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젊은 층을 중심으로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 열풍이 번지고 있다.
타탄 체크, 벨벳, 황동 촛대 등 90년대식 연말 인테리어를 재해석해 집을 꾸미는 트렌드로, 화려한 명품보다는 따뜻하고 클래식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맞물리며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는 뉴잉글랜드풍 격식과 미국적 향수를 결합한 미학으로, 특유의 따뜻하고 아늑한 색 조합을 가진 브랜드 랄프 로렌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국 포춘, 뉴스위크 등은 “한때 구식으로 여겨졌던 인테리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수백만 명의 예산에 민감한 미국인들이 달러 스토어와 중고 매장을 뒤지며 랄프 로렌식 크리스마스를 재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 키워드 사용는 지난해 대비 600% 급등했고, 수공예 플랫폼 Etsy의 관련 장식 검색량도 180% 증가했다.
구글 트렌드에서도 해당 키워드 관심도(검색 빈도)는 11월 기준 100으로 급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 보다 3배 이상 오른 수치다.
마케팅 분석사 리슨 퍼스트의 체이스 바가 디렉터는 “검색 추세를 보면 이 트렌드가 틈새시장을 넘어 대중의 연말 소비 행동으로 확대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SNS에는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 무드로 집을 꾸민 인증 영상이 연이어 게시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소품을 중고 매장이나 달러 스토어 등 저가 판매점에서 구매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히 미적 유행이 아닌 경제적 현실의 반영으로 분석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연말 예산이 크게 줄어든 소비자들이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전통적인 아이템을 쫓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소매업체들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포춘은 “헤리티지 스타일을 재현하는 프리미엄 가이드북조차도 대중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트렌드의 배경에는 향수와 소속감도 있다.
카탈로그나 TV 속 크리스마스를 동경하며 자란 Z세대에게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는 불확실한 시대 속 따뜻함과 안정감, 가족 모임에 대한 상징이 된 셈이다.
틱톡에서 관련 트렌드를 처음 언급해 20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크리에이터 민티 스콧(28)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 스타일은 우리가 상상하던 ‘전형적인 크리스마스’의 정석”이라며 “호두까기 인형이나 체크무늬, 기차 장식에 얽힌 추억이 이를 더 특별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포춘은 “이러한 미학은 1990년대의 향수에서 비롯됐다”며 “그 시절은 미국적 화려함과 전통적 크리스마스의 낭만이 공존했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꿈꾸던 시대였다”고 전했다.
얇아진 주머니에… Z세대, ‘랄프 로렌 크리스마스’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