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욱의 술기로운 바캉스] 자연 속 양조장, 와이너리에서 시음·체험 겸하는 ‘술 바캉스’
경북 안동 ‘밀과노닐다’ 양조장(왼쪽)과 대표 제품인 진맥소주. 명욱 제공
지루한 장마가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왔다.
산과 들로, 바다와 강으로 바캉스를 떠날 시간이다.
하지만 유명 피서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곳곳에서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린다.
귀한 시간을 내어 떠난 여행인데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올여름에는 아직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시음과 각종 체험도 겸할 수 있는 자연 속 양조장, 와이너리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진맥 밀로 소주 빚는 경북 안동 ‘밀과노닐다’ 낙동강 상류 자락에 숨겨진 양조장이 있다.
경북 안동 맹개마을에 위치한 ‘밀과노닐다’이다.
이곳은 차량으로 이동하기 어렵고, 양조장에서 운행하는 트랙터를 타고 개울을 건너야만 다다를 수 있다.
조금은 힘들게 도착하고 나면 그림 같은 풍경이 방문객을 맞는다.
앞으로는 맑은 개울이 흐르고, 뒤로는 청량산 자락이 병풍처럼 마을을 감싸듯 펼쳐진다.
맑은 날 이곳을 방문하면 밤하늘 은하수를 만나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밀과노닐다는 이곳에서 직접 수확한 밀로 ‘진맥소주’라는 이름의 소주를 만든다.
진맥은 고문헌 ‘수운잡방’에 기록된 밀 품종이며, 진맥소주는 위스키 마니아 사이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증류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양조장 내부에는 전통주를 주제로 한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어 진맥소주 제조 과정은 물론, 곁들이기 좋은 음식 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시음과 숙박 또한 가능하다.
이곳에 간다면 진맥소주 라인 중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오크통 숙성 소주 ‘시인의 바위’를 즐겨보기를 권한다.
#청수 와인 유명한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 경기 안산 대부도에 25년 역사를 자랑하는 특별한 와이너리가 있다.
바로 ‘그랑꼬또 와이너리’다.
직접 재배한 포도를 재료로 사용하는 이곳 와인은 서울 5성급 호텔에 납품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2019년에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청포도(청수) 품종으로 만든 ‘그랑꼬또 청수’가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과실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예약 후 방문하면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시음할 수 있고, 와인을 구매하면 협업 레스토랑에서 ‘콜키지 프리’로 즐길는 것도 가능하다.
또 그랑꼬도 와이너리는 방아머리해수욕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어 서해 일몰과 함께 여유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경기 포천 산사원에 진열돼 있는 술 항아리. 산사원 제공 #오메기술·고소리술의 현대적 해석 ‘제주샘주’ 요즘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지역은 애월일 것이다.
가수 이효리가 거주한 곳으로 알려지면서 특히 주목받았다.
이곳에는 제주 향토 술인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만드는 ‘제주샘주’ 양조장이 있다.
오메기술은 차조(좁쌀)로 만드는 제주 전통 발효주다.
쌀농사가 어려운 제주에서는 좁쌀이 주식이었다.
이 좁쌀을 발효시켜 술로 만든 게 오메기술이며, 고소리술은 오메기술을 증류해 만든 제주식 소주다.
제주샘주는 좁쌀과 쌀을 혼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술을 만들고 있다.
예약 방문 시 공장 견학과 함께 고소리술 내리기, 오메기떡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제주샘주는 곽지해수욕장과 차로 10분 거리이며, 협재해수욕장과도 그리 멀지 않아 이들 해수욕장을 찾을 예정이라면 이동 중 들르기에 좋다.
#송어회에 와인 한 잔, 충남 논산 ‘양촌와이너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선회와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와이너리가 있다.
충남 논산에 위치한 ‘양촌와이너리’다.
이곳에서는 감, 딸기 등 과일로 술을 빚으며, 2023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찾아가는 양조장’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 제품으로는 감 와인 ‘추시’, 감 소주 ‘아치’, 딸기 스파클링 와인 ‘베리 서프라이즈’ 등이 있다.
이 와이너리에서는 직접 양식한 송어로 회와 매운탕도 제공한다.
송어회와 와인의 조화는 양촌와이너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잉어 먹이주기 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또 와이너리 인근에 백제 계백장군의 얼이 서린 황산벌과 탑정호 출렁다리 등이 있어 관광지로 방문하기에도 알맞다.
#갓 짠 전통술 맛볼 수 있는 경기 포천 ‘산사원’ 경기 포천에 있는 ‘산사원’은 600개 항아리가 군무를 추듯 늘어선 풍경이 인상적인 전통술 박물관이다.
‘밭 전(田)’ 자 형태로 지은 지붕과 ‘내 천(川)’ 자 모양의 기둥 등 건축적으로도 볼거리가 풍부하다.
산사원에는 양조 관련 고서와 근대 문서가 전시돼 있으며, 지하 공간에서는 갓 짜낸 막걸리와 약주, 증류식 소주 등을 시음할 수 있다.
예약이 필요 없고, 복잡하지 않은 관람 동선 덕에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주변에는 운악산, 백운산, 산정호수 같은 지역 명소와 폐 채석장을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포천 아트밸리’가 자리하고 있다.
명욱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세종사이버대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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