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장내 정돈을 선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5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전례 없는 속도전을 펴며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국민참정권 침해", "주권 빼앗긴 기분"이라는 시민들의 지적은 물론 현직판사들의 "대법원 정치개입 자초"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서울고법이 공정성 논란을 불식하겠다며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대선 뒤 6월 18일로 연기했지만 대법원을 향한 비판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 왜 비판받는가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의 항소심 무죄 판결 이틀 뒤인 3월 28일 사건을 접수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4월 22일 돌연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고,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은 이례적으로 회부 당일부터 재판관들이 모이는 합의기일을 열었습니다.
통상 전원합의체 합의기일은 한 달 한 차례 진행되는데, 불과 이틀 만에 또 합의기일을 열고 두 번째 합의기일이 끝난 지 5일 만에 선고일을 공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모든 심리와 선고를 마쳤습니다.
시민들은 전례 없는 속도전에 의구심을 표했습니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건을 2부(소부) 배당 당일 전원합의체로 회부하고 이틀간 두 차례 심리만 거치고 선고기일을 지정해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문은 커졌습니다.
소송기록 열람방식, 열람시간 등 대법관들의 열람로그 전면공개를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어졌는데요. 이틀 만에 1백만 명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과 심리·선고에 걸린 이례적 속도 외에도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대목이 많습니다.
2024년 10월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와 유사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을 무죄 취지 파기환송하며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 사건에서 불과 6개월 전 판례를 뒤집었습니다.
또한 당선자에게 적용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6·3·3 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대법원 3개월 내 선고)을 제20대 대선 낙선자 이재명 후보에게 무리하게 적용한 것도 의아합니다.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 위반 사건은 낙선자보다 당선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낙선자는 이미 선거에서 유권자 판단을 받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처벌 수위를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6·3·3 원칙을 강조했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임기 동안 공직선거법 사건 평균 처리기간은 92일인 데 반해, 이재명 후보 사건은 36일 걸렸습니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둔 대법원 판결에서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 △심리와 선고에 걸린 속도 △대법원 판례 역주행 △낙선자 6·3·3 원칙 적용 등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점,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불거지며 시민들과 법원 내부에서 "대법원 사법쿠데타", "대법원 대선개입"이라는 맹비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일보·조선일보·채널A·TV조선, 대법원 비판보도 전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대법원 판결이 나온 5월 1일부터 5월 3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지면기사, 지상파3사와 종편4사, 보도전문채널2사 저녁종합뉴스를 살펴봤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신문 지면 ‘이재명 후보 선거법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심’ 보도건수(5/1~5/3)
ⓒ 민주언론시민연합
17개 언론사의 이재명 후보 선거법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심 보도건수 평균은 약 20건입니다.
신문은 한국일보가 27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고 조선일보(25건), 동아일보(22건)가 뒤를 이었습니다.
방송은 채널A가 32건으로 가장 많이 보도했으며 MBN(24건), SBS·JTBC(각 22건), MBC(21건)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신문 지면 ‘이재명 후보 선거법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심’ 비판여부(5/1~5/3)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안의 무게감에 따른 보도량만큼 중요한 건 보도내용입니다.
앞서 말했듯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전례 없는 속도전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의구심이 더해지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대법원 판결과 해설, 입장을 전해주는 것뿐 아니라 파장과 후폭풍은 물론 시민과 법원 내부의 의견까지 상세히 짚어주는 보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경향신문, 한겨레, MBC, JTBC를 제외하고 대법원 비판 보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법원 '미국 대선 재검표 중단 판결' 사례, JTBC만 '부적절' 팩트체크
대법원은 이례적 신속 선고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사례까지 동원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도 2000년 대선 직후 재검표 관련 논란이 벌어지자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고 밝힌 것입니다.
대법원이 밝힌 이례적 신속 선고의 이유를 그대로 받아쓴 곳은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SBS, JTBC, TV조선입니다.
이 중 대법원이 밝힌 사례가 근거로 부적절하다는 점을 지적한 곳은 JTBC뿐입니다.
JTBC는 <34일 만에 결론 '예상 깬 속도전'>(5원 1일 김태형 기자)에서 "심지어 (대법원은) 2000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와 고어의 재검표 재판이 3~4일 만에 나왔다고 설명"하는 등 "25년 전 미국 재판 사례까지 꺼내 와서 신속한 재판의 정당성을 부각"했지만 "당시 미국 사례는 이미 대선이 끝난 뒤의 재판이고 오늘(1일) 선고한 사례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일갈했습니다.
조선일보, 익명 법조계 인용으로 대법원 추켜세워
조선일보는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 중 유일하게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선고를 내린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정치인 허위 발언, 일반인보다 엄격한 책임 물어야">(5월 2일 방극렬·김은경·김나영 기자)에서 "법조계에선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이 명확한 처벌 기준을 세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며 익명의 법조계 발언을 인용해 대법원 판결을 추켜세웠습니다.
대법원이 6개월 전인 2024년 10월 31일 이재명 후보와 유사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을 무죄 취지 파기환송하며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던 것을 뒤집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대법, 사법적 유죄 취지는 명확히… 정치적 판단은 유권자에 맡겨">(5월 2일 양은경·박강현 기자)에서 대법원이 파기자판 대신 파기환송을 택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사법적으로 유죄라는 것을 명확히 하되, 정치적 판단은 유권자에게 맡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선거개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시민은 드물어 보입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하루 만인 5월 3일 첫 공판기일이 잡히며 이례적인 속도전이 계속되자, 시민들은 즉각 대법원 앞에 모여 대법원의 대선개입 중단을 촉구하고 법원 홈페이지에서 6만 쪽에 달하는 소송기록을 다 본 것이 맞는지 로그기록을 공개하라는 요구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는 <박정훈 칼럼/마지막에 멈춘 '1.7%의 사법 기적'>(5월 3일 박정훈 논설실장)에서 이재명 후보의 항소심 무죄 판결에 대해 "형사재판에서 1심 징역형이 2심 무죄로 뒤집히는 사례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법조계에선 '1.7%의 사법 기적'"이란 말이 나왔다고 조소했습니다.
이어 "법원의 공정성이 의심받는 오늘날, 이 후보 재판은 '정치화된 사법'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면서도 "계속되던 비상식적 판결이 대법원에서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갈 길은 멀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법원의 공정성이 의심받고 있고 특히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재판이 그렇다고 주장하고서도 시민과 법원 내부의 맹비난을 받은 대법원 판결만은 예외로 둔 겁니다.
▲ 헌법 제1조 위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촉구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노동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헌법 제1조 위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주권 찬탈한 조 대법원장은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이정민
TV조선·채널A, "꼿꼿한 유림" "원칙론자" 조희대 띄우기 한목소리
TV조선과 채널A는 조희대 대법원장 이력을 상세히 설명하며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결을 띄우느라 애썼습니다.
TV조선은 <뉴스 더/'헌법 84조' 논란…이재명 당선되면 재판은>(5월 1일 정준영 기자)에서 윤정호 앵커는 뜬금없이 "약 25분간 온 국민의 관심을 받은 인물은 단연 조희대 대법원장"이라며 법조계 평가를 물었습니다.
정준영 기자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꼿꼿한 유림을 보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판사들 사이에서도 사심 없이 원칙을 따르는 '선비형 법관'이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대법관에 재직하면서 다수 의견과 다르면서도 법리에 벗어나지 않는 견해를 내 '미스터 소수의견'이란 별명"이 있고 "대법관 퇴임 후에는 대형 로펌에 가지 않고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썼다"고 조희대 대법원장 띄우기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채널A도 마찬가지입니다.
<속전속결 유죄 주도… 조희대 누구?>(5월 1일 김승희 기자)에서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신속한 판결을 이끌었다", "법원 내부에서는 원칙론자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진보 성향인 김명수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대법관을 지내며 국정농단, 양심적 병역거부 등 주요 사건에서 다른 견해를 내며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리기도 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MBN, 대법원 비판하면 이재명 지지자?
MBN은 <연휴 첫날 도심 집회…한때 교통 혼잡도>(5월 3일 최희지 기자)에서 "궂은 날씨에도 거리는 시위를 위해 모인 사람들로 혼잡"했다며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파기환송 선고를 내리면서 대법원 등이 위치한 서초동 일대에 규탄 집회가 열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대법원 규탄 집회 소식을 전하며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대법원의 결정을 비난하는 팻말을 들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MBC는 달랐습니다.
<"주권 빼앗긴 기분" 대법원 앞 분노한 시민들>(5월 3일 백승우 기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지 하루 만에 첫 공판기일"이 잡히는 등 "계속되는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에 시민들이 오늘 대법원 앞으로 모여 대법원에 대선 개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다른 재판과 다르게 빠른 속도를 내는 데 의구심이 든다", "책의 분량을 며칠 내 읽고 빠른 판결을 낼 수 있는지 의문", "대법이 아니라 우리 선거권으로 대통령을 뽑길 바란다"는 내용을 시민 목소리로 전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선고 시점은 물론 심리 속도와 절차적 정당성 측면에서 많은 의문과 의구심을 낳고 있습니다.
시민뿐만 아니라 법조계, 법원 내부에서까지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속도전 상고심'을 주도한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싸고 불거진 법원의 정치적 중립 및 사법 신뢰 훼손 논란으로 5월 9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임시회의 소집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의 신뢰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 목소리를 '이재명 지지자'로 한정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 모니터 대상
① 신문 : 2025년 5월 1일~3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② 방송 : 2025년 5월 1일~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YTN <뉴스나이트>, 연합뉴스TV <뉴스워치>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꼿꼿한 유림" 조희대 찬사 TV조선·채널A , 파기환송 후폭풍은 외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