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모든 책임 나에게”, 박근혜 “국민께 송구”, 이명박 “참담한 심정”
검찰 조사에 출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부터). 동아DB
윤석열 전 대통령은 6월 28일 ‘내란 특검’ 조사실이 마련된 서울고등검찰청 청사에 출석했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곧 기자들이 다가갔으나 각종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민주화 이후 검찰 포토라인에 선 대통령은 모두 5명이다(표 참조).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짧게는 한 마디, 길게는 수 분 동안 국민에게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노무현 “국민 여러분께 면목 없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1일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대검찰청 1차 소환 당시 카메라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 말은 “정말 미안합니다”였다.
그는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16시간 20분(이하 조서 열람 포함)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었다.
민주당 박계동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차명계좌 40개에 100억 원씩 비자금을 분산 예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수사에 나서자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0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5000억 원의 통치 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국민 여러분 앞에 무릎 꿇고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해 11월 16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될 때도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
나 때문에 곤욕을 치른 기업인을 보살펴달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2009년 4월 30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청사 앞에 섰다.
검찰은 앞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일가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부인 권양숙 여사 등 노 전 대통령 측근을 줄줄이 조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경남 봉하마을에서 대검찰청으로 출발하며 “국민 여러분께 면목 없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고, 청사 앞에서도 재차 “면목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13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뒤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련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압송된 전두환, 교도소에서 검찰 조사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이 결정된 지 11일 만이다.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업무상 기밀 누설 등 총 14개 혐의를 받고 있는 상태였다.
취재진이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담담하게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한 뒤 청사로 들어가 21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세 차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한 바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8년 3월 14일, 퇴임 후 5년 만에 서울중앙지검 앞 포토라인에 섰다.
횡령 및 뇌물 혐의를 받은 그는 이날 1분여에 걸쳐 약 300자 분량으로 심경을 토로했다.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한 때에 나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후 당시 수사를 총괄한 한동훈 서울지검 3차장검사와 티타임을 가진 이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문 조서 확인을 포함해 총 21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국민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 대신 ‘수사 비협조’ 의지를 천명했던 전직 대통령도 있다.
1995년 서울지검에 구성된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출석 요구를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는 특수본이 그해 12월 1일 소환 조사 방침을 밝히자 바로 다음 날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검찰의 소환 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내용의 ‘골목 성명’을 발표한 뒤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은 법원의 사전 구속영장 발부로 안양교도소로 압송돼 교도소 안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출석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어떠한 메시지도 내지 않은 채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6월 16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7차 재판에 출석할 때 기자들을 향해 딱 한 번 입을 열기는 했다.
이때 그는 “아니, 나 저 사람들(지지자들) 좀 보게 이 앞을 가로막지 좀 말아주시면 안 되겠어요”라고 말했다.
특검 조사 과정에서는 검사가 아닌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신문을 맡았다는 이유로 3시간가량 조사를 거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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