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포플래닛, 유엔 기후회의(COP30) 앞두고 콘서트 탈탄소화 현주소 담은 보고서 발간
라이브 공연이 음악산업 배출 70% 이상, 전력 전환으로 차량 1대 11년치 배출량 절감 가능
주요 엔터사, 폐기물 외 에너지·이동 부문 감축 노력 아직 미흡
케이팝 팬들이 저탄소 케이팝 콘서트를 위한 행동 현주소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제 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한 주 앞두고 나와 더욱 의미를 더했다.
4일 케이팝포플래닛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 ‘저탄소 콘서트: 케이팝을 구할 새로운 무대’를 공개하며, 새 캠페인 ‘케이팝 탄소 헌터스’의 시작을 알렸다.
2021 년 출범한 케이팝포플래닛은 지구와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 스타를 사랑하는 케이팝 팬들을 위해 케이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 운동 플랫폼이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저탄소 콘서트를 단순한 친환경 공연을 넘어, 공연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아티스트, 팬, 주최 측이 함께 책임지는 실천적 무대로 정의했다.
보고서는 저탄소 콘서트의 우수 실천 사례, 케이팝에서 실현하기 위한 체크리스트, 현재 케이팝 콘서트의 탈탄소화 현황 평가를 담고 있다.
단체는 케이팝의 국제적 위상이 커진 만큼 탄소 저감을 위한 책임도 커졌다며, 케이팝 산업계와 정부, 팬들이 저탄소 콘서트를 케이팝의 표준으로 삼기 위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라이브 공연, 음악 산업의 온실가스 최대 배출원 보고서는 음악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 중 공연이 73%를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저탄소 콘서트가 지속가능한 케이팝 산업으로 가는 핵심 해법임을 강조했다.
주요 배출원은 ▲무대 조명이나 음향, 냉난방, 전광판 등을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 ▲관객과 아티스트, 공연 장비 등의 이동 ▲폐기물 ▲음식이다.
에너지 측면에서는, 일반적인 디젤 발전기 대신 재생에너지로 충전한 배터리를 활용하면 탄소 배출을 직접 줄일 수 있다.
가령 하루 약 4만 5천명의 관객이 찾는 미국 포톨라(Portola) 음악 페스티벌은 지난해 100% 배터리로 무대를 구동해 약 6,053갤런의 디젤 사용을 피했다.
이는 가솔린 승용차 1 대가 11년 이상 배출하는 탄소량에 해당한다.
세계적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는 2023년 롤라팔루자 헤드라인 공연에서 약 136장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자체 생산했다.
당시 프로젝트를 지원한 미국 비영리단체 리버브(REVERB)에 따르면, 탄소 1톤 이상을 절감했으며, 전체 배터리 저장량은 7%도 소비되지 않았다.
대규모 공연에서도 재생에너지 활용이 충분히 현실적인 옵션임을 보여준다.
영국 록밴드 매시브 어택은 ‘Act 1.5’페스티벌에서 재생에너지로 배터리를 활용해 디젤 발전기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98%까지 줄였다.
올해 4월 내한하기도 한 콜드플레이는 태양광 패널과 더불어 키네틱 플로어, 자전거 발전기를 활용해 팬들의 기후변화 인식 제고까지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직은 낯선 ‘케이팝 저탄소 콘서트’ 보고서는 케이팝 콘서트의 기후위기 대응 현황도 평가했다.
해외 저탄소 콘서트 사례와 연구를 기반으로 ‘저탄소 콘서트 체크리스트’를 개발하고, 이를 CJ ENM, HYBE, JYP, SM, YG 등 주요 케이팝 관련 기업의 ESG 보고서에 적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케이팝 콘서트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세부 감축 목표를 제시한 곳도 거의 없었다.
다만 일부 기업은 폐기물 감소를 위해 현수막 업사이클링 (CJ ENM, HYBE, SM, YG)과 자원 순환을 고려한 콘서트 굿즈 발매(CJ ENM, JYP, SM)를 시도했다.
해외 아티스트들이 공연 기획 단계부터 탄소 감축 로드맵을 마련하고, 무대 설계·장비 운송·전력 사용 등 전 영역에서 체계적 저감 전략을 실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다만 보고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ESG 보고서에서 ‘지속가능한 공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콘서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SM)하고 공개(YG)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YG는 블랙핑크가 2021년 유엔 기후회의(COP26) 엠배서더로 활동한 이후 업계 유일 지속가능공연 보고서를 발간하고, 2030년까지 모든 공연을 지속가능하게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보고서 저자인 김나연 캠페이너는 “YG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지만, 2030 목표를 실현하려면 단순한 탄소 상쇄가 아니라 직접적인 탄소 배출 저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한류팬이 약 2억 2,500만명(한국국제교류재단 2023년 기준)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팬덤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상황에서 그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단체는 강조했다.
케이팝 세계화에 맞는 ‘탄소 책임’ 가져야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저탄소 콘서트를 실현시키기 위한 5대 과제를 제안했다.
▲모든 공연 과정의 탄소 배출량 측정 및 공개, 탄소 감축 계획 수립 ▲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실질적 탄소 감축 실천 ▲아티스트의 명확한 기후위기 대응 메시지 전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근절을 비롯한 공연장 폐기물 감축 및 관리 ▲이동 영역의 탄소 배출 최소화 등이다.
김나연 캠페이너는 “지구 온난화를 넘어 끓는 지구로 향하는 지금, 매년 기록적인 폭염과 각종 기후 재난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며 “저탄소 콘서트는 케이팝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뿐 아니라 그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활용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 음악 지속가능성 연합(MSA) ▲ 뮤직 디클레어스 이머전시(MDE) ▲ 줄리스 바이시클(Julie’s Bicycle) ▲ 리버브(REVERB) 등 글로벌 기관의 전문적인 검토와 지지를 받았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COP30 앞둔 케이팝 팬들 "저탄소 콘서트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