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기념관 방문기, 유품과 민중가요로 되살아난 1987
‘기억을 걷는 시간여행’은 인권·평화·민주주의 가치를 담은 작은 박물관들을 따라 기억과 실천을 기록하는 연재입니다.
<기자말> ▲ 민주주의라는 꽃에 물을 주는 이한열의 모습을 표현한 이경복 작가의 모자이크 벽화  이한열기념관의 계단 끝에서 만나는 거울 조각과 타일로 완성된 모자이크 벽화 ⓒ 전태일기념관 민주주의의 꽃은 어떻게 피어나는가 지난 7월 4일, 서울 마포구 신촌로. 번화한 거리를 지나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세로로 좁고 높은 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바로 이한열기념관이다.
외벽에는 6월 민주항쟁 38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시 <광장의 노래> 대형 포스터가 붙어 있고, 계단을 따라 오르면 거울 조각과 타일로 완성된 이경복 작가의 모자이크 벽화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민주주의라는 꽃에 물을 주는 이한열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민주주의는 저절로 피는 꽃이 아니라 희생과 헌신으로 피어나는 것임을 말해준다.
전시실 입구로 향하는 길목 왼편에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와 가족들, 전태일 열사의 모친 이소선 여사,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등이 남긴 메시지가 정성스럽게 새겨져 있다.
이한열기념관 기획전시 <광장의 노래> ⓒ 전태일기념관 민중의 노래, 광장에 다시 울리다 3층은 기획전시 공간이다.
올해는 6월 민주항쟁 38주년을 맞아, 시민들이 함께 부른 민중가요를 중심으로 한 전시 <광장의 노래>가 진행 중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시작으로, 1980년대 금지곡,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의 현장에서 울려 퍼진 노래들, 그리고 2024년 12.3 계엄령 이후 광장에서 다시 불린 저항의 목소리까지. 전시는 노래를 통해 시대의 고통과 희망을 엮고, 투쟁의 언어가 시민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태일이 평화시장 거리에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외치며 분신했던 울림은, 1987년 이한열의 죽음을 통해 또 다른 광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광장에서 울려 퍼진 노래들은 단지 가사나 멜로디를 넘어, 시대를 기억하고 연결하는 살아 있는 기록이 되었다.
'가슴 속에 살아 있는 노래'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 전시를 통해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
▲ 이한열기념관 상설전시실  4층 상설전시실은 이한열이라는 한 청년의 짧은 생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피가 스며든 티셔츠, 한 짝뿐인 운동화, 그가 마지막으로 썼던 안경과 부검 결과지까지. 그 모든 유물은 단순한 소장품을 넘어, 민주주의가 요구한 대가의 무게를 말없이 증언한다.
ⓒ 전태일기념관 살아 있는 유물, 살아 있는 질문 기획전을 돌아보고 다시 계단을 오른다.
기념관 내부의 나선형 계단은 좁고 가파르지만, 1987년 6월 그날의 시민들이 내디뎠을 거리의 숨 가빴던 걸음을 잠시 떠올려보게 된다.
4층 상설전시실은 이한열이라는 한 청년의 짧은 생애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피가 스며든 티셔츠, 한 짝뿐인 운동화, 그가 마지막으로 썼던 안경과 부검 결과지까지. 그 모든 유물은 단순한 소장품을 넘어, 민주주의가 요구한 대가의 무게를 말없이 증언한다.
이 유물들은 2013년 시민들의 정성으로 보존 처리를 거쳐 되살아난 기록들이다.
그 손길이 없었다면, 풍화된 채 사라졌을지도 모를 기억들이다.
한 사람의 몸과 이름으로 새겨진 역사는 이제 공간을 넘어 우리 각자의 질문으로 남는다.
이한열은 광장에서 쓰러졌고, 그를 기억하는 이 공간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질문은 이한열에게만이 아니라, 박종철에게도, 전태일에게도, 그리고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이들에게 닿는다.
기억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계속 물을 주고, 가꾸고, 다시 피워내야 할 삶의 언어다.
우리는 여전히, 그 꽃을 키우는 중이다.
▲ 작은박물관 스탬프투어-이한열기념관  이한열기념관에서는 6월 민주항쟁 38주년 기념 <광장의 노래>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오는 1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 전태일기념관
피 묻은 옷, 부서진 운동화… 광장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