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5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강변서재 야외에서 단일화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단일화 관련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난 지난 5월 7일 밤 늦은 시간. 서울시 한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저 사람들(김문수·한덕수 외 당 지도부 및 중진)은 단일화 아무 때나 해도 상관없을지 몰라도, 우린 안 그래. 우리는 11일 지나면 선거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관위에 선거운동원 등록을 해야 해. 그리고 개표참관인도 우리가 다 추천해서 등록을 한단 말이야. (시간이 촉박해서) 지금부터 해도 빡빡해. 그렇게 등록해서 11일부터 선거운동해야 하는데, 11일 지나서 한덕수가 무소속으로 나오든 단일화를 하면 우리 선거운동원이 2명을 다 도울 수가 없잖아. 선거운동원은 우리 당 후보로 등록해서 선관위에서 돈을 받는 건데…. 우리가 한덕수 도우려면 별도의 조직을 꾸려야 하는데 11일 지나면 어디서 데려오냐고. 한덕수가 무소속으로 나오면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데, 11일 지나면 끝난 거야. 설사 도울 수 있는 조직이 남아 있다 하더라도 (당협위원장인) 내가 추천해야 하는데 한쪽은 김문수 돕고, 한쪽은 한덕수 돕고 이게 무슨 코미디냐 말이지. 걔네들(당 지도부 및 중진 의원)은 망해도 상관없다는 거지. 지역구 좋으니까. 진짜 뭐 이런 것들이 있어." 김 후보와 한 예비후보의 단일화가 후보 등록 기한인 5월 11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민의힘 내부는 들끓고 있다.
영남당, 강남당이니 하는 표현은 점잖다.
당 밑바닥에서 이번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는 당원들은 더 거친 표현으로 지도부와 중진들을 비판한다.
정당정치의 핵심인 당원들은 지도부와 중진들의 단일화 놀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을 꺾어야 한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이런 식의 단일화가 옳은지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문제의 근본은 당이 키운 인사들이 아닌 일종의 용병에 기대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 당의 현실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윤석열을 데려와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그가 비상계엄이란 자충수를 두면서 2년 반 만에 치러지는 대선에서 당은 다시 국무총리 한덕수를 데려와 선거를 치르려 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한덕수와의 단일화를 내세워 당 경선에서 최종 승리했지만, 마치 자신을 들러리 취급하는 당 지도부에 반감을 품고 사실상 드러누웠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시너지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각 후보는 선거 운동을 하고 다음 주 수요일(14일)에 방송 토론, 목요일(15일)과 금요일(16일)에 여론조사를 해서 단일화하자"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런 식의 강압적 단일화는 아무런 감동도 서사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당 지도부와 한 예비후보가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전에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을 사실상 일축한 것이다.
당 지도부도 물러서지 않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오늘 여론조사를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날 당이 제안한 TV 토론과 이틀간의 여론조사 절차를 진행해 11일 이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또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고 주장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연 김 후보에 대해서는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려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심한 모습"이라고 맞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5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휴대전화를 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쌍권의 강력한 단일화 드라이브 사태가 이렇게까지 흘러가게 된 요인은 복합적이다.
경선 내내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내세웠던 김 후보의 스탠스가 묘하게 바뀐 것이 표면적 요인이다.
한 꺼풀 벗겨 보면 배경에는 '쌍권'(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의 단일화 드라이브가 있었다.
지도부는 지난 5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의총을 열고 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5일 의총에서 "목표 시한(11일) 내 단일화에 실패하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못박았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7일 저녁부터 단일화 촉구를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에 앞서 같은 날 오후 김무성·유준상 등 일부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상임고문 중 일부는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단식 동참을 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후보에 대한 강공이 이어지자 앞서 경선에 나섰던 나경원 의원은 지난 6일 의총에서 '후보 교체론'에 반대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나 의원은 "후보를 사퇴하거나 교체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
공당다운 모습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호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해 한 국민의힘 보좌진은 "과거 본인이 연판장 사태의 피해자였던 데다, 이번에 경선 후보로 나섰던 것에 감정이입이 됐던 것 아니겠느냐"며 "경선 후보로 나섰던 후보자들이나 캠프에 몸담았던 의원들은 김 후보 입장에 어느 정도 동조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김 후보는 7일 한 예비후보와의 회동을 앞두고 경선 경쟁 주자였던 안철수·나경원 의원과 회동해 단일화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경선에 나섰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 역시 지난 5일 김 후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물러서지 말라고 조언하며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지난 5일 의총에서 김 후보를 공개적으로 옹호한 의원은 한동훈 캠프에서 대외협력총괄위원장을 맡았던 송석준 의원이 유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송 의원은 "김문수 후보 중심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3선 의원 13명의 단일화 촉구 성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그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모든 건 원칙대로 가야 한다.
꼼수를 부리면 민심도 떨어져 나간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뽑은 후보를 뒤엎을 명분은 없다"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하려고 했다면 물밑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처럼 겉으로만 행동하는 것은 우리 당 전체의 품격을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의총에 이어 지도부는 7일 오전 9시부터 12시간 동안 전 당원을 상대로 단일화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김 후보를 압박하겠다는 의중이 읽혔다.
결과는 '단일화 찬성' 82.82%, '후보 등록 전 단일화' 찬성 86.7%였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김 후보가 아무리 버텨도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어쩌지 못할 거다.
단일화에 대한 당원들의 기대감이 압도적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김문수 캠프 의원들도 '위장전입'? 김문수 캠프 출신 현역 의원들도 김 후보에 단일화를 압박하고 나섰다.
대표적으로 김문수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지낸 박수영 의원은 지난 6일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방에 "김 후보를 비롯한 측근 및 캠프는 전형적인 좌파식 탈취 전조를 보이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다.
5일 의총에서는 "김 후보가 단일화를 바로 하실 줄 알았는데 제 판단이 틀린 것 같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사과하고, 다음날인 6일 의총에서는 나경원 의원을 향해 "나경원 캠프로 좀 들어가게 해 달라. 김문수 캠프 못 하겠다"는 농을 던지기도 했다.
관련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재 김 후보 캠프에 현역 의원들이 많이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모 의원은 김 후보 캠프에 속해 있으면서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호남 출신 대선 후보'를 언급하고 한 전 총리를 밀더라"며 "겉으로는 김 후보를 지지하면서 캠프에 합류해 직함을 달고, 며칠 지나지 않아 한 전 총리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는 것이 '위장전입'이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현 사태와 관련 친윤계(친윤석열) 쌍권 지도부를 중심으로 현역 의원들이 모이는 배경에 '당권'과 '윤심'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6·3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를 고려해야 하는데, 현재처럼 당을 장악하는 주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김문수 후보보다는 '외부 용병'인 한덕수 예비후보가 부담이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의중이 김 후보보다 한 예비후보를 향해 있는 것도 한몫한다.
당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경선 때부터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일부 의원들에게 '단일화를 위해 김 후보를 밀어주라'고 언급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문장은 지금의 상황을 압축해 나타내고 있다.
"(친윤은) 말 안 듣는 홍준표 대신 어리버리한 김문수 세워 당 밖에 말 잘 듣는 한덕수로 정리하려고 했다.
그래서 한동훈, 홍준표를 제꼈는데 어리버리 김문수가 강화도령 놀이를 거부하고 왕노릇을 하려고 하니 지금 안달이 난 것이다.
" 그러나 김 후보 캠프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오히려 김 후보에게 '서사'를 만들어준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캠프 관계자는 "쌍권이 핍박할수록 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도 추미애가 없었으면 대통령이 됐을까라는 말이 있듯이 핍박을 받으면 지지율이 오르기 때문에 극적인 드라마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김문수 후보도 국민의힘 당권파에겐 외부 인사로 비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던 김 후보는 지난 4월 9일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입당한 지 한 달 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셈이다.
김 후보는 2020년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한 바 있다.
그런 김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을지문덕·김덕수'를 내세우는 등 한덕수와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 지도부 간 충돌에 대해 "김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면, 대선 이후 당 대표 선거에 나올 것"이라며 "대선이 끝나고 나면 한동안은 김 후보에게 힘이 실리고, 선거 과정에서 김 후보는 당에 본인 사람들을 심어놓을 수 있다.
반면 현 지도부는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 예비후보는 대선 패배 이후 정치권에 머물 가능성이 낮다.
현 당내 주류 입장에서 전혀 부담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되면 향후 거취에서 몸값이 오르고, 현재 걸려 있는 여러 재판에 대해서도 '정치보복'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 야당이 집권 시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이점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평론가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김 후보 측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는 일요일까지 당이 한 예비후보를 후보로 정해 도장을 찍어 선관위로 보내버리면, 김 후보의 선택지는 무효 소송뿐이다.
그러나 법원은 정당의 내부 결정에 대해 자율권을 폭넓게 인정해주기 때문에 김 후보 측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은 낮다"며 "애초에 경선 자체가 지도부의 의중에 따라 좌우되는 구조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용병 정치'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 이번 단일화 갈등은 특정 후보 간의 이견을 넘어서 '당권을 둘러싼 권력 재편' '외부 인사 중심의 선거 전략'이라는 국민의힘 내부의 취약성을 드러낸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병증을 드러낸 셈이다.
특히 당내 경선을 치르고도 다시 외부 인사로 후보를 바꾸려는 시도는 국민의힘이 반복해온 '용병 정치'와 '비자생적 리더십 구조'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 국면에서 당 밖의 인물을 끌어오는 것은 보수 정당에 익숙한 방식이다.
지난 2022년 대선 때도 국민의힘은 검찰총장을 지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세워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해 정치권으로 끌어낸 것도 당 지도부였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용병 둘이서 당과 나라를 거덜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용병은 검사 출신의 윤 전 대통령과 한 전 대표를 겨냥한 표현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급부상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대선 출마를 시사한 지 20일 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를 두고 '반기문 시즌 2'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현상은 민주당과 비교해보면 더욱 뚜렷해진다.
민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부터 외부 인사를 수혈해 선거를 치른 적이 없다.
2012년 대선을 1년 반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입당했지만, 그는 2012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부산 사상에서 당선됐다.
민주당을 이재명 일극체제라고 비판하지만, 어떻게 보면 민주당은 당에서 키운 후보를 중심으로 이기든 지든 똘똘 뭉쳐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에 더 뼈아픈 것은 당이 용병으로 내세웠던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는 점이다.
보수 정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이다.
용병으로 데려온 인물의 끝이 안 좋았는데 왜 보수 정당은 다시 용병을 내세울까. 현실적 이유가 일단 크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25일 발표한 4월 4주차 정기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38%였다.
한동훈(8%)·홍준표(7%)·한덕수(6%)·김문수(6%)·이준석(2%)·안철수(2%)·이낙연(1%)·조국(1%)·김동연(1%)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34%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넘지 못한다.
(무선 전화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후보와 겨룰 만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호남 출신의 한덕수 후보를 '외연 확장을 위한 카드'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후보도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인물이지 않았을까.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국민의힘 당권파가 한덕수를 밀었던 이유는 한동훈에게 권력을 주기 싫었던 게 1차적인 목적"이라며 "대통령 후보의 '당무 우선권'은 '공천권'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한 전직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국민의힘은 외부 인물 수혈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기득권을 위협하거나 이견을 얘기하면 내쫓아버리면서 내부에서 계속 싹을 잘라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의 인물난, 이유는?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직적 당정관계'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한다.
특히 개혁을 내세우는 정치인에 대한 '배신자 프레임'은 당내에서 인물을 키우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TK 중심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당무를 하다 보니까 차세대가 육성될 수 없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맘에 안 든다고 하니 연판장을 돌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 응징해 달라' 하니 배신자 프레임에 걸리는 등 대통령이 당무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당을 종속시킨 사례가 많지 않나. 반면 이재명 후보는 어려울 때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는 모습을 보인다.
" 장 교수는 "2000년대 들어서 보수 정부가 끝까지 국정 운영을 한 것은 MB 정부 때가 유일하다"며 "한국의 정치 지형도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보수 정당은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공고했던 '보수 우위'의 정치지형이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진보 우위'로 바뀌었는데 보수 정당은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보수 정당은 중도층을 끌어와야지 그나마 세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중도층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기 정당학회장인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이 '카르텔 정당'이라며 "정당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당권 경쟁을 하는 집단들의 모임이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카르텔 정당이란 국민의 편에서 정부와 국민을 연결하는 것이 아닌 정치적 목적만을 달성하려는 정당을 말한다.
외부 인물을 데려와 대통령으로 옹립한 영남권 중진 의원들이 계속 기득권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은 확장성을 잃고, 이념 스펙트럼상 오른쪽으로 밀려나고 있다.
조 교수는 보수 정당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당은 선거 때 후보를 내고 승리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 중 하나여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정권을 잡을 생각이 아예 없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사는데 지금 국민의힘 소속의 수도권 의원이 몇 명이나 되나. 영남권 다선 의원들이 당권을 장악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의원들의 임기는 2028년까지 아니냐. 앞으로 3년 동안은 자리가 유지되는 것이다.
특히 당내 다선 의원들은 당권만 잡으면 공천을 할 수 있다.
보수 정당이 살려면 다음 전당대회를 통해 제대로 된 리더십이 등장해야 한다.
"
단일화 난맥상에 들끓는 국민의힘 당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