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토크]
“
그날, 국가는 없었습니다
. 지켜야 했던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막을 수 있던 희생을 막지 못했습니다.
사전 대비도, 사후 대응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 2025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약속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입니다.
그동안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목표로 검경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가 있었습니다.
수사는 서울경찰청과 용산구청 관계자 등을 기소하는 선에 그쳤습니다.
그들에게 물은 책임도 사상자 발생을 방지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결과’에 머물러 있습니다.
국회도 2023년 1월 902쪽에 달하는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냈지만, 경찰과 용산구청 등 관계 기관이 초동 대응에 실패했고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결과’를 지적하는 선에서 진상 규명 작업을 끝냈습니다.
그날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 137명 중 질서 유지를 위한 경비기동대는 ‘왜’ 한 명도 없었는지, ‘왜’ 당시 경찰 활동은 군중 분산보다 마약과 성폭력 등 범죄 예방·단속에 맞춰져 있었는지, 경찰과 용산구청은 ‘왜’ 인파 밀집에 대비하지 않았는지….
이유는 지금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현재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그 이유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참사 당일 희생자 구조와 병원 이송, 가족 인도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 당일 구조·구급 활동의 적절성뿐만 아니라 정부의 이태원 참사 피해자 지원 체계의 적정성,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문제 등도 살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특조위는 정부에 등록된 피해자(최소 498명) 중 자신의 피해 사실을 조사해줄 것을 직접 신청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개별 연락을 해서 조사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의 신청도, 조사에 동의하는 피해자의 수도 저조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2차 피해를 직접 유발하고 방치한 책임이 큽니다
. 그러는 사이 피해자를 비난하는 태도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침묵은 개인이 용기를 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
우리 사회가 피해자의 말을 들을 준비와 자세가 돼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 피해자가 지금도 고통을 겪는지, 그 고통이 진짜인지에 주목할 게 아니라 고통이 지속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피해자의 기억을 공동체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짚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참사 현장에서 피해를 입거나 긴급구조 활동을 한 피해자의 증언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일상을 회복하고 그날 경험한 사실을 특조위에 증언할 수 있도록, 더 이상의 2차 피해는 없어야 합니다.
부디 2차 피해를 유발하며 자신의 삶을 낭비하는 사람이 없길 바랍니다
.
※관련 기사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227.html
〈이태원 참사 피해자 향한 ‘입틀막’…생존자들이 말하는 진행형 고통〉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215.html
〈‘나도 피해자인가’ 묻는 이들과 만나야 할 때〉
피해자의 기억을 공동체의 지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