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사, 도의회 긴급현안질문 답변
“행정 권한 적극 활용해 매각 저지”
특구 취소 신청 시 매각 협상 난항
경남도의회 허동원 의원은 지난 4일 정례회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문을 신청해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 사태를 짚었다.
사무국 제공 경남 고성군에 사업장을 둔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을 둘러싼 지역 사회 반발 (부산일보 11월 3일 자 10면 등 보도) 이 거세지자 경남도가 ‘특구 지정 취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역 여론을 외면한 채 매각을 강행하고 있는 모기업을 압박하려는 의도인데, 한편에선 되레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실행은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경남도의회 국민의힘 허동원(고성2) 의원은 지난 4일 정례회 본회의에서 긴급현안질문을 신청해 SK오션플랜트 지분 매각 사태를 짚었다.
허 의원은 “막대한 공적 자원이 SK에 돈을 벌게 하는 재원으로만 이용된 결과가 나왔다.
기업이 투자 약속을 이행하게 할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경남도 김명주 경제부지사는 “고성군이 가진 행정 인허가권, 경남도가 가진 기회발전특구 지정 취소 신청 권한을 적극 활용해 사모펀드가 지분을 매입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안 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특구 지정이 해제되면 개발 행위에 필요한 각종 특례도 사라져 매각 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김 부지사는 “취소 신청만 해도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회발전특구는 정부의 지방시대 실현을 위한 4대 특구(기회발전, 교육발전, 도심융합, 문화) 중 하나다.
법인세·취득세 등 각종 세제 감면과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은 물론 정주 여건 개선까지 정부가 전방위로 지원한다.
경남도 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된 동해면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 현재 공정률 60%다.
부산일보DB 지난해 경남 1호로 지정된 곳이 고성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다.
이 산단은 2007년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됐지만, 민간사업자 부도로 10년 넘게 표류하다 2021년 공매에서 SK오션플랜트 전신인 옛 삼강엠앤티가 사업권을 인수했다.
SK오션플랜트는 이곳에 1조 153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기에 지역민 3600명을 우선 고용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며 특구 지정까지 받아냈다.
경남도와 고성군은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송전선로·사설항로·공유수면 인허가를 지원하고 국도 확·포장, 진입도로 개설, 도시공간 수립 등 1672억 원 규모 공공예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모기업이자 최대 주주인 SK에코플랜트가 사모펀드 운영사와 지분(37.6%)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업 축소와 투자 중단,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지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허 의원은 “이번 사태로 지역과 기업의 신뢰 관계가 크게 훼손됐다.
이미 막대한 공공재원을 투입했는데 기업이 책임지지 않으면 최악의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기업이 책임을 저버리려 한다면, 행정은 이를 조율하고 지키는 최종 책임자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회발전특구는 단순한 기업 투자유치가 아니라, 지역과의 약속이고 경남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라며 “1호 사업자라는 상징성, 다른 특구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더 적극적으로 매각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구 지정 취소에 대해선 “고성군민이나 도민들이 더 불안해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도민과 군민이 바라는 방향에 입각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해 달라”고 당부했다.
SK오션플랜트 고성 사업장. 부산일보DB SK오션플랜트는 SK(주)→SK에코플랜트(63.2%)→SK오션플랜트(37.6%)로 이어지는 SK그룹 손자회사다.
2022년 SK에코플랜트가 옛 삼강앰엔티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 이듬해 SK오션플랜트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설 인프라 그리고 탄탄한 수주 경쟁력을 갖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SK그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 집중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에 나서면서 SK오션플랜트가 매각 대상에 올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역 사회 저항은 예상보다 강하다.
고성에서는 지난달 22일 시민·상공계·기관단체·학계가 연대한 ‘SK오션플랜트 매각 결사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대책위는 대규모 집회와 서명운동을 통해 매각 저지 운동에 사활을 걸고 있다.
부울경포럼, 지역 상공회의소, 경제인연합회 등 동남권 상공계도 매각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며 힘을 싣고 있다.
매각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앞서 디오션자산운용, 오성첨단소재, 노앤파트너스가 참여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했다.
예상 매각가는 4700억 원 상당으로 하나은행이 1500억 원을 선순위 인수금융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10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던 노앤파트너스가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면서 협상 타결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SK오션플랜트는 디오션컨소시엄과의 우선협상 기간을 4주 연장했다.
이를 두고 매각 추진이 사실상 벽에 부딪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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