼 화장실이나 변기가 바닥보다 높게 설치된 경우도 흔하다.
지상의 정화조보다 변기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경호(72·가명)씨네 화장실에는 가파른 계단이 있다.
20㎝ 정도 높이의 계단 4개를 올라야 변기에 이른다.
“술에 취해 화장실에 갔다가 변기 계단에서 미끄러져서 넘어졌어요. 큰일 날 뻔했어요.” 서윤희씨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2개의 문턱을 넘어, 계단 한 칸을 오르는 여정을 겪어야 한다.
무릎에 인공관절 시술을 해서 거동이 어려운 서씨에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2025년 10월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송정동 반지하 주택에 사는 서윤희씨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방 침대에 앉아 쉬고 있다.
왼쪽은 주방 겸 거실. 방 전등을 켜지 않아 칠흑처럼 어둡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천장은 습기로 썩고 전등마저 고장
김성희씨의 반지하 주택은 항상 습해, 여름이 다 지난 10월에도 집 곳곳에 제습제를 수십 개씩 놓아야 할 정도다.
김씨 집 벽 곳곳에서 제습제를 이겨내고 핀 곰팡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경호씨 집도 천장이 모두 습기로 썩었고, 전등마저 고장 났다.
나씨는 “어차피 천장 도배를 다시 해도 또 곰팡이가 생길 텐데 굳이 또 바꿔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에야 성동구청의 지원으로 천장을 다시 도배하고 전등을 교체했다.
반지하 주택의 창문은 행인들의 허리 아래 높이에 있어 누구에게나 쉽게 노출된다.
그러다보니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사생활 침해도 심각하다.
많은 반지하 주택 거주자가 창문을 아예 열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서윤희씨는 단독주택의 지하지만, 주인집 창고가 바로 창문 앞에 있어서 집주인 가족이 지나갈 때마다 눈을 마주치게 된다.
그래서 서씨는 아예 안방 창문을 열지 못한다.
박상운씨 집은 바로 옆집 빌라 창문과 마주 보고 있다.
옆집에서 반지하 주택 창문 안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통에, 박씨는 버려진 문짝으로 창문을 막아버렸다.
성수동 번화가에 사는 김성희씨의 집에는 젊은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린다.
김씨의 반지하 창문 너머로 행인들이 떠드는 소리,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
“집 바로 앞에 유명한 팝업 스토어가 있어서, 밤 11시까지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 행인들은 반지하 창문 바로 앞에 있는 담벼락 뒤로 쓰레기도 버린다.
얼마 전에는 행인들이 담벼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통에, 담벼락이 무너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반지하에 산다’는 주변의 시선도 편치 않다.
김씨는 “교회 교우분들이 자기 집으로 초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반지하에 산다는 걸 알면 날 다르게 볼 것 같아서 나는 한 번도 집에 초대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반지하 주택의 열악한 환경과 그곳을 바라보는 시선은 거주자들의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서윤희씨 모녀는 9년 전 반지하방에 들어가면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던 딸의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
딸의 우울은 하루에도 몇 번씩 덮쳐왔고, 직장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몇 달 만에 때려치우기를 수차례, 딸은 결국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몇 달 전 딸은 “엄마, 반지하에서 더 이상 못 살겠어”라며 집을 뛰쳐나가 지역에 있는 친구 집으로 떠나버렸다.
예산·지원 턱없이 부족한 ‘반지하 멸실’ 계획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반지하 주거 위험성 대책은 ‘반지하 퇴출’에 맞춰져 있다.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을 지상으로 이주하도록 지원하고, 기존 반지하는 매입해 주거 목적으로 못 쓰게 하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는 않고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반지하 주택 거주자 이주 지원 프로그램을 제시했으나, 되레 예산은 줄였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2022년 6조9천억원에서 2023년 5조7천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래서 정작 반지하를 떠나 이주한 사람도 많지 않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와 재해 우려 지하 가구 중 공공·민간 임대주택으로 옮긴 경우는 5606가구에 불과했다.
서울 반지하 가구의 2.3%다.
서울시가 월 20만원을 월세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반지하 특정 바우처)을 신설했으나,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구는 연평균 700~800가구에 그친다.
정부는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주거 용도로 쓰지 않게 하겠다는 일종의 ‘멸실’ 계획도 추진하고 있으나, 2023년부터 2025년 7월까지 2년여 동안 겨우 949호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전국의 반지하 가구가 40만 가구인 것에 견줘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시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매입한 주택으로 이주한 가구는 729가구에 불과했다.
서울시 전체 반지하 가구 대비 0.3%다.
그러다보니 반지하 거주 가구가 줄어드는 속도는 미미하다.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반지하 거주 가구는 2005년 58만7천 가구, 2010년 51만8천 가구, 2016년 36만4천 가구, 2020년 32만7천 가구, 2024년 39만8천 가구다.
2024년에는 도리어 반지하 거주 가구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2020년엔 표본조사, 2024년엔 센서스(총조사)를 했다는 조사 방법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2016년 뒤로 반지하 거주 가구는 거의 줄지 않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나경호(가명)씨의 반지하 주택 화장실에서 변기를 이용하려면 계단 네 칸을 올라야 한다.
나씨는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진 적이 있다.
최근 성동구청의 지원으로 계단 옆에 손잡이를 설치했다.
채윤태 기자
김성희(가명)씨의 서울 성동구 반지하 주택은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많이 생긴다.
제습제를 집안 곳곳에 수십 개씩 놓아둔다.
채윤태 기자
“반지하방이 내 무덤”
“이미 여기가 내 무덤이라 생각하고 있지. 이 반지하는 10년이 지나도 가격이 오르지 않았는데 주변 집값은 두 배, 세 배씩 올랐어. 지상층 이사는 꿈도 못 꿔.”(박상운씨)
집값이 높은 탓에, 빠듯한 생계 탓에 반지하 주택 거주자들은 전폭적인 지원 없이 당장 반지하를 벗어나기 힘들다.
다른 반지하 주택에서 5년 정도 살다가 또 다른 반지하에서 10년째 사는 ㄷ씨는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또 다른 반지하 주택을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지하 주택은 거의 월세가 오르지 않는다.
10년 전에 살던 반지하 주택도 월세 30만원이었고, 지금 사는 곳은 35만원이다.
이 이상으로 월세를 내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반지하 주택 거주자 대부분이 수입이 없거나 저소득층인 탓이다.
서윤희씨는 양 무릎에 인공관절수술을 하고, 왼쪽 팔에 큰 부상을 입어 철심 5개를 박아 거동이 불편하다.
그나마 오전에 치과 두 곳의 청소를 주 6일 해주고 합쳐서 월 70만원을 받는다.
여기에 국민연금 30만원을 더해도 월세 35만원과 생활비 등을 빼면 모을 돈이 없다.
서씨는 “직업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출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성희씨의 경우에도 세 남매가 같지만, 오빠는 백내장으로 거의 앞을 볼 수 없고, 김씨도 큰 부상의 후유증으로 일할 수 없다.
언니가 유일하게 보험설계사로 일하지만, 세 가족의 생활비를 겨우 감당할 정도다.
박상운씨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통장 활동비와 국민연금으로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나경호씨는 오피스텔 관리 일을 하며 월 190만원 정도를 받고 있지만, 고향의 가족에게 매달 생활비를 100만원씩 보내고 자신의 빚 상환에 월 50만원씩 내고 나면 생활비도 모자랄 판이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하 거주 가구의 월평균 경상소득은 231만원으로, 전체 가구(377만원)의 61.3%에 불과했다.
지상 주택 월세 지원을 하더라도 장기간 높은 월세를 감당하긴 어렵다.
2025년 서울 원룸 평균 월세가 약 73만원으로, 평균 30만~40만원인 반지하 월세의 두 배에 이른다.
반지하 거주자 대부분은 경제활동이 어려운 고령이거나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사는 더 부담된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지하 거주 가구주의 연령대 비율은 60살 이상 43.1%, 50~59살 19.9% 등으로 고령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체 반지하 가구 중 장애인이 있는 가구 비율은 21.6%로, 일반 가구보다 높다.
한겨레21이 심층 인터뷰한 네 명 가운데 세 명은 심각한 건강상 문제가 있었다.
그나마 지상으로 이사할 수 있는 희망은 공공임대주택이었다.
김성희씨에게는 반지하 주택을 떠날 기회가 찾아오기도 했다.
김씨의 돌아가신 부친이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라, 송파구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 20년 장기 임대로 들어갈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러나 임대아파트에 최종 입주 계약을 하기 전날, 보훈 가족 자격자인 김씨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결국 김씨 가족은 기회를 놓쳐버렸다.
“당시에 너무 슬펐어요. 지금은 차라리 (임대아파트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려 해요.”
2025년 10월28일 오전 서울 성동구 송정동 반지하 주택에 빗물막이(차수막) 등이 설치돼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정원오 구청장 “집수리 정책 외에 구조적 정책 함께 추진돼야”
반지하 주택에 대해 여러 정책이 발표되고, 또 지지부진하게 추진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반지하 주택에는 40만 가구가 살고 있다.
당장의 삶의 터전에서 겪는 위험과 불편을 감수한 채 장기적 목표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반지하 주택 거주자가 이주하게 되더라도 반지하 주택이 남아 있는 한 또 다른 거주자가 들어올 수밖에 없어, 장기 목표인 ‘퇴출’은 당장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그래서 지금의 반지하 주택을 더 ‘살 만한’ 집으로 바꾸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서울시가 반지하 주거환경 지원사업(주거안심동행 민관협력사업)을 2022년부터 진행하고 있으나, 2024년까지 2년 동안 57가구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성동구는 2022년부터 자체적으로 실시한 반지하 주택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등급 진단과 주거개선 사업을 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반지하 집수리 정책만으로 주거안전과 주거복지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 확충, 저층 주거지 정비, 원주민 재정착 보장 같은 구조적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반지하 등 위험거처 개선사업은 주거안전과 주거복지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여러 제도 중 하나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단기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장기 목표인 반지하 주택 거주자에 대한 이주 지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공임대주택을 더 공급해야 한다.
아울러 현행 주거비 지원 정책은 6년 동안 월세를 지원하고 있는데, 6년만 지원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주 지원 대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지하 방이 내 무덤”…폭우 참사 3년 지나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