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완전 파괴” 주장… IAEA 총장 “이란, 우라늄 농축 재개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25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더는 핵 개발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아마드(AMAD) 프로젝트’는 이란이 과거 추진했던 비밀 핵무기 개발 계획을 가리킨다.
이란은 1989년부터 2003년까지 핵무기를 제조하고자 원심분리기, 농축우라늄, 핵폭탄 미사일 탑재, 핵폭발 장치 등을 두루 연구했다.
‘이란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이를 주도했다.
  파크리자데는 이란 국방부에 국방혁신연구기관(SPND)을 만들어 책임자(차관)로 일하면서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비밀 핵 개발 계획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02년 8월 이란 반정부 단체 ‘국민저항위원회(NCRI)’의 폭로 덕분이다.
이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강력한 제재 등을 경고하자 이란은 2003년 아마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
이후에도 서방 정보기관들은 파크리자데와 SPND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2006년 포르도에 비밀 지하 핵시설을 건설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해오다가 2009년 적발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는 2020년 11월 파크리자데를 사살하는 등 이란 핵 개발을 막으려고 적극 활동했다.
  408㎏ 농축우라늄의 행방 6월 13일(이하 현지 시간)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대이란 전면 공습 작전을 감행하면서 핵과학자 10명을 제거했다.
미국도 6월 22일 처음으로 포르도·나탄즈·이스파한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타격했다.
B-2 스텔스 폭격기 7대가 벙커버스터 GBU-57 14발을 투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습 후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 매체들은 국방부의 정보 담당 조직인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초기 보고서를 인용해 이번 공격이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지는 못했다고 보도했다.
DIA 분석에 따르면 이란의 농축우라늄 비축분과 원심분리기 등이 대체로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어 공습 효과는 핵 개발을 수개월 지연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DIA는 이란이 미군 공습 이전에 농축우라늄 일부를 시설 밖으로 미리 빼돌렸다면서 포르도의 지하 깊숙한 핵심 시설은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유럽 정보기관들도 초기 보고서에서 이란 핵시설이 미군 폭격 후에도 대체로 온전한 상태일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6월 27일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 일부는 여전히 온전하다”며 “이란이 몇 달 또는 그보다 짧은 시간에 농축우라늄을 만드는 원심분리기를 여러 개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대 의문점은 이란이 비축해온 60% 농축우라늄의 행방이다.
일반적으로는 우라늄을 순도 90%까지 농축하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고 본다.
IAEA는 5월 말 회원국들에 회람한 비밀 보고서에서 이란이 5월 17일 기준으로 60% 농축우라늄을 총 408.6㎏ 비축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핵탄두 9∼10개를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추정된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이 핵시설을 공습하기 전인 6월 13일 자국의 핵 장비와 물질을 보호하기 위한 특별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며 “농축우라늄이 일반 승용차 트렁크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용기에 보관돼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6월 24일 국방부의 정보 담당 조직인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초기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 캡처 서방 핵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란이 60% 농축우라늄을 이스파한의 지하 터널과 포르도의 비밀 저장소 등 두 곳에 보관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또 이들은 이란이 미군 폭격 전에 농축우라늄을 다른 장소로 옮겼을 개연성이 크다고 본다.
모사드 이란 전문가 출신인 시마 샤인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원 연구원은 “이란이 농축우라늄을 옮겼다고 확신한다”면서 “이란은 어딘가에 충분한 농축우라늄을 보유 중이고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첨단 원심분리기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와 정보기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크리스 머피(코네티컷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란은 농축우라늄 비축분 가운데 상당량을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란 핵시설에서는 아무것도 반출되지 않았다”며 “너무 오래 걸리고 위험하며 무겁고 이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6월 22일 미국의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 이스파한 핵시설. 뉴시스 NYT “이란, 핵무기 다시 생산 가능” 이란이 농축우라늄을 은닉했다면 이를 바탕으로 핵무기 개발을 진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NYT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핵시설이 상당한 피해를 입은 만큼 이란의 전반적인 핵무기 개발과 핵연료 생산 능력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다시 핵무기를 생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농축우라늄 대부분은 이번 공격에서 파괴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이 1년 안에 핵시설 상당 부분을 재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란이 90% 고농축우라늄을 제조할 수 있는 비밀 시설을 보유 중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공 우라늄은 자연에서 존재하지 않는 우라늄 동위원소로, 천연 우라늄에 열중성자를 충돌시켜 발생하는 핵분열로 만들어진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이란이 알려진 핵시설이 아닌 다른 곳에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보유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빼돌린 농축우라늄을 비밀 시설로 옮겨 작업하면 핵폭탄 제조가 가능한 90% 농축우라늄을 비교적 단시간 내에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IAEA는 6월 12일 이사회를 열고 이란이 미신고 핵시설로 의심받는 3곳에서 발견된 인공 우라늄 입자에 대해 해명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 사찰·검증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했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란은 바라민, 마리반, 투르쿠자바드 등 3곳의 비밀 시설에서 IAEA에 신고하지 않고 핵 활동을 해왔다.
  이란이 ‘제2 아마드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NCRI는 6월 10일 이란이 그동안 ‘카비르(KAVIR) 프로젝트’라는 비밀 핵무기 개발 계획을 추진해왔다고 폭로했다.
알리레자 자파르자데 NCRI 부국장은 이란이 아마드 프로젝트에 이어 카비르 프로젝트를 통해 핵무기를 개발해왔다면서 SPND 주도로 핵탄두 설계, 미사일 탑재 등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카비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곳은 수도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230㎞ 떨어진 셈난 우주센터 지역으로 추정된다.
이란은 셈난주에 위치한 이곳에서 사피르·시모르그·카세드·줄자나·살만 등 로켓을 이용해 다양한 인공위성을 발사했으며, 미국 등 서방은 이것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시도로 의심해왔다.
하메네이 “미국, 성과 거두지 못했다” 앞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 추진 여부는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결심에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
서방 중동 전문가들은 하메네이가 신정체제를 수호하고 정권교체를 막을 방법은 핵무기 개발밖에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굴욕을 당한 이란이 억지력 수단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동기는 이전보다 훨씬 커졌을 것이다.
하메네이는 6월 26일 이스라엘과 휴전 이후 첫 TV 연설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에 승리했다”며 “트럼프가 이란에 항복을 요구하는 것은 허황된 헛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란 핵시설 공격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하메네이의 연설 내용으로 볼 때 이란은 앞으로 핵무기 개발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
하메네이의 최측근이자 정치·군사·핵 담당 고문인 알리 샴카니는 “핵시설이 파괴되더라도 게임은 끝나지 않는다”면서 “농축 물질과 토착 지식, 정치적 의지는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메네이가 핵무기 개발을 선택할 경우 중동 지역에서 자칫하면 핵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최악의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란이 비축했던 ‘핵폭탄 9개’ 분량 우라늄 행방 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