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모사드 홈페이지
지난 6월 13일 시작된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24일부터 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언제 다시 불을 뿜을지 모른다.
지난 6월 21일 이란의 3개 핵시설을 공습한 미국의 '한밤의 망치(Midnight Hammer)' 작전 이후 이스라엘 모사드(MOSSAD)는 후속 작전을 잠시 보류하고 있다.
바로 1979년 이슬람혁명을 일으킨 호메이니의 제자이며 지금까지 이란을 '알라의 대리인'처럼 통치하고 있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를 제거하는 일이다.
실력자로 부상하는 차남 모즈타바(55)와 호메이니의 손자인 하산(53) 역시 제거 대상이다.
이란이 옮겨 놓았을지 모르는 고농축 우라늄의 행방도 주요 관심사다.
모사드는 지금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예전 이스라엘을 취재하러 갔을 때 외무부 고위관리를 만났다.
그는 "지금까지 모사드에 대해 다룬 책이나 기사 중에 맞는 얘기는 일부분"이라며 "세상에 알려진 대로 일한다면 모사드가 아니며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필자는 주간조선 2023년 2월 13일 자에 '누구도 실체 몰라, 3대 정보기관 모사드'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모사드도 홈페이지가 있다.
정식 명칭은 '정보 및 특수작전국'이다.
모토는 솔로몬왕이 쓴 구약성경 잠언 11장14절(지략이 없으면 백성이 망하여도 지략이 많으면 평안을 누리느니라)이다.
그러면서 모사드 측은 바로 앞의 13절(두루 다니며 한담하는 자는 남의 비밀을 누설하나 마음이 신실한 자는 그런 것을 숨기느니라)도 강조한다.
정보요원의 첫째 미덕이기 때문이다.
연간예산 3조7100억
인원은 대략 7000명에 달하고, 연간 예산은 2020년 기준 27억3000만달러(약 3조7100억원)에 이르며, 전 세계에 '시아님'이라고 불리는 협조자를 3만여명 두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모사드에서도 핵심은 '키돈(Kidon·소총에 꽂는 단검)'이라는 암살·납치 전담 부서다.
키돈의 훈련과정은 보통 2년인데 각종 무기·폭발물 다루는 법, 미행 기법, 호텔 객실 침입 방법, 속옷 안에 권총을 숨기는 방법, 미인계 등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
2018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모사드가 적어도 2700번의 암살 임무를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실 모사드와 이란의 인연은 복잡하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만 해도 모사드는 팔레비 왕조의 이란과 친했다.
이란군 수백 명이 이스라엘에서 훈련받는가 하면 '플라워'란 이름으로 함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도 했다.
팔레비 왕조의 정보기관 사바크(SAVAK)는 1957년 설립부터 모사드의 도움을 받았고, 양 기관이 합동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1979년 2월 1일 해외 망명 중인 호메이니가 개선장군처럼 귀국하여 "미국은 큰 사탄, 이스라엘은 작은 사탄"이라며 강력한 이슬람 원리주의 통치를 하자 모사드는 철수 작전을 서둘렀다.
일부 남아있던 모사드 직원들도 1979년 2월 18일 모두 실어냈다.
다만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란은 서방 무기의 필요성 때문에 모사드를 통해 이스라엘과 일시 교류했으나, 이란이 레바논 헤즈볼라를 키우고 2000년대 들어 핵을 개발하면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모사드의 역대 국장 중 가장 공격적인 인물은 '어둠의 왕'으로 불리던 제10대 메이르 다간(2002~2011년 재임)이다.
다간의 모사드는 이란의 고위간부 몇 명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핵 개발 계획에서 이탈하도록 만들었다.
또 이란 핵 프로젝트에 의문의 사고가 잇따르며 농축 작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과학자들이 실종되고 실험실에 불이 나며 관련 비행기가 추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란이 유럽 암시장에서 불량부품을 사도록 유도해 결국 오작동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덕분에 미국·유럽 정보기관들도 뒤늦게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주목하게 되었다.
국가정보원에서 31년을 근무한 이일환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는 "다간 국장은 이란을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이란에 거의 전적으로 초점을 맞추도록 모사드를 뜯어고쳤는데, 총리와도 의견 대립을 할 정도로 모사드를 초당파적으로 유지하려 했다"면서 "그는 이스라엘 8200부대의 지원을 받아 악성 바이러스인 스턱스넷(Stuxnet)을 개발해 이란의 원심분리기 제어시스템인 독일 지멘스 제품에 주입함으로써 이란의 핵시설을 마비시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모사드는 이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1989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오랜 강압통치와 경제난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현 정부가 이스라엘보다 더 밉다"는 그들의 의식을 적극 활용했다.
영국 더타임스 보도로는 돈만 주면 모사드를 돕겠다는 이란인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오죽하면 모사드 잡겠다고 만든 첩보부서의 수장과 20여명이 모사드였다고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 실토했을까.
모사드 로고. 가운데 이스라엘의 상징인 일곱 촛대 메노라가 그려져 있고 바깥으로 잠언 11장 14절이 적혀 있다.
photo 모사드
CIA보다 뛰어난 정보력
모사드는 단순한 공작이나 폭격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암살 수법을 자주 동원했다.
2010~2012년에만 4명의 에이스급 이란 과학자들을 암살했다.
집 앞 오토바이에 폭탄을 설치하거나, 오토바이로 승용차에 접근하여 자석 폭탄을 붙이는 등 오토바이가 주로 동원됐다.
모사드는 2011년 11월 12일 테헤란 인근의 샤하브 미사일 조립기지에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켜 17명을 몰살했는데, 특히 IRGC의 미사일 책임자였던 하산 테라니 모가담 장군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본토까지 핵미사일을 날려보낼 수 있는 고체연료 로켓 엔진을 파악, CIA에 넘겨주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이란의 핵이나 미사일 관계자들을 제거했다.
2015년 5월에는 파르친 군사시설을 폭파시켜 18명이 사망했다.
2018년 초에는 테헤란 남서부의 한 창고에서 이란 핵개발 관련 문서 5만5000장과 CD 183장을 탈취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해 4월 "이란이 '아마드 프로젝트'란 핵무기 개발 사업을 계속하며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핵개발 책임자인 모센 파흐리자데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 27일 파흐리자데는 테헤란 인근 압사르에서 무장 경호원 차량 3대의 호위를 받는 가운데 운전하고 있었음에도, 모사드가 150m 인근에다 미리 주차해둔 닛산제(製) 트럭에서 원격 작동된 AI(인공지능) 기관총을 맞고 살해됐다.
모사드는 1993년부터 정보원을 심어 파흐리자데를 추적했고 그가 5개의 핵폭탄 개발을 논의하는 녹음까지 입수했다.
그리고 이란이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후티반군 등 똘마니 대리세력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공급하는 루트는 모사드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러니 이란은 모사드가 눈엣가시 격이다.
이란은 지난 16일 모사드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에스마일 페크리를 '평화와 안보에 반하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적대행위에 대한 대응법' 제6조에 따라 사형시키는 등 수시로 모사드 관련 혐의자들을 죽이고 있다.
이스라엘에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해도 텔아비브 인근에 있는 모사드 본부가 늘 우선 타격 장소다.
그러면서도 모사드의 전략을 역(逆)벤치마킹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스라엘 첩보 분야의 권위자라는 미카엘 바르조하르는 "모사드 요원들은 해외에서 위장 신분으로 뛰면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고, 조국 역시 그들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수행한 데는 모사드가 깔아둔 휴민트(HUMINT·인적정보)가 큰 역할을 했고, CIA도 중동 정보에 대해서는 모사드에 한 수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혹시 이란과 이스라엘의 불안한 휴전이 끝나는 순간, 모사드의 작품들은 다시 하나하나 드러날 전망이다.
암살부터 정보 탈취까지… 이란 쥐락펴락한 모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