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재명 찾은 '민주당 험지' 경주·칠곡... '보수 아성'도 자유롭지 못한 계엄과 단일화 내홍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로 경북지역 방문에 나선 9일 경북 경주시의 한 문방구를 방문해 가게 상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하도 뻘짓을 하니까..."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둔 경북의 속마음은 복잡했다.
보수색 짙은 이곳도 12.3 비상계엄 사태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둘러싸고 연일 벌어지는 이전투구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였다.
더불어민주당에 '험지'로 꼽히는 경북 지역을 찾은 '이재명'을 마주한 경북 시민들은 관성적인 민주당에 대한 의구심부터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까지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오마이뉴스>는 대선 후보 등록(10~11일)을 하루 앞둔 9일 경청 투어의 일환으로 경북 경주·칠곡 지역을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따라가며 시민 10여 명을 만났다.
두 곳은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과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할 후보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이들이 많았고, 그럼에도 김문수와 한덕수는 선택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등 보수 표심이 다소 흔들리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여전한 '반명 정서' 속에서도 "내란당 안 뽑아"·"김문수나 한덕수나 도긴개긴"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로 경북지역 방문에 나선 9일 경북 경주시 한 거리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오전 10시께 굵은 빗방울(강수 1.0㎜)이 떨어지던 경주 황남초 인근 상가를 찾은 이 후보를 멀찍이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이 후보에 대한 평가를 슬며시 물었다.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정아무개(50·여)씨가 연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원래 민주당을 별로 안 좋아해요. 지역 감정이라는 게 좀 있죠."
정씨는 "재판받을 건 받아야 한다"라며 이 후보의 사법 위험을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이라고 특별히 지지한 적도 없다.
(보수정당이 경제성장을 강조하지만) 옛날에 비해 경제가 이뤄진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를 업고 나와 이 후보를 멀리서 지켜보던 여아무개(39·여)씨도 이 후보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여씨는 "의혹이나 범죄에 관련된 것 때문에 이 후보에 대한 이미지가 그렇게 좋진 않다"라면서도 "그래도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위해서 잘할 것 같긴 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북 민심엔 '반명(반이재명) 정서'가 깔려 있었다.
청년층에 비해 노년층 대다수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여전히 지지하고, 국민의힘을 상징하는 '빨간색'이기만 하면 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익숙하게 들려왔다.
이날 이 후보가 들렀던 한 문구점에서 만난 경주 토박이 최수훈(47·남)씨는 "여기 나이 드신 분들의 80~90% 이상은 무조건 국민의힘"이라며 "빨간 명찰만 달고 나오면 시의원이고 뭐고 다 된다.
오늘 이재명이 동네에 온다고 친구들한테 말했는데 아무 이유 없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경주 토박이 안성진(40·남)씨도 "TK는 안 바뀔 것 같다"라며 "지역 이미지가 그대로인 것 같아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를 둘러싸고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연호가 거리를 메울 때 건너편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황효민(42·여)씨는 "(한덕수나 김문수나) 도긴개긴이니 이재명을 뽑으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뽑으면 안 될 것 같다.
내란당은 안 뽑는다"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아무개(40대·여)씨도 황씨의 말을 거들었다.
"국민의힘이 하도 뻘짓을 하니까 어쩔 수 없지."
이 후보가 시민들을 만나는 건너편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아무개(35·남)씨는 "국민의힘에 뽑을 만한 사람이 없다"라며 "계엄은 잘못했으니까 벌을 받아야 하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대구·경북이라고 빨간색(국민의힘)을 찍어야 한다는 건 이제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주를 찾은 이 후보는 포옹이나 악수보다는 손을 흔드는 것으로 거리 인사를 대신했다.
피습 모의 제보가 잇따르면서 대인 접촉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는 상가 인근에 마련된 간이 사다리에 올라 우산을 쓴 채 시민들과 지지자들에게 대통령 선거 투표를 독려했다.
5분 가까이 발언이 이어졌지만 지지자들의 연호로 이 후보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누구 뽑을지 못 정했다"... 복잡한 TK 보수 표심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제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로 경북지역 방문에 나선 9일 경북 경주시의 한 문방구를 방문해 가게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 오후 2시께 칠곡 석적읍을 찾은 이 후보는 시민들에게 손 인사를 건네며 최근 출간한 책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가져온 지지자들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이 후보가 한 가게 단상에 올라 인사하자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더러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 대선에서 누굴 뽑을지 정하지 못했다"라며 말을 아꼈다.
김동희(40·여)씨는 "(거대 양당에 대한 선호도가) 딱 반반이고 계속 엎치락뒤치락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내란 수괴' 혐의자 윤석열씨에 대한 분노를 가감없이 표출하기도 했다.
김동애(66·여)씨는 "대구·경북이 보수세라 사우나에 가도 정치 이야기를 못한다"라면서도 "계엄도 그렇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때부터 싫어했다.
윤석열 3년 동안 진짜 지옥이었고 텔레비전 뉴스를 안 봤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대선엔 우리 사돈의 팔촌까지 이재명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민심을 청취한다는 취지의 경청 투어로 앞서 강원 접경 지역과 충청권 등을 거쳐간 이 후보는 이날 경북 경주를 시작으로 영천·칠곡·김천·성주·고령을 차례로 방문한다.
오는 10일에는 경남 창녕·함안·의령·진주·사천·하동을 찾을 예정이다.
"이재명 안 좋아해""국힘이 하도 뻘짓을" 복잡한 경북 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