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력 남용해 월북자 둔갑" 서훈 4년 등 구형... 변호인 "문재인 정부 공격 위한 수사"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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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9월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왼쪽부터),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5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기소'라는 논란이 불거졌던 문재인 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1심이 오는 12월 26일에 마무리된다.
검찰 기소 후 3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5일 이 사건 심리를 종결했다.
검찰은 2020년 9월 서해 해상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총에 맞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를 당시 문재인 정부가 '자진월북'으로 몰아갔다며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징역 4년,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징역 3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을 징역 3년,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에 처해달라는 의견을 냈다.
검찰은 서훈 전 실장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이 이대준씨 사망 관련 정보를 삭제하고, 은폐함으로써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월북몰이로) 유족은 지금도 고통 받고 있지만 피고인 누구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고위공직자인 피고인들이 국민의 생명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권력을 남용해 월북자로 둔갑시키고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유가족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등 심각한 해악을 끼친 사건"이라고도 표현했다.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도 발언 기회를 얻어 "문재인 정권 안보라인의 만행을 알리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재판부에게 "저와 가족들은 지난 6년 간 고통과 눈물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저는 이 21개가 빠지고 당뇨가 생겼는데 아직 구속도 안 되고 큰소리 치고 사는 이들을 단죄해야 하지 않겠나. 국가 존재 이유는 질서가 제대로 잡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검찰 "월북자로 둔갑, 유족 사회적 매장시켜"... 유족 "문재인 정권의 만행" 변호인 "대통령실이 결론 정해둔 수사"... 서훈 "안보기관에 정치갈등이..." 반면 서훈 전 실장 변호인 이석수 변호사는 "변호인은 지난 정부 공격을 위해 대통령실로부터 결론이 정해진 수사라 규정하고 싶다"며 "(이 사건처럼) 검찰 수사와 감사원 수사가 동시에 진행된 사례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결국 "대통령실이 없었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는 또 당시 첩보 등을 보면 이대준씨 구조 노력이 있었지만, 누구도 북의 총살을 예상하지 못했으며 이씨가 자의로 바다에 뛰어들지 않았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 "아까 검사는 (피고인들이) 이 사건을 은폐했다고 하는데, 만약 이 사건을 은폐하고자 마음을 먹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모자란 사람"이라며 "이 사건 다음날 새벽 1시 회의 때 이미 이 첩보를 인지한 인원이 수백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 월북은 허위다 이러는데 그럼 진실이 무엇인가. 월북이 아니면 어떻게 발견된 것인지 말해줘야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얘기가 전혀 없다"며 "수사 결과 발표나 첩보 분석 내용은 판단의 문제"라고 했다.
이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4개월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던 서훈 전 실장은 "안보 분야 종사자 입장에서 사회와 정치권의 갈등이 안보기관에까지 침습해 들어온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얘기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안보 공직자들은 최선을 다해 작성한 보고서 문장들이 하나하나 해체되고,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 의미가 경우에 따라 뒤틀려 추궁하고, 그것이 사법판단의 근거가 되는 현실"이라며 "이게 누구에게 유리한가? 이런 일은 이번으로 끝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욱 전 장관도 "저 포함 본 재판 피고인 전원은 분야는 다르지만 국가에 헌신했던 사람들이다.
저 또한 40여 년의 군 생활 동안 지탄 받아 본 적 없는 퇴역군인"이라며 "군 선후배동료들은 저의 공무수행 중에 일어난 일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그들의 미래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이 사건은 파면 당한 윤석열이 지시했고, 국정원 일부 직원들과 원장, 감사원과 검찰이 공모해서 만든 정치조작극"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재판부는 12월 26일 오후 2시에 최종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쌍방 3년 넘게 많이들 고생하셨다"며 "재판부는 법률이 정한 대로 오직 증거에 의해서만 유무죄를 판단하겠다.
말씀하신 부분 깊게 검토해서 추호라도 억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소 3년 만에...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1심 12월 26일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