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저승사자’ 서울청 조사4국장 출신… ‘盧 일가 은닉 비자금’ 고강도 조사 전망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는 그동안 노태우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의 실체 규명을 위한 의정 활동에 적극 나서왔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임광현 의원(56)이 이재명 정부 첫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고(故) 노태우 대통령 일가 은닉 비자금에 대한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임 후보자는 행정고시(38회) 합격 후 국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정통 세무 관료 출신이다.
본청과 서울지방국세청(서울청), 중부지방국세청(중부청) 등에서 모두 핵심 보직인 조사국장을 맡았다.
자타 공인 ‘조사통’으로, 특히 탈세 적발 분야의 실력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청장과 국세청 차장을 지낸 뒤 퇴임한 임 후보자는 지난해 비례대표의원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이후 강민수 국세청장을 상대로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강력한 조사를 주문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는 해당 조사 담당자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을 지목했는데, 임 후보자 자신이 바로 서울청 조사4국장 출신이기도 하다.
“盧 비자금, 국가에 추징됐어야 할 돈”
현직 국회의원이 국세청장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6월 27일 인선 배경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활동을 통해 더 넓어진 시야를 바탕으로 공정 조세와 납세자 보호에 기여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의 실체 규명을 위한 의정 활동에 적극 나서왔다.
지난해 7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작성했다고 알려진 ‘김옥숙 메모’를 제시하며 비자금 은닉과 무단 대물림 의혹을 제기한 게 한 사례다.
이 메모에는 ‘선경(현 SK) 300억’ ‘노재우(노 전 대통령 동생) 251억’ 등 총 904억 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쓰여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자신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부친의 300억 원이 SK 성장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자료로 재판부에 제출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임 후보자는 이날 강민수 국세청장에게 “당시 노 대통령이 최종현 회장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한 다음 증빙으로 약속어음을 받았는데, 이것이 증여가 아니라 노 대통령의 차명재산이나 받아야 하는 유효한 채권이었다고 한다면 2021년 사망한 노 대통령의 상속재산에 포함돼야 한다”며 “법원 자료에서 탈루 혐의(상속세 누락)가 나왔기 때문에 세무조사가 가능한 건으로 판단되는 만큼 조사에 착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 관장과 이혼소송 중인 최태원 SK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300억 원이 SK에 유입된 적이 없다며 맞서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노 관장 측이 스스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거액에 대해 밝힌 만큼 진상 규명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의미였다.
임 후보자는 이어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이 건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하는 게 업무 분장상 맞을 것 같다”며 “이럴 때 ‘재계의 저승사자’라고 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가서 실력 발휘를 한번 해야 되는 것 아니겠냐”고 강 청장을 압박했다.
또 “전직 대통령의 정당하지 못한 자금, 그래서 국가에 추징됐어야 할 자금, 그러나 추징되지 못한 자금에 대해 국세청이 조세 정의 차원에서 세금으로라도 환수해야 된다”고도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일가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는 민주당 김영환, 장경태, 정청래 의원 등도 실체 규명 및 환수를 국세청과 검찰 등에 촉구한 바 있다.
따라서 임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 관련 조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불법 재산’ 환수 위한 입법 노력도 이어져
세무당국 조사와 별개로 전두환, 노태우 정부에서 부정 축재한 이들의 불법 재산 환수를 위한 입법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장경태 의원은 쿠데타, 내란 등을 일으킨 ‘헌정질서 파괴범’의 부당 수익에 대해 독립몰수 및 제3자 몰수를 할 수 있는 내용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도 독립몰수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독립몰수는 범죄자 사망, 공소시효 완성 등으로 검찰이 공소 제기를 할 수 없는 경우에도 특정 재산과 범죄 사이 연관성이 입증되면 몰수만 독립적으로 선고할 수 있는 제도다.
관련 입법이 이뤄지면 군사정부 시절 부정 축재 관련자의 자녀와 제3자 등에게 이어진 은닉 비자금을 환수할 길이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군사정권 시절 발생한 부당한 사건의 경우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은 5월 18일, 대선 후보로서 광주를 찾은 자리에서 “국가 폭력, 군사 쿠데타, 국가권력의 살상 행위 또는 시도에 대해서는 시효를 배제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은닉 비자금 의혹 당사자인 노소영 관장은 지난해 5월 최태원 회장의 재산 중 1조3808억 원을 자신에게 분할 및 지급하라는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 및 대학가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지난해 김옥숙 여사와 노 관장,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남매를 범죄수익은닉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6월에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에 맞춰 ‘신군부 세력 비자금 환수를 위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관련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같은 달 노 관장의 경기대 예술대학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학생들이 반대 대자보를 붙이고 시위를 계획하는 등 반발 움직임도 일었다.
학생들은 “노소영은 이혼소송 중 비자금 실체를 스스로 인정한 바 있지만 지금까지 이 비자금이 온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은닉 재산은 여전히 흘러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후 노 관장 측은 건강상 이유를 들어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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