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공판] "주식 잘 모른다" 해명과 배치 정황… 증권사 직원 "혼자 매매 했다면 전문성 있어"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씨(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아내)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전 비상장 회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매해 8억 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김씨 변호인단이 김씨를 '투자 지식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로 규정했던 것과 거리가 있는 셈인데, 당시 김씨의 미래에셋 계좌를 관리했던 담당 직원조차 "BW 매매를 혼자 했다면 전문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도이치 사건' 전 비상장주식 BW 매매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우인성 재판장) 심리로 진행된 김건희씨 사건 6차 공판에서 미래에셋증권·한화투자증권 직원으로서 김씨 계좌 담당자였던 박아무개씨, 구아무개씨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두 계좌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동원됐다.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은 도이치모터스 1차 주가조작 사건이 시작된 2009년 12월보다 3개월 전인 같은 해 9월, 김씨와 박씨가 나눈 녹취록을 공개했다.
김건희
: "내가 하나 크게 할 게 있다.
내가 '워런트'를 갖고 있는데 시장에 팔고 싶다.
이게 또 감자(자본금 감소)라고 한다.
"
김씨가 언급한 건 현재 상장폐지된 회사 '네오세미테크'의 BW 이야기다.
BW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워런트)가 붙은 채권을 말한다.
당시 채권과 신주인수권을 분리해 매매할 수 있는 '분리형 BW'가 허용됐는데, 김씨는 상장을 앞둔 네오세미테크 내부 관계자로부터 사전에 이 같은 BW를 받아 보유하면서, 회사가 '감자'를 할 경우 주가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BW 판매 계획을 세운 걸로 보인다.
김씨는 한 달(10월 16일) 뒤 실제 '실행'에 옮긴다.
김건희
: "오늘 (권리)공매도 하는 걸로 저만 혼자 받았다.
(가진 건) 일단 12만 주이고 이후 (시장에) 물량이 300만 주씩 풀리는 상황이다.
지금 3배 정도까지 생각하는데 그렇게까지는 안 될 것 같다.
"
박씨
: "(네오세미테크) 상장 이틀 전에 매도할 수 있다.
"
김씨는 인수대금 6억7500만 원을 같은 해 10월 6일 사전 납입, 10월 16일 권리공매도 방식으로 자신이 가진 12만주를 14억7000만 원에 매도해 열흘 만에 8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
박씨는 "일반적인 거래는 아니다.
신주인수권은 회사와 관계 있는 사람들이 미리 받아 수익을 많이 보고 파는 형태"라며 "저도 (BW 매매는) 상식적으로만 알고 있었고 매매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를 '주식 전문가'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두고 "내가 전문가를 높이 평가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BW 매매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이렇게 큰 수익을 내는 사람은 얼마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증권사 직원 간 이야기로) 이런 매매는 BW를 주는 사람이 '이 정도 가격에 팔아라'라는 (모종의) 계획을 갖고 파는 걸로 알고 있다"며 "(김씨가 매매를) 혼자 했다면 전문성이 있는 것이고, (누군가에게) 듣고 했다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20억 몰빵'... 증권사 직원 "흔히 볼 수 없는 경우"
박씨는 평상시 3억 원가량을 투자 자금으로 썼던 김씨가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시기(2010년) 20억 원으로 자금을 대폭 늘린 것 관련해 "놀랐다"고 회고했다.
또 평소 거래량이 작았던 '소형주' 도이치모터스 한 종목에만 김씨가 이 돈을 전액 투자한 걸 두고 "흔히 볼 수 없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특검 쪽이 그 의미를 묻자 "두 가지 가능성"이라며 "이 회사에 특별히 좋은 재료가 있다는 믿음이 있거나 아니면 이 종목에서 흔히 말하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핸들링 하는 경우"라고 했다.
또 당시 주문이 김씨 명의 HTS(증권사 온라인 거래 시스템)로 이뤄졌지만, 마치 자신이 투자를 하지 않은 듯 박씨에게 매일 매매를 보고 받았고 김씨가 직접 "그쪽에 40%를 주기로 했다"고 언급한 사실을 관련해, 박씨는 "김씨가 '사설 투자 클럽'을 이용하고 있으리라 추정했다"고 했다.
사설 클럽을 두고는 "불법의 비중이 크다고 판단된다"며 "특히 수익 배분이 과하다면 불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 재판은 올해 마무리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오는 14일까지 증인신문을 마무리하고 19일 서증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6일에는 서증조사에 대한 피고인 측 의견을 듣기로 했다.
양쪽이 최종 의견을 진술할 결심공판은 이달 말 또는 내달 초로 예상된다.
통상적으로 결심공판 후 한두 달 내 선고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올해 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투자 지식 부족하다더니... "김건희, 도이치 이전 BW로 8억 수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