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계 5선 의원 출신
정대철 헌정회장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3년 임기단축 개헌'을 약속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5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밤 이양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위촉하고 당원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를 반영한 여론조사를 통해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오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시점부터 당 지도부의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며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자격으로 당헌 제74조의 당무 우선권을 발동한다"고 했다.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 대선 후보 간의 내홍이 격화되던 지난 5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회관에서 정대철 헌정회장을 만났다.
김 후보의 오전 기자회견을 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원들의 명령을 무시한 채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회견하는 모습"이라고 비판한 직후였다.
혼란스러운 국민의힘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고 묻자, 정 회장은 "갈등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며 "당에서 선출된 대선 후보가 이 정도의 저항도 안 한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 높게 비판할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답변이었다.
"당에서 대선 후보가 만들어졌는데 밖에서 다른 괜찮은 후보가 나타났다고 다 내주는 게 쉽겠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하는 단일화가 김문수 후보가 한덕수 예비후보에게 양보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방식으로 보여서 김 후보가 언짢아진 것 같다.
이 정도는 큰 갈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상황을 잘 이겨내고 파탄만 안 난다면 오히려 건강한 정당의 모습이 아닐까.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 최근 한덕수 예비후보를 만났던 정 회장은 "한 예비후보가 출마 선언 전에 대선에 나갈지를 묻기에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오니까 운명'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모두 운이 좋아서, 때가 되니까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9·10·13·14·16대 국회의원을 지낸 5선 출신으로 신민당·평화민주당·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민주신당 등에서 활동한 민주당계 정치 원로다.
그는 전직 국회의원들을 회원으로 하는 헌정회의 제23대 회장으로 지난 2023년 당선됐으며 지난 3월 24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 선대위원장을 맡았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어떤가. "당시 노무현 후보와 지금 김문수 후보의 초기는 비슷했다.
김 후보도 단일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지지율이 올라간 것 아닌가. 그런데 김 후보가 초반과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11일을 넘겨서 단일화를 하자는 것이 결국은 한덕수를 제치겠다는 의미로 읽혔다.
한 예비후보가 무소속으로 등록하면 국민의힘 후보인 김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더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인 것 같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돼야 한다.
후보들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
각자의 시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당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은 쪽으로 결정되지 않겠나.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지 함께 가는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
" - 한덕수 예비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경선을 치렀으면 어땠을까. "한 예비후보는 총리로서 역할을 하다가 갑자기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아지니까 차출된 것 아니냐. 국민의힘에서 경선을 치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지금이라도 한 예비후보보다 지지율이 더 높은 사람이 보수 진영에서 나타난다면 그 사람을 불러내야 한다.
정당의 최종 목표는 대선에서 이겨서 집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 국민의힘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가 최종 선출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자기의 주장을 일관성 있고 강하게 관철시키려고 노력한 것이 당원과 국민에게 믿음직하게 보인 것 같다.
비상계엄 직후 열린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야당 의원의 사과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경선 주자 중 가장 먼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설득력 있게 보였을 것이다.
서울대 학생 시절 종북 좌파에 가까운 운동권이었으나, 현실 정치에 들어와서는 온건 보수주의자로 변신한 것을 보수 쪽에서 높게 평가한 것 같다.
무엇보다 청렴하지 않나." - 세 번의 경선을 거쳐서 최종 후보가 된 김문수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되는 것인가. "안 될 것은 없지만, 김 후보는 여론조사 지지율부터 한 예비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한 예비후보는 단 1%라도 김 후보보다 국민적 지지가 높지 않나.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정권을 내준다 생각하고 그냥 선거를 치른다면 김 후보가 나서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럼 쉽게 지는 거다.
국민의힘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끝까지 고민하는 과정이 민주정당으로서 좋게 보인다.
"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5〜7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43%였고, 한덕수 후보는 전주 조사보다 10%포인트 상승한 23%로 나타났다.
김문수 후보 12%,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 후보의 3자대결 구도를 가정했을 때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43%), 김문수 후보(29%), 이준석 후보(7%) 순으로 집계됐다.
이재명·한덕수·이준석 후보가 가상 3자대결을 했을 시에는 이재명 후보(44%), 한덕수 후보(34%), 이준석 후보(6%) 순이었다.
(무선 전화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photo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 보수 정당이 선거를 앞두고 매번 외부 인사를 수혈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물이 없어서 그렇다.
당 바깥에 국민적 지지가 높은 보수 인사들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내부에서만 인물을 찾기보다는 오히려 폭넓게 인물을 발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 여론조사에선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보이고 있는데. "국민의힘에서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럼 지지율도 지금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비관적으로만 볼 건 아니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약점이 많지 않나. 최근 대법원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기 때문에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면 누구로 단일화를 하든지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
" - 법사위는 최근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
"그걸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고 한다.
특정 개인의 정치적·사적 이익을 위한 법을 만드는 것이 독재국가지 민주국가냐. 좋지 않은 것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다.
" - 한덕수 예비후보의 개헌 공약은 대선판을 바꿀 승부수가 될까. "한 예비후보는 임기 3년 내에 개헌하고 물러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자기희생적인 이 같은 결정은 국민을 감동시킬 가능성이 있는 제안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 중 당선되면 개헌을 추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라고 생각한다.
" - 한 예비후보는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과 '개헌연대'를 결성하기도 했는데.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무엇인가. "연합정권을 목표로 단일화하고 힘을 모아서 함께 대선을 치러야 한다.
연합정권 구성에 실패한다면 공동야당연대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포함한 '반이재명 빅텐트' 아래에서 단일 후보를 만들면 강력한 이재명 후보와의 한판 승부를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때 빅텐트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국민의힘에 들어가면 계엄당, 탄핵당, 윤석열당과 연대한다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선거비용 부담과 당원들의 지지가 약화되는 문제가 있다.
" - 왜 지금 개헌을 해야 하는가. "개헌은 이 시대에 가장 화급하고 절실한 정치 개혁이다.
12·3 비상계엄사태는 잘나가던 대통령이 느닷없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변해서 헌법 요건도 충족하지 못하고 계엄을 선포하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를 교훈으로 삼아 제왕적 대통령제의 가능성을 없애거나 낮춰야 한다.
지금 개헌에 대한 국민적 지지세도 높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60~70%가 개헌에 찬성한다.
또한 국가 백년대계와 민주주의·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
" - 개헌의 필요성이 오랜 기간 제기돼 왔지만 그동안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권력을 잡은 사람이 자신의 권력을 줄이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38년 동안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등 8명의 대통령이 개헌을 공약하거나 개헌에 찬동했지만 막상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초심을 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선 개헌 후 대선' 하기를 바랐는데 결국 잘 안됐다.
영국의 정치가 액튼 경은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으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다.
다른 말로 하면 권력은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개헌 절차가 경성헌법이라 쉽지 않은 것도 있다.
국회의원 3분의2의 찬성이 있어야 하고 국민투표로 인준을 받아야만 개헌을 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 - 개헌의 주도권은 누가 가져가야 하나. "개헌은 여야 국회의원이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도, 그 이후에도 개헌 운동은 계속돼야 한다.
대선 정국에선 각 정당과 대선 후보가 개헌의 방향성과 절차를 공약으로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대선 후보와 정당이 개헌 공약을 확실히 제시하고 국민들이 강력하게 감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 바람직한 개헌 시나리오는. "차기 대통령은 당선 직후 개헌 로드맵을 곧바로 제시하고, 국회의장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조속히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
늦어도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 - 다음 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1년 안에 개헌안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개헌안을 만드는 건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역대 국회의장이 임기 동안 개헌안을 다 만들어놨다.
여기서 선택을 하면 된다.
정치인들의 의지에 달렸을 뿐이다.
개헌과 관련해 4년 중임제에 대한 여론조사가 많이 진행되는데 이건 대통령 임기에 관한 문제다.
4년 중임제냐, 5년 단임제냐 이런 것들을 권력 구조 개편과 붙여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
권력 구조 개편에 대한 내용은 크게 3가지다.
국회에서 뽑고 국회에서 책임지는 총리에게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책임총리제'와 대통령의 권한을 감시·견제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양원제', 그리고 중앙정부와 대통령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시키는 '지방 분권 강화'다.
이 중 무엇을 선택할지, 모두 다 할지는 여야 의원들이 토론을 통해 결정하면 된다.
" -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선·개헌 동시투표'를 제안했다가 철회했는데. "당시 우 의장을 만나서 '왜 철회했느냐'고 물으니 '선배님, 죄송합니다'라고 하더라. 왜 앞장서서 개헌하냐, 민주당 방향과 따로 가냐는 등의 압박이 심했다고 전해 들었다.
우 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보니 이재명 후보가 개헌에 대해서 뒤로 물러서니까 따라서 그런 것 아니겠나 싶었다.
" -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개헌에 소극적인 입장인데. "지난 4월 2일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후보와 소통해보라고 해서 전화를 했다.
이 후보는 당시 책임총리제와 연성헌법으로의 개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공약으로 내걸라고 했는데 닷새 만에 '개헌 안 하겠다'고 발표하더라. 이 후보가 이랬다저랬다 하다 보니 개헌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 - 우리나라는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는데. "부끄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럽기도 하다.
이렇게까지 대통령이 형편없었나 하는 측면이 있으면서도 대한민국은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민주적 결단을 할 수 있는 나라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나.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 돼서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고 감옥에 보낼 수도 있는 나라다.
" - 차기 대통령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국론이 분열됐기 때문에 용서, 화해, 포용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
정치 실종 상태를 상생, 협치, 통합의 정치로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행정의 달인이 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입법의 달인이 돼야 한다.
일방적인 명령과 통제보다는 국회와의 대화, 협상, 토론을 앞세워야 한다.
개헌도 필요하다.
말하다 보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거꾸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돼 버렸다.
앞으로의 시대적 소명은 크게 3가지다.
민주주의를 더 뿌리 깊게 내리는 것, 경제를 성장시켜 5대 강국을 만들고 양극화를 극복하는 것 그리고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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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은 이길 수 있는 후보 내야"… 정대철 헌정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