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 연속기고 ④] 그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방송 제작 현장이 되려면
커져만 가는 K-POP 산업 속에서 외면받는 아동청소년의 노동과 인권에 대해 4차례에 걸친 연속기고입니다.
마지막 글은 희망을만드는법 김두나 변호사의 글입니다.
<기자말> K-POP,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세계적이다.
한국 대중문화예술산업의 규모는 11조 원을 넘어서며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2022년 기준, '2023년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한국콘텐츠진흥원). 대중문화산업에 종사하는 아동·청소년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특히 K-POP 가수들의 데뷔 연령이 낮아지면서 아동·청소년 시기부터 아이돌 가수로 활약하는 경우가 늘었다.
드라마나 영화, 연극, 뮤지컬에서 연기자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열악한 현실이 존재한다.
일부 청소년 연예인의 성공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제작 현장은 그렇지 않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뉴진스 멤버들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10대 시절부터 활동해온 이승기씨의 불공정 계약 사례는 아동·청소년 예술인이 대중문화예술산업 구조 속에서 얼마나 쉽게 인권 침해에 노출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개정된 대중문화산업법의 한계 이러한 사건들이 사회적 관심과 공분을 불러 일으키면서 관련 법제도의 개정이 이루어졌다.
2025년부터 개정·시행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아래 대중문화산업법)'은 일정 부분 진전을 이뤘다.
개정된 법에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에게 과도한 노출이나 지나치게 선정적인 표현을 강요하는 행위, 학교의 결석이나 자퇴 등을 강요하는 행위, 보건상·안전상 위험 감수를 강요하는 행위, 과도한 외모 관리를 강요하는 행위, 폭력과 성희롱 등 각종 금지 행위가 명시되었고, 이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도 의무화됐다.
또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에게 소속 대중문화예술인의 요구가 없더라도 회계내역과 보수 내역을 투명하게 제공하도록 한 점도 고무적이다.
· 이는 그동안 법과 제도의 공백으로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던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화다.
다만, 법 위반에 대한 제재 조항이 부재한 탓에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법이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개정법이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을 의무화한 것은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업무를 사업 체계 내에 마련할 것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용역제공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와 열악한 용역제공 환경 등에 대하여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려면 그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 책임자가 추가로 지정될 필요가 있다.
▲ 내일은 미스트롯2 생방송 장면  대중문화산업법에 의해 만15세 미만 청소년의 10시 이후의 야간 방송 촬영은 제한된다.
이러한 규제가 시행된 이후에, 이를 위반한 것에 대한 행정적인 제재가 가해지거나, 방송사가 이를 준수하고자 일정 변경 등을 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내일은 미스트롯2> 결승전 생방송이 야간에 진행되면서, 법을 준수하기 위해서 만15세 미만인 두 출연자를 대신하여 사진 판넬이 서있는 모습이다.
ⓒ TV조선 한편 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용역제공시간 제한에 관한 내용이 최종 개정법에 포함되지 않은점은 아쉽다.
현행 대중문화산업법은 15세 이상 청소년에게 주 40시간, 최대 주 6시간의 연장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15~18세 청소년의 주 35시간, 최대 주 5시간 연장 근무를 허용하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다.
게다가 일일 용역제공 시간 제한조차 없어 무리한 스케줄에 아동·청소년들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법 개정 논의과정에서는 15세를 기준으로 그 미만과 그 이상의 연령으로 나누어 용역제공시간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법을 개선하여, 아동·청소년의 발달단계를 고려한 세분화된 용역제공시간이 제안되었으나 최종 개정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아동·청소년의 권리보다 산업 효율성을 우선시 한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해외 각국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복지와 안전,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들이 적극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의 경우 제작 현장에서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들의 건강, 안전, 복지, 휴식, 노동 시간, 학습 등을 관리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현장 담당자를 배치하도록 법 제도로 정하고 있다.
또한 용역제공시간도 생후 6개월 미만. 6세 미만, 9세 미만, 16세 미만, 18세 미만 등으로 세분화하여 제한하고, 연령에 따른 휴식시간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예술산업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복지와 안전, 기본권 보장에 대한 기준도 그에 발맞추어 개선될 필요가 있다.
모두의 노력으로 가능한 변화 ▲ 언더피프틴 방영 철회 촉구 기자회견  지난 3월 26일 129개 여성시민사회단체가 MBN 앞에서 언더피프틴 방영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 대중문화예술산업, 특히 K-POP의 중심에 있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은 연예인이나 연습생이기 앞서 한 명의 아동·청소년이다.
이들이 단지 '상품'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가진 존재이고, 연령에 적합한 학습과 여가, 충분한 휴식을 통해 신체·정서·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해 도입된 새로운 법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대중문화예술사업자는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관련 조직 체계를 충실히 갖추고 실행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도 막중하다.
사업자에 대한 지속적인 감독과 교육, 매뉴얼 제공 등 실질적인 행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대중문화예술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민들도 제작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인권 침해가 의심될 경우 목소리를 내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지금, 한국 대중문화예술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성장을 이루고 있다.
산업의 성장은 책임을 수반한다.
바로 지금이 아동·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의 권리와 복지를 보장하는 제도를 정비하고, 현장을 개선할 수 있는 적기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민협력 플랫폼 빠띠에도 실립니다.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는 언론, 방송, 노동, 법률, 인권 영역 등에서 활동하는 11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 중인 연대체입니다.
지난 활동은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hanbit.center/popup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