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회사’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 “18개월 내 5조 달러” 전망도
1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5’에서 로봇용 인공지능(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GETTYIMAGES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4조 달러(약 5430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6월 25일(이하 현지 시간) 주당 154.31달러로 거래를 마친 엔비디아는 시총 3조7630억 달러(약 5110조 원)로 마이크로소프트(MS·3조6580억 달러·약 4970조 원)를 제치고 1위 탈환에 성공했다.
또 27일에는 주가가 역대 최고가인 157.75달러까지 오르면서 시총이 3조8491억 달러(약 5230조 원)에 달해 4조 달러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현재 전 세계에서 시총이 3조 달러를 넘어선 기업은 애플과 MS, 엔비디아 단 3곳뿐이다(표 참조). 그중 세 번째로 3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 엔비디아는 2022년 말 챗GPT가 촉발한 초거대 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2023년 6월 종가 기준 시총 1조 달러를 넘어선 것이 시작이었다.
2024년 2월 2조 달러, 그해 6월 3조 달러를 넘어섰고 이제 다시 1년여 만에 첫 4조 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도 올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고전했다.
1월 6일 149.43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 주가 기록을 세웠던 엔비디아는 이후 약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대대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4일에는 100달러 선이 무너지며 94.31달러로 추락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성능을 낮춘 대중(對中) 수출용 H20 반도체에도 추가 규제를 가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반도체 다음은 로봇과 자율주행차 하지만 5월 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
엔비디아는 5월 28일 올해 1분기(2~4월) 매출이 전년 대비 69% 증가한 440억6000만 달러(약 59조8000억 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433억10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였다.
올해 들어 MS와 메타, 아마존, 알파벳 같은 빅테크 기업이 잇달아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도 엔비디아 주가가 상승하는 요인이 됐다.
특히 최근 펼쳐진 신고가 랠리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6월 25일 주주총회에서 “엔비디아에는 여러 성장 기회가 있다.
그중 AI와 로보틱스가 가장 크고, 이는 수조 달러 규모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고 발언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 황 CEO는 “자율주행차가 첫 상업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AI 칩에 이어 로보틱스 시장에서도 강자로 자리 잡으리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또한 황 CEO는 “우리는 언젠가 수십억 개 로봇, 수억 대 자율주행차, 그리고 수천 개 로봇 공장이 엔비디아 기술로 작동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는 스스로를 단순한 반도체 회사라고 생각지 않는다.
‘AI 인프라’ 혹은 ‘컴퓨팅 플랫폼’ 제공업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핵심 기술 분야에서 독점적 위치” 실제 엔비디아는 1년 전부터 자동차 부문과 로보틱스 부문을 하나로 묶어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5월 실적 발표에서는 이 부문에서 5억6700만 달러(약 7707억8000만 원)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약 1%에 불과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한 수치다.
단순한 AI 칩 제조업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기술을 함께 제공하며 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엔비디아에 대해 시장은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한다.
마이클 스미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엔비디아 성장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몇 달 전보다 높아졌다”며 “AI 경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엔비디아 성장세는 다시 시작됐다”고 말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AI 혁명이 아직 초기 단계”라면서 “엔비디아가 여름이 가기 전에 4조 달러, 향후 18개월 내 5조 달러(약 6800조 원)를 돌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명 투자사 루프캐피털도 목표주가를 기존 175달러에서 250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아난다 바루아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생성형 AI의 다음 ‘황금물결’에 진입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예상보다 강한 수요 증가의 최전선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엔비디아는 여전히 핵심 기술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가격 결정력과 수익률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댄 데이비도위츠 폴렌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정보책임자는 “현 기업가치는 향후 성장 지속 여부에 달렸는데 이미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들은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려면 매우 낙관적인 가정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수요 전망에 대한 충분한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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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시총 4조 달러’ 목전 엔비디아 “상승 여력 충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