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으로 말하는 프로야구] 인천 SSG랜더스팬이 전하는 야구의 묘미
화수목금토일, 이들의 평일 저녁과 주말엔 늘 야구가 있습니다.
운 좋으면 직관으로, 아니면 중계를 보며 선수들과 함께 울고 웃습니다.
1200만 관중을 향해 달려가는 2025 프로야구 돌풍의 중심에는 이들 '찐팬'이 있습니다.
팬심으로 말하는 '내 팀'의 이야기, 야구를 좋아해서 겪어야 했을 희로애락,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말> ▲  2022년 11월 8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를 승리해 우승한 SSG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한국프로야구는 작년 1000만 관중의 열기를 뛰어넘어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런 뜨거운 응원 열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야구 대표팀이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시작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어져 온 결과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전성기였다고 할 수 있는 2000년대 중반, SK 와이번스(2000년에 창단해 2021년 SSG 랜더스에 인수)는 한국 프로야구의 판도를 바꾼 팀이었다.
'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SK는 강도 높은 훈련과 치밀한 전략으로 유명해졌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SK는 세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특히 2007년과 2008년에는 두 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2010년에도 정상에 오르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이 시기 SK는 강력한 불펜과 고른 타선, 그리고 팀워크를 앞세워 상대 팀을 압도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이어진 22연승은 KBO 역사상 최다 연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최정과 김광현이다.
최정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20년 넘게 한 팀에서만 뛰며 인천 야구의 상징이 됐다.
'살아있는 전설'이 된 그는 KBO 리그 통산 홈런 1위의 자리에서 현재로 한국프로야구의 홈런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고, 올 시즌에는 프로야구 최초 500홈런이라는 기록까지 썼다.
김광현 역시 2007년 SK에 입단해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신인 특유의 패기와 데뷔 2년차인 2008년에는 리그 MVP까지 오르며 슈퍼스타의 시작을 알렸다.
김광현의 경기를 즐기는 모습과 역동적인 투구 폼은 많은 야구팬을 매료시켰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 한일전에서의 역투는 그가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로써 한국 야구팬들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2010년대에는 KBO 최고의 좌완 투수로 활약했고,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도 SSG로 복귀해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 두 선수는 프로야구 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명예라고도 할 수 있는 영구결번 후보로 팬들은 거의 확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랜더스를 넘어 인천의 자부심이 된 최정과 김광현이다.
다섯 번의 우승, 그리고 이어진 역사 ▲  인천 SSG 랜더스필드 ⓒ 연합뉴스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는 통산 다섯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8년, 2010년, 2018년, 그리고 SSG로 이름을 바꾼 뒤 2022년에 다시 한번 정상에 올랐다.
특히 2018년에는 정규시즌 2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압도적인 홈런 파워와 불펜진의 힘으로 두산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2년에는 KBO 최초로 시즌 내내 1위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이처럼 인천 야구는 한 세대를 넘어 새로운 시대까지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우승의 과정에는 항상 가을만 되면 진가를 발휘하는 팀 컬러가 있었다.
특히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 9회 말에 김강민이 쳐낸 끝내기 홈런은 모든 인천 야구팬이 기억할 장면이다.
또한 한유섬과 박정권, 김성현 등 여러 베테랑들이 항상 중요한 경기에서의 해결 능력을 발휘한 덕분에 5번의 우승이 있었다.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들과 새롭게 발굴되는 신인들의 조화가 랜더스의 장점 아닐까 싶다.
인천 문학경기장은 SK 와이번스와 SSG 랜더스의 모든 영광과 추억이 깃든 곳이다.
넓은 관중석과 다양한 관람 공간이 있고 외야 잔디석, 바비큐존, 파티데크 등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 팬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거대한 전광판 또한 야구 관람에 빼놓을 수 없는 즐길 거리이다.
2021년 인천SSG랜더스필드로 새로 탄생한 이 공간은 단순한 경기장을 넘어 '추억의 랜드마크'다.
노을이 짙어지는 순간, 하늘 위로 번지는 불꽃놀이와 함께 빛나는 전광판이 이 도시의 이야기를 꺼내 보인다.
8회 말에 부르는 인천의 주제가 연안부두는 인천 야구의 낭만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야구가 선사하는 희로애락 야구의 매 순간은 관중석에서 함께 울고 웃는 감정의 파노라마다.
경기 초반의 설렘이 끝내기 안타 한 방에 폭발하는 희열로 이어지고, 아슬아슬한 주심의 판정 하나에 분노가 치밀며, 대기록이 좌절될 때면 깊은 아쉬움이 가슴에 맺힌다.
이 긴 시즌 동안 승리의 기쁨, 패배의 한숨, 예상치 못한 감동과 소소한 재미가 교차하며 팬들은 날마다 울고 웃는다.
경기가 팽팽히 이어지던 9회 말, 한 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터진 끝내기 안타의 순간을 떠올려 보자. 방망이가 공에 맞닿는 짜릿한 타격음이 관중석을 가르고, 야수가 몸을 날리며 공을 잡아내던 모습은 이미 지나간 뒤다.
그러나 그 짧은 찰나의 순간이 만들어 내는 황홀감은 상상 이상이다.
온 구장이 뒤집힌 듯 환호하고, 뜨거운 응원 구호가 탄성을 몰고 온다.
이때 팬들이 느끼는 희열은 일상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강렬한 에너지다.
하지만 야구는 언제나 스카이 블루 유니폼처럼 맑지만은 않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판정, 오심으로 뒤집힌 결과, 결정적 찬스에서 터진 작전 실패나 견제사는 팬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관중석에선 매 순간 주심의 손을 쫓아 목소리를 높이고 '비디오 판독'을 외친다.
이 억울함과 분노는 때로는 돌아오는 승리의 달콤함보다도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분노는 팬들의 열정을 더 불태우고,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와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6월 28일 SSG 랜더스 선수들이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김강민 은퇴식에서 김강민을 헹가래 치고 있다.
ⓒ SSG 랜더스 야구팬들의 눈가를 적시는 순간도 있다.
좋아하는 선수가 은퇴 경기에서 마지막 타석을 마친 뒤, 야구장에 울려 퍼지는 기립박수는 동시에 기쁨과 슬픔의 교차점이다.
얼마 전 있었던 'SSG 랜더스의 짐승' 김강민 선수 은퇴식에서 많은 팬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선수로서의 마무리를 함께 기억했다.
팬들이 사랑한 선수의 은퇴는 잊을 수 없는 슬픔이지만 감격스러운 추억이 되기도 한다.
또한, 유력한 퍼펙트 게임 달성이 아슬아슬하게 무산되거나, 역사적 기록이 눈앞에서 깨지는 순간에는 짙은 허탈감과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럼에도 이 애잔함은 팬과 선수 모두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다음 도전을 향한 뜨거운 응원이 된다.
그러나 야구가 주는 즐거움은 거창한 기록이나 승패에만 있지 않다.
응원가를 따라 손을 흔들며 함께 떼창을 할 때, 이웃 좌석 팬과 스친 눈인사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경기 중간 중간 펼쳐지는 치어리더 공연, 불꽃놀이, 전광판 이벤트, 그리고 키즈존에서 아이들의 함박웃음 모두 야구장의 소소하지만 달콤한 재미다.
간간이 치맥 한 모금 넘기며 나누는 일상의 잡담은,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게 해 준다.
야구장은 이처럼 개인이 아닌 '우리'가 되어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공동체의 장이다.
야구장에서 흘려보낸 시간은 승리의 쾌감, 판정에 대한 분노, 아쉬운 이별의 눈물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까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총집합이다.
이 모든 감정이 희로애락으로 뒤섞여야만 비로소 야구는 삶의 일부로 다가온다.
다음 경기에서도 우리는 다시금 이 감정의 파노라마를 경험하기 위해, 두 팔 벌려 그라운드를 향한 응원 깃발을 휘날릴 것이다.
8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