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잠실 등서 계약 취소 179건… ‘노도강’ 반사이익 기대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김우정 기자
“6·2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날 입주를 앞둔 고객들이 ‘자금계획을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며 문의 전화를 해와서 하루 종일 난리였다.
전세를 놓으려다가 직접 입주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꾼 사람도 적잖다.
전세계약이 취소된 경우도 있다는데 아직 소문 정도라서 정확히는 모르겠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 A 씨) 이재명 정부가 6월 27일 전격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6·27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3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공급 확대책,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고 밝혀 향후 정부가 내놓을 추가 대책에도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6·27 부동산 대책 후 ‘매입 포기’ 속출 기자가 7월 2일 찾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부동산시장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메이플자이는 6월 30일 입주가 시작된 신축 단지다.
신반포아파트 한신 8∼11차, 17차 등 단지와 상가를 합친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한 곳으로, 이 일대 대장주 중 하나로 꼽힌다.
6·27 부동산 대책으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메이플자이를 비롯해 당장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 수분양자(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의 자금 조달 계획이 어그러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은 수분양자가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 또는 분양 잔금을 낼 때 활용하는 대출이다.
이 같은 대출길이 막히면 수분양자로선 대출 없이 보증금을 낼 수 있는 ‘현금 부자’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
최근 부동산시장 현실상 쉽지 않은 조건이다.
    부동산시장에선 이번 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마지막 주말 사이 메이플자이에서 전세계약 취소 건이 나왔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사 B 씨는 “전세계약 취소 얘기를 언론 보도로 접했는데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84㎡(이하 전용면적) 전세가가 18억 원까지 갔다가 최근 16억 원대로 하락했지만 신축 물량이 대거 풀린 영향인지, 부동산 대책 발표 때문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6·27 부동산 대책 이전에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분양 단지는 사정이 다소 낫다.
잔금 대출의 경우 종전처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6억 원 이상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직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지 않은 단지다.
이들 단지는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는 것은 물론, 주담대 한도도 6억 원으로 묶인다.
분양에 관심을 둔 매입 희망자 처지에선 자금 동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된 가운데 주택 매매계약이 깨진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매매가 이뤄진 아파트 중 6월 27일∼7월 2일 계약이 해제된 사례는 179건에 달했다.
6·2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당일 계약을 맺었다가 곧장 해제한 경우만 14건이다.
이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6차 83㎡와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83㎡는 각각 38억3000만 원과 32억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으나 당일 해제됐다.
이 같은 매매계약 취소 중 상당수는 6·27 부동산 대책 여파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 세입자를 받을 생각으로 집을 매입한 경우 세입자 임차보증금 반환 대출한도가 1억 원으로 제한됨에 따라 향후 보증금 대부분을 현금으로 충당하지 않는 이상 계속 세입자를 들여야 한다.
  자금 융통 길이 좁아지자 강남 3구와 성동·용산구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선 매입 문의가 줄어든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비교적 아파트 시세가 낮은 곳은 ‘반사이익’ 기대감에 관심을 갖는 이가 늘어난 분위기도 감지된다.
  “집값 상승 막을 수 있다” vs “전월세 가격 상승 우려” 이번 대출 규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해 전문가들 의견은 엇갈린다.
안명숙 부동산마케팅·솔루션제작소 ㈜오지랖 대표는 “정부가 유동성 관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고가 아파트 거래를 규제함으로써 집값 상승세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며 “최근 서울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오른 곳은 강남 3구 등 주요 지역에 국한되기에 ‘대출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비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강한 대출 규제로 줄어든 매매 수요가 전월세 수요로 쏠리면서 향후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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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계획 당장 어떻게 바꾸나”… 고강도 부동산 대출 규제에 현장 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