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촬영으로 여행 기록, 휴게소에서 만난 멋진 화장실... 가을의 한 페이지를 기록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을빛이 흠뻑 물들어가던 지난주. 작은 배려가 마음을 채우고, 누군가의 수고가 잔잔한 감동으로 스며들던 날. 아름다운 이 땅을 걷고, 머물 수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새삼 느끼는 하루였다.
맑은 날씨만큼 마음까지 산뜻한 아침. 교회 식구들과 보령으로 떠난 가을 여행. 몇 년 만에 관광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 머리 위에서 "웽~" 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큰 잠자리 같은 게 빙빙 돌며 따라다닌다.
신세대 버스 기사님이 드론으로 오늘을 영상에 담아주고 있었다.
요즘 기사님은 운전만 하는 게 아니었다.
우리들의 추억까지 함께 태워 달리는 것이었다.
버스 안은 청결했고,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기사님의 유쾌한 인사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버스가 도로를 달리자 창밖 가을 풍경에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첫 코스는 화성 휴게소. 내려서 우리가 향한 곳은 화장실이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격자 문양의 인테리어와 은은한 조명, 나무 평상이 마치 전통 가옥의 거실처럼 한국의 멋이 물씬 나게 꾸며져 있었다.
외국인이 이곳을 들렀을 때 어떤 느낌일까? 가을 소풍, 우리들의 추억 한 컷 ▲  별이된 우리 ⓒ 김연희 해외여행을 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들르면서도 가장 불편했던 곳이 화장실이었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상쾌했던 기억은 거의 없었다.
변기 커버가 없거나,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화장지가 비치된 경우도 거의 없었다.
무료 화장실 역시 흔치 않아, 가이드가 안내해 주면 급하지 않아도 들러야 했다.
일부 유료 화장실은 그나마 입구에서 화장지 몇 칸을 뜯어주긴 하지만 질이 좋지 않아 화장지와 동전은 여행 필수품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짐 정리를 하다 보면 주머니 여기저기서 구겨진 화장지가 나오곤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곳 화장실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평상과 파우더룸까지 꾸며져 있어 들어가는 순간 편안하고 아늑했다.
길 위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쉼터 같았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감탄이 나왔다.
그동안은 덮힌 변기 뚜껑을 열려면 불쾌하고 조심스러웠는데 뚜껑에 붙어 있는 작은 손잡이 하나가 그 불편함을 말끔히 해결해주었다.
질 좋은 화장지와 청결하게 정돈된 세면대, 꽉 채워진 물비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과 안에 있는 사람을 배려한 표시 등,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까지. 작은 공간 속에 세심한 정성과 손길이 곳곳에 스며 있었다.
화장실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고, 내가 머물렀던 흔적을 조용히 지우고 떠나는 자리이기에 그 안에는 서로를 생각하는 작은 배려와 보이지 않는 품격이 스며 있다.
서로의 생각하는 마음 덕분에 여행자의 하루가 한층 더 기분 좋아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호두과자 몇봉지를 사서 기분 좋게 버스에 올랐다.
얼마 후, 아름다운 죽도 상화원에 도착했다.
시원한 바닷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바다 데크길을 걸었다.
촬영자는 보이지 않는데 드론은 우리 머리위를 맴돈다.
웃고 떠드는 순간 하나하나가 영상 속에 담긴다.
이젠 자연스레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든다.
여행길을 함께 걸으며 모든 순간들을 소리 없이 기록해 준다는 건 생각보다 큰 감동이었다.
그날은 지나갔지만 카메라는 우리의 모든 시간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언제든 다시 펼치면 그날이 그대로 되살아날 것 같은 따뜻한 추억의 한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돌아오는 길, 도로는 꽉 막혀 있었으나 우리는 지루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우리가 주인공인 하루가 버스 화면 속에 영화처럼 흘러간다.
얼굴보다 뒷모습이 더 예쁘다며 뒤돌아서 폼 잡았던 우리들. 하늘 보고 누워 별이 됐던 순간까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저장되었다.
기사님의 수고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청결을 지켜준 누군가의 손길 덕분에 깨끗하고 편안한 여행 길이었음에 감사하다.
덧붙이는 글 | 추억 저장해주신 관광버스 기사님께 감사합니다
땅에 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