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감천초교 독립길탐방 동아리 활동 돋보여... 초임교사 이석영 선생의 노력에 큰 박수를
"오늘 강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성독립운동가는 해녀 출신 부춘화 지사님, 목포 정명학교의 김나열 지사님과 오희옥 지사님입니다.
오늘 강연시간이 길어 집중이 잘 될지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되어 좋았습니다.
다음번에는 더욱 집중해서 듣겠습니다.
" - 임시은
"독립운동가들 덕분에 저희가 편하게 지낼 수 있어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전쟁이 일어나면 집에만 있을 것 같은데 저와 비슷한 연령대의 분들이 나라를 위해 노력하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 윤지유
"여성독립운동가는 잘 알지 못했는데 강의를 들으니 더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유관순 열사님과 비슷한 점이 많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는 동풍신 열사님에 대해서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생 출신 독립운동가, 해녀 출신 독립운동가 등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요.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정말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있음에도 잘 알지 못했던 내가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더 알아보고 익혀서 떳떳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 권순지
어린 학생들의 강연 소감을 읽고 있자니 마음이 짠하다.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지는 강연에 숨소리조차 죽이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사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는 모습에서 그 어떤 결연함 마저 든다.
▲ 학생동아리 단원들이 쓴 소감문
경북 예천 '감천초등학교 독립운동길 탐방 학생동아리 단원들이 쓴 강연 소감문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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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초등학교 독립운동길 탐방 학생동아리 단원들이 여성독립운동가 강연을 듣는 모습
ⓒ 이윤옥
5일 토요일 낮 1시, 경북 예천군 감천면 충효로에 있는 감천초등학교(교장 권명숙)에서 있었던 기자의 '우리는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라는 주제의 강연을 들은 4, 5, 6학년 학생들의 소감문이다.
평일도 아닌 토요일 낮, 올 들어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한 날임에도 강연장인 예천희망키움센터에는 감천초등학교 학생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강연을 들었다.
예천 감천초등학교는 1926년에 설립된 학교로 올해 99돌을 맞이하지만, 현재 학생 수는 전교생이 24명(남여 각각 12명)의 작은 학교다.
이 학교에 새내기 교사인 이석영 선생이 올 3월 부임했다.
4학년 담임인 이석영 선생은 부임하자마자 이 학교 유일의 자율동아리인 <감천초등학교 독립운동길 탐방 학생동아리, 아래 '탐방동아리'>를 만들었다.
▲ 소감을 쓰는 동아리 학생들
강연을 듣고 소감을 직접 쓰는 동아리 학생들과 이석영 선생(오른쪽에 서있는 이)
ⓒ 이윤옥
이석영 선생은 학생들과 사전에 경북 예천지역의 역사와 독립운동에 관해 공부했고, 이어 현장 탐방에 나섰다.
이들은 독립운동의 산실인 경북독립운동기념관, 내앞마을, 임청각 답사(6. 14)에 이어 예천지역(용문) 독립 유적 답사(6. 21)를 했고, 7월 5일 기자의 여성독립운동가 강연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놀라운 것은 강연장의 분위기였다.
강연이 시작되기 전에 '여성독립운동가를 알고 있는 대로 말해보라'는 기자의 질문에 학생들이 "유관순을 비롯하여 김마리아, 이월봉, 정현숙(오희옥 지사의 어머니), 오희옥 지사" 등등 술술 여성독립운동가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숱하게 강연을 다녔지만,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여성독립운동가 이름이 술술 나오는 것은 처음 보았다.
비록 적은 인원이었지만 강연장은 열기가 가득했다.
적은 인원이라고는 했지만, 전교생 24명 가운데 절반인 10명이 '탐방동아리' 단원인 셈이니 적은 게 아니다.
그것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가는 동아리라니 더욱 의미가 깊다.
▲ 경북독립운동기념관 탐방
경북독립운동기념관 탐방(6.14) 모습
ⓒ 이석영
▲ 임청각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 주석 이상룡 선생 생가, 임청각 탐방 (6.14)
ⓒ 이윤옥
▲ 백하구려
안동 내앞 마을, 독립운동가 김대락 선생 고택(백하구려) 탐방 (6.14)
ⓒ 이윤옥
"처음에 '탐방동아리'를 만들었을 때 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모습으로 모여들었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아주 가볍게, 마치 재미난 게임을 대하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예천지역의 독립운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태도가 바뀌기 시작하더니 경북독립운동기념관 탐방을 시작으로 내앞마을(안동 천전리)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학생들이 사뭇 진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탐방 전에 사전 공부를 하고 탐방 뒤에는 반드시 자신의 느낌을 쓰게 했습니다.
학생들 모두가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놀라웠습니다.
"
대학시절 교육학을 부전공으로 했던 기자는 강의시간에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고 들었던 명언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훌륭한 교사 밑에서 훌륭한 학생들이 배출되는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말대로라면 교사의 행동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그 중차대한 책무가 크게 다가온다.
'탐방동아리'를 꾸려가고 있는 새내기 교사 이석영 선생과의 인연은 지난해(2024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2024, 7월 4일-9일) 기자는 (사)탄운이정근의사기념사업회(회장 김겸)에서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들과 함께 <백두산 및 집안 고구려 유적지 답사>에 합류했던 적이 있다.
이때 이석영 선생과 만났다.
알고 보니 이석영 선생은 탄운 이정근 의사(고조 할아버지)의 후손이었다.
탄운 이정근(灘雲, 李正根 1863-1919) 의사(義士)는 17살에 사서오경을 섭렵할 정도로 학문이 깊었으며 33살 때는 대한제국 궁내부 주사직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치욕적인 을사늑약을 지켜보면서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팔탄, 우정, 장안, 정남, 봉담, 남양 등 7개 면을 중심으로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인재육성 교육에 전념했다.
당시 탄운 이정근 의사는 전국적으로 불리던 <독립가>를 손수 지었을 뿐만 아니라 '왜왕(倭王) 3년'이라는 구호를 친히 만들어 유포했다.
이는 야만적인 침략자 일제가 천벌을 받아 3년이 못 가서 채 망할 것이란 뜻이었다.
탄운 이정근 의사는 1919년 3월 31일 화성군 향남면 발안 장날 일어난 독립만세 항쟁을 주도적으로 이끌다가 현장에서 일본 헌병의 총검에 찔려 56살로 순국의 길을 걸었다.
현장에서 이를 지켜보던 제자들과 만세시위 참여자들의 당시 증언에 따르면 이정근 의사께서는 복부에 흐르는 피를 손에 움켜쥐어 일경의 얼굴에 뿌리며 숨이 끊어질 때까지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 장렬히 순국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사)탄운이정근의사기념사업회에서는 해마다 3월이면 이정근의사 추모회를 열고 있으며 아울러 이정근 의사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계승하고자 2004년 3월 설립한 탄운장학금 수여식을 갖고 있다.
탄운 장학회는 화성시 6개 읍면(향남, 팔탄, 양감, 우정, 장안면 등)에서 대학입학생을 뽑아 장학금을 주고있으며 올해(2025, 제22회)까지 모두 218명에게 수여했다.
이러한 독립운동가 집안의 후손인 이석영 선생이 초임지인 감천초등학교에 부임하자마자 역사동아리를 꾸려 학생들에게 선열들의 '독립정신'을 곧바로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이석영 선생은 동아리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기자의 질문에 2쪽에 달하는 학습계획서를 보내왔다.
거기에는 수업목표, 동선에 따른 핵심 수업내용, 수업핵심 아이디어, (임무)핵심질문, 수업장소, 동선 및 시간 등등 빼곡한 일정이 적혀있었다.
교육학 시간에 배웠던 요소들을 빠짐없이 적용하고 있는 듯했다.
당연해 보이지만 그러나 이러한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교사에게 있어 교과수업 외의 자율적인 학생동아리 일이란 어쩌면 귀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러한 일을 자청하고 있는 교사가 있다는 것은 한국교육의 희망적인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감천초등학교 독립운동길 탐방 학생동아리 학생들(앞줄 왼쪽은 학부모)
감천초등학교 독립운동길 탐방 학생동아리 학생들(앞줄 왼쪽은 학부모)
ⓒ 이윤옥
"처음에는 학생들이 호기심 반으로 동아리에 들어온 듯하여 과연 잘 꾸려갈 수 있을까 했지만 점차 교사인 나보다도 더욱 적극적으로 예천지역의 독립운동에 관해 공부하려는 열성적인 자세에서 제가 오히려 힘이 납니다.
그 뿐만 아니라 교장 선생님은 물론이고 5, 6학년 담임 선생님들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습니다(이석영 선생은 4학년 담임)"라고 이석영 선생은 말한다.
비록 전교생 24명의 작은 학교지만 교장 선생님 이하 교사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서로 돕고 힘쓰는 아름다운 모습이 느껴진다.
"강의 자료는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정도 수준은 얼마든지 학생들이 소화할 수 있습니다.
"
강의 자료를 보내달라고 해서 학생의 눈높이 보다 약간 수준이 있는 자료를 보내주었더니 이석영 선생이 '높은 학생 수준'을 자랑한다.
막상 학생들을 만나보니 그 이야기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님을 실감했다.
토요일 낮 1시부터 3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줄곧 이어진 강연 시간에도 학생들은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진지한 경청의 시간을 가졌다.
아울러 마치고 나서는 제법 어른들 못지않은 질문을 이어나갔다.
날은 무더웠지만 초롱초롱한 맑은 눈으로 선열들의 '독립운동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귀가길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작금, 리박스쿨(이승만 박정희 사상을 심어주는 학교) 건으로 학부모들의 근심 어린 우려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 하루 인터넷 강의 수강으로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남발하여 암약할 수 있게 한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감시 소홀에 아쉬움을 느낀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는 독립정신 교육'이 활성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감천초등학교 독립운동길 탐방 학생 동아리와 이를 이끄는 이석영 선생의 노고에 응원의 손뼉을 쳐주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실립니다.
독립운동가 후손인 새내기 교사가 만든 동아리, 정말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