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6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리백화점 이재명 정부 인사청문회 대책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6월 4주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민주당(4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6·3 대선 직전인 5월 4주에는 여야(與野) 지지율이 40% 대 31%였는데 대선 이후 차이가 더 극심하게 벌어졌다.
NBS 조사에선 중도층뿐만 아니라 보수층도 국민의힘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심각한 지지율 침체로 이어졌다.
한 달 전보다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율은 20%에서 11%로 추락했고 보수층 지지율은 65%에서 48%로 급락했다.
중도층은 약 90%가 국민의힘을 외면했고 지지 기반인 보수층도 절반 이상 등을 돌렸다.
'보수 정당'이란 호칭이 이제는 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을 떠난 보수층은 민주당(20%)과 무당층(19%) 그리고 개혁신당(8%) 등으로 흩어졌다.
매주 실시하는 한국갤럽 조사도 추세가 비슷했다.
국민의힘의 보수층 지지율은 월간 평균치가 1월엔 76%였고, 대선 당내 경선을 치렀던 4월까지는 7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극심한 단일화 내분 끝에 김문수 후보가 대선 본선에 나섰던 5월엔 65%로 하락했고, 대선에서 패한 이후 6월에는 52%로 하락세가 더 두드러졌다.
연초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에서 무당층(9→18%)과 민주당(9→19%)으로 이동한 보수층이 많았다.
보수층은 대선 때까지는 희망의 끈을 버리지 못하고 결집했지만 대선 이후 국민의힘의 안이한 대응에 실망해 급격히 이탈했다.
역대 최단 기록인 3년 만에 정권을 빼앗기고도 마치 아무 일 없던 것 같은 모습에 보수층도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지고 2주일 후 구주류(친윤계)의 지원을 받은 TK 3선 송언석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지만 지지율 하락이 멈추지 않았다.
지난 7월 1일에는 송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는 '원톱' 체제를 출범시켰고 친윤·반탄(反彈) 인사들 위주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했다.
당 안팎에선 "개혁에 절박함이 없어 보이는 새 비대위 체제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선이 만만치 않다.
대선 후보 교체 파동 진상 규명도 뭉개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선거 패배 이후엔 무엇이 잘못됐는지 철저하게 되돌아보고 어떻게 해야 민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해답은 대선 직후 주요 조사회사의 여론조사에도 나와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6월 4~5일, 전국 성인 2000명)에선 보수층의 다수(64%)가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보수층의 61%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고 했고, 58%는 '계엄 옹호 세력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다음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친윤계 정치인에게 공천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에도 보수층은 절반 이상(52%)이 동의했다.
친윤계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은 보수의 본산이라는 대구·경북에서도 56%로 과반수였고, 국민의힘의 강력한 지지층인 6070대에선 61%에 달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하면,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이 원하는 쇄신 방향의 핵심은 '계엄·탄핵 사태에 책임이 있는 구주류 핵심 인사들의 차기 선거 불출마 등 2선 후퇴'로 요약된다.
하지만 당내 기득권 유지란 이른바 '소인배 정치'에 매몰된 국민의힘은 보수층 민심에도 눈과 귀를 닫고 있다.
당 쇄신의 첫걸음인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후보 교체 파동의 진상 규명도 뭉갰다.
'영남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보수 재건이 요원하다는 충고도 쇠귀에 경 읽기다.
국민의힘이 민심과의 공감 능력이 붕괴된 것은 지난 6월 19일 '당의 혁신을 바라는 의원모임'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드러났다.
일부 영남 의원들은 "탄핵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계엄에 찬성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비상계엄 해제안 표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탄핵 반대 당론을 고수해서 실망감을 안겨준 것을 반성하기는커녕 "국민이 오해하고 있다"며 국민 탓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계엄에 대해 명백한 언어로 반대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계엄과 탄핵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보수층은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자신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에 무력감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보수층의 절반 이상(54%)이 '국민의힘이 나의 생각이나 의견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없는 정당에 지지층이 지지를 거두는 것은 당연한다.
지지 철회를 넘어 분노를 표출하는 보수층도 적지 않다.
보수층의 3명 중 1명(32%)은 '국민의힘은 자발적으로 해산해야 한다'는 극단적 처방에도 동의했다.
국민의힘이 다시 국민에게 다가서려면 대충 입으로만 반성하고 변화를 외쳐선 안 된다.
세계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보수주의 정당은 당명에 '보수'를 표방한 영국 보수당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저서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에서 "300년 영국 보수당도 갈등이 계속됐지만 위기 때마다 자기 혁신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했다.
총선에서 패하면 대중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반복적으로 정책과 당 조직을 새롭게 바꾼 영국 보수당의 노력을 국민의힘은 배워야 한다.
107석 소수 야당이 민심을 우군(友軍)으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입법과 행정 그리고 사법부 세력 교체 권한까지 한 손에 쥐고 있는 절대권력의 견제가 불가능하다.
민심의 지원을 받으려면 전면적인 인적 쇄신과 함께 국가의 앞날을 고심하는 정책 정당으로 체질을 확 바꿔서 수권 능력을 보여야 한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조사(6월 4~7일·전국 성인 1500명)에선 '향후 보수 진영이 추구해야 할 핵심 의제'를 묻는 질문에 '경제위기 극복 등에 초점을 맞춘 능력 있는 보수'(38%)와 '법·질서 등 헌정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보수'(32%)란 응답이 많았다.
계파 이기주의와 영남 지역주의를 싹 다 버리고 능력과 원칙을 중시하는 정당으로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조사 결과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거친 양향자 전 의원은 최근 "민주당은 앞에서 웃던 지지자가 선거에선 외면할까 막연한 두려움이 있고, 국민의힘은 앞에서 야단치는 지지자가 막상 선거에선 꼭 찍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두려움은 변화의 원동력이지만, 막연한 기대감은 게으름의 함정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
"정부가 잘못할 거니까 기회가 올 것"이라며 '반사이익'이란 감이 떨어지기만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면 국민의힘은 지금보다 더 최악의 위기를 맞을 것이다.
(여론조사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보수층도 절반이상 국민의힘에 등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