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임? 해볼게요] 매일 산책하며 동네 모니터링… 방범용 CCTV 확인, 위험 상황 신고
6월 18일 서울 강서구에서 진행된 반려견 순찰대 합동순찰 현장. 순찰견과 견주로 구성된 30개 팀이 함께 밤거리를 돌아보며 치안 상황을 점검했다.
지호영 기자 “어머, 뭐야. 진짜 귀여워.” “얘네 누구예요? 반려견 순찰대요? 그게 뭐예요?” 6월 18일 깊은 밤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반려견 순찰대 합동순찰’ 행사를 참관했다가 지나가던 이들에게 들은 말이다.
순찰견 30마리가 무리 지어 밤거리를 돌아다니니 주위 시선이 집중됐다.
건널목에 잠시 멈추자 가까이 다가와 “반려견 순찰대가 뭐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순찰견들이 고깃집 앞을 지나갈 때는 “귀엽다”는 탄성과 함께 연신 플래시가 터졌다.
  최근 거리에서 형광 녹색 조끼 차림의 반려견과 견주를 본 적 있다면 그들이 바로 순찰견이다.
‘서울 반려견 순찰대’는 서울시가 2022년 도입한 주민 참여형 치안 정책이다.
어르신 실종 예방, 무인점포 및 둘레길 같은 범죄 취약 지역 순찰, 위험 시설물 점검 등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지원하는 게 목적이다.
64개 팀으로 출범해 지난해 기준 1704개 팀으로 늘었다.
강서구의 경우 2022년 결성된 11개 팀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89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순찰할까. 실제 방범에 효과가 있을까. 궁금증을 확인하고자 기자가 순찰 코스를 따라가 봤다.
새내기 순찰견부터 3년 차 형님까지 오후 7시 50분 합동순찰 집결 장소인 ‘황금내근린공원 반려견 쉼터’를 찾았다.
순찰 조끼를 입은 반려견과 견주들이 줄지어 도착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베리안허스키, 포메라니안 등 다양한 견종의 반려견은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들뜬 기색이었고, 견주들은 “앉아” “어허!”를 외치며 진정시키기에 바빴다.
  올해 순찰을 시작한 새내기 대원도 눈에 띄었다.
말티푸 ‘장수’는 5월 선발된 신입이다.
견주 이다영 씨(34)는 “심사 당시 ‘크게 지적할 게 없다’는 칭찬을 받고 한 번에 통과됐다”면서 뿌듯해했다.
알고 보니 두 번의 심사 끝에 합격한 ‘재수견’은 물론, 벌써 활동 3년 차인 선배 순찰견도 있었다.
달마티안 ‘반달이’ 견주 박재희 씨(46)는 “반달이의 유치원 친구들이 순찰대원으로 활동하는 걸 보고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은 올해 강서구에서 열린 첫 합동순찰 날이었다.
반려견들은 주무관 지도에 따라 5개 조로 나뉘어 순찰에 나섰다.
평소에는 다 같이 모이는 대신 반려견별로 자율 순찰을 하고 견주가 애플리케이션(앱)에 그날 돌아본 코스와 특이사항 등을 담은 일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날 순찰 코스는 황금내근린공원에서 시작해 세현고·경서중을 거쳐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는 약 2.6㎞ 구간으로, 소요 시간은 1시간 정도였다.
순찰대는 거리를 돌아보며 곳곳에 있는 방범용 폐쇄회로(CC)TV와 통합관제센터 연동체계가 잘 작동하는지도 살폈다.
반려견 순찰대는 대형견부터 소형견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지호영 기자 “지난해에 발산역 근처를 지나다가 쓰러진 취객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어요.” 합동순찰에 참여한 진도믹스견 ‘사과’의 견주 윤지예 씨(35)가 들려준 얘기다.
윤 씨는 사과와 함께 2년째 순찰대 활동을 하고 있다.
순찰견 선발 방식은 현장 심사다.
심사관 1명이 견주와 반려견 한 팀을 맡아 1㎞ 구간을 함께 걸으며 워크스루(walk-thru) 방식으로 점검한다.
이때 사람을 대하는 태도,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명령 이행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잡종 반려견 ‘밤이’를 키우는 견주 이지민-최창배(37) 부부는 “평가 전 지원 동기를 작성해 제출하는 단계도 있다”고 전했다.
최 씨의 회사 동료가 키우는 반려견은 평가 과정에서 탈락해 순찰견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서울 강서구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 반려견 순찰대와 견주들. 지호영 기자 범죄 예방하려면 견주의 적극성 중요 이날 합동순찰에 참여한 견주 대다수는 “위험 상황을 발견한 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순찰 활동은 산책에 가깝지만, 방범용 CCTV를 확인하는 등 치안 상황에 꾸준히 관심을 두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였다.
특히 어두운 골목길처럼 인적 드문 곳을 한 명이라도 더 살핀다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이 부분에서는 견주의 적극성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자경위)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 반려견 순찰대’가 접수할 신고 건수는 ‘112 신고’ 476건, ‘120 신고’ 4053건에 달한다.
112는 범죄, 120은 생활민원 신고에 주로 사용되는 전화번호다.
이날 합동순찰에 동행한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은 “순찰견들이 교육을 잘 받은 덕에 순찰하는 동안 낯선 냄새 등 외부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잘 참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반려견 순찰이 범죄 예방과 반려동물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반려견과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자경위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반려견 순찰대를 총 1449개 팀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영상] “귀엽고 든든해♥” 밤거리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