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에코프로 10월 주가 2배 올라… 내년 美 전기차 수요 둔화는 걸림돌
“반도체보다는 못하지만 싸다.
일단은 이것이 가장 큰 요인 같다.
현재는 공급 과잉 때문에 가격 조정이 세게 왔지만 미래가 밝은 업종임은 분명하지 않나. 또 그동안 전력 수요 증가 수혜를 전기장비주가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설비투자로도 확대될 것이다.
현 주가에는 그런 기대감이 모두 반영된 것 같다.
”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2023년 7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이차전지주가 최근 폭발적 상승세를 보인 것에 관해 이같이 분석했다.
코스피가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돌파한 가운데 이차전지주가 10월 들어 강세 흐름을 이어가며 시장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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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요 증가에 따른 ESS 설비투자 확대
그 선봉에는 엘앤에프와 에코프로가 있다.
10월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차전지 소재업체 엘앤에프는 97.85%, 에코프로는 96.21% 급등했다(표 참조). 또 LG에너지솔루션(47.91%), 삼성SDI(61.46%), 포스코퓨처엠(63.41%), 에코프로비엠(51.95%), 에코프로머티(40.59%), SK이노베이션(36.32%) 등 주요 이차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 같은 반전과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로 ESS가 부상하면서 이차전지 관련주들의 폭발적 성장력이 주목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ESS를 강조하면서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역할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수동적 기능에서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해 기대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 확대, 북미 보조금 종료, 중국 원자재 수출 강화로 배터리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도 올해 3분기(7~9월) 매출 5조6999억 원과 영업이익 6013억 원을 달성했다.
이는 미국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고도 2358억 원 흑자를 낸 수치다.
LG에너지솔루션이 경쟁사인 삼성SDI가 3분기 매출 3조519억 원, 영업손실 5913억 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호실적을 낸 비결은 국내 배터리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ESS용 리튬인산철(LFP)을 북미에서 양산한 덕분이다.
업계는 예상보다 빠른 ESS 성장에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 내 ESS 비중이 2025년 14%에서 2026년 47%, 2027년4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차전지용 양극재를 생산하는 엘앤에프의 주가 상승률이 높은 것도 ESS와 관련 깊다.
미국 ESS 시장이 LFP 배터리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데, 엘앤에프가 LFP 생산 공장을 착공해 글로벌 소재 기업 최초로 비(非)중국 LFP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LFP 공장은 내년 3분기 3만t 규모의 생산능력(캐파)을 구축한 뒤 3만t을 추가로 증설할 예정이다.
다만 이차전지 관련주를 바라보는 전망은 엇갈린다.
먼저 ESS 사업 성장과 탈중국 수요가 맞물리며 이차전지 업종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24일 ‘긴 터널의 끝을 지나는 이차전지’ 보고서에서 최근 상승세와 관련해 “오랜 기간 소외되며 악재보다 호재에 민감해진 상황에서 시장 강세에 따른 순환매로 급등세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적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공급 개혁, ESS 시장 성장, 한미 협상 진전, 수출주 갭(차이) 메우기 등으로 이익과 수급 개선 요인이 여럿”이라고 강조하면서 “물론 소재업체 실적 회복이 늦어지고 있는 점,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여파 등은 우려 요소지만 공급망 수혜와 ESS 성장에 셀 업체는 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양극재 업체는 직접적 수혜 제한적
하지만 양극재 업체에 관해서는 다른 의견도 나온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SS 성장 기대에 비해 양극재 업체들의 직접적인 수혜 강도는 다소 제한적”이라며 “내년 미국 ESS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LFP 기반 ESS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나, 국내 양극재 업체들은 아직 NCM(니켈코발트망간) 계열 양극재만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 미국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점이 이차전지 업체들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10월 1일(현지 시간)부로 폐지되면서 일부 업체가 가격 할인과 자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결국 판매 둔화를 피할 순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주가가 단기간에 상승한 종목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권하는 전문가도 많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EV향 비중이 약 60%, ESS향이 약 10% 중반임을 감안하면 여전히 EV 업황이 핵심 변수”라면서 “특히 미국 EV 매출은 AMPC 수취와 연결되기 때문에 올해 4분기부터 본격화되는 EV 성장 둔화가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에 대해 “유럽 내 점유율 하락과 북미 주요 고객사의 하이브리드 전환 확대로 올해 약 1조7000억 원의 전기차 부문 손실이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1조5000억 원 내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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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수혜로 급등한 이차전지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