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효율화하는 ‘제조 AI’ 육성 후 피지컬·신체화 AI 성장시켜야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매장에서 팝콘을 담고 있다.
테슬라 X(옛 트위터) 계정 캡처
한국은 지난 50년간 제조업으로 성장한 나라다.
반도체는 물론 자동차, 디스플레이, 배터리까지 ‘만드는 힘’은 그야말로 국가 경쟁력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질문을 맞닥뜨리고 있다.
제조 강국은 과연 AI 강국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
최근 정부와 산업계는 ‘제조 AI(Manufacturing AI)’를 중심으로 한 AI 산업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조 AI란 무엇일까. 세상에는 다양한 AI가 있다.
로봇팔이나 물류 로봇처럼 실제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AI 설비는 물론, 공정 최적화, 불량률 예측, 설비 자동화처럼 공장 내부의 효율을 높이는 AI 시스템도 있다.
나아가 인간의 신체나 감각과 결합해 인간의 움직임을 확장하는 AI도 있다.
이들 중 무엇이 제조 AI인가. 또 제조 AI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신체화 AI(Embodied AI)는 무엇인가.
제조 AI는 공장의 공정 효율을 높이는 AI 시스템을 가리키는 용어로 주로 쓰인다.
과거 스마트 공장 시스템에 AI가 접목된 형태라고 생각하면 쉽다.
스마트 공장에서는 사람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이를 공장에 적용했다면, 제조 AI는 AI가 데이터의 패턴을 읽어 즉각 공정을 조정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생산 공정의 디지털화와 자동화를 넘어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똑똑한 자동화(Smart Automation)’가 제조 AI의 핵심인 것이다.
제조 AI의 발전 덕분에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AI는 수십만 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결함이 생길 가능성을 예측한다.
자동차 조립 공장에서는 AI가 불량 부품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배터리 공장에서는 AI가 온도나 습도 등 조건을 알아서 조절해 최적의 생산 환경을 유지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은 이미 이러한 제조 AI 시스템을 도입해 적은 비용으로 제품 품질과 생산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피지컬 AI는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처럼 실제 공간에서 물리적 행위를 수행하는 AI 기계를 가리킨다.
이들은 센서, 카메라, 모터 등을 통해 ‘지능을 가진 물리적 존재’로서 작동한다.
예컨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피지컬 AI의 대표 사례다.
이들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출한 판단을 물리적 움직임으로 현실화한다.
피지컬 AI는 제조 공장을 넘어 의료 현장, 가정, 도시 등 일상 공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나 심해, 우주 등에서 인간을 대신해 많은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체화 AI는 인간의 감각·언어·상황 인식 능력을 활용하는 AI다.
인간의 시선, 손짓, 음성 등을 동시에 인식하고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반응한다.
애플의 ‘비전프로’나 메타의 ‘퀘스트 3’ 같은 헤드셋은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신체화 AI를 적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다.
샤오미의 로봇청소기도 신체화 AI의 초기 형태다.
사용자의 이동 패턴과 집 구조를 기억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청소 방식을 조정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이처럼 신체화 AI는 AI가 인간의 감각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면서 작동한다.
‘AI 3축’ 연결해 제조업 부활 이뤄야
제조 AI, 피지컬 AI, 신체화 AI는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다.
제조 AI가 두뇌라면 피지컬 AI는 신체, 신체화 AI는 다양한 AI 기술을 인간 감각과 연결하는 고리다.
이 순환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피드백 루프’다.
제조 AI가 데이터를 만들면 피지컬 AI는 이를 작업 수행에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신체화 AI는 사용자 데이터를 추출해 제품 개선을 이끈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AI는 점점 더 똑똑해진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제조 AI가 본격화하는 상황이다.
이를 기반으로 제조업은 혁신을 이룰 것이다.
약 3년 뒤부터는 피지컬 AI가 더 다양한 산업 현장에 스며들 것으로 보인다.
신체화 AI도 우리 일상에서 조금씩 확산할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차별화를 꾀하려면 당장은 생산 공정 자동화·효율화를 위한 제조 AI 발전에 집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차세대 로봇 등 피지컬 AI 기술을 육성하고, 일상적인 공간과 도구에 접목될 신체화 AI의 성장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미 피지컬 AI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과 경쟁 중인 소비재 가전과 전자기기, 차세대 디바이스 등에 적용되는 신체화 AI도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실망하긴 아직 이르다.
한국은 정밀 제조 기술과 인간 중심의 사용자 경험(UX) 설계 능력이 뛰어나 AI 산업에서도 큰 발전을 이룰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AI가 접목된 삼성과 LG의 가전제품, 현대차의 로봇 모빌리티, SK의 AI 반도체 생태계를 보라. 이들의 제조 AI와 피지컬 AI, 신체화 AI 등 3축을 연결해 제조업 부활을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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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조 강국에서 AI 강국으로 변신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