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 선정 의미와 기대 효과
특구에 ‘강서 스마트그리드’
국내 최대 에너지저장장치 조성
심야 시간 값싼 전기 충전해 사용
서부산 지역 에너지 자립도 향상
AI 비롯 첨단산업 유치에 큰 힘
부산이 5일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되면서 반도체·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유치에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와 그린데이터센터 집적단지 일대. 김경현 기자 view@
부산 강서구 일대가 국내 최초 ‘분산에너지 특구’로 지정되면서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구조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이 가능해졌다.
부산시는 특구 내에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를 중심으로 통합 에너지 플랫폼을 구축해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재생에너지 100%(RE100) 산업단지 조성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센터 5개분 전력 저장 가능
5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에너지위원회가 발표한 분산에너지 특구는 지난해 6월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전력 시장을 거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생산한 전기를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구역을 말한다.
부산시는 지난 4월 사업을 신청해 5월 최종 후보지인 7개 지자체 7개 사업에 포함됐고, 이번에 전남, 경기, 제주와 함께 최종 지정됐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산은 다른 시도에 비해 전력 자립도가 높지만, 서부산에 산업단지가, 동부산에 발전시설이 집중돼 도시 내 전력 수급 불균형과 공급 불안정이 지속돼 왔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부산형 분산에너지 특구는 도시 전체의 에너지 효율성과 자립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분산에너지 특구에서는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지역 내에서 생산한 전기를 직접 거래할 수 있다.
특구에 조성되는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심야 시간에 저렴한 전기를 충전했다가 낮에 쓸 수 있다.
태양광이나 수소 연료 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경우 수요 대비 발전량이 많으면 전력 계통의 안정화를 위해 출력을 강제로 제한하는데, ESS는 이렇게 제한되는 전력도 저장해서 활용할 수 있다.
이번에 지정된 특구는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명지지구, 6개 산업단지(명지녹산, 미음, 신호, 화전, 생곡, 국제물류도시) 총 49.9㎢(1511만 평) 규모다.
부산시는 여기에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민간자본 2094억 원을 투입해 ‘강서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한다.
‘강서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은 에코델타시티 열원부지의 ESS 팜으로, 규제 특례를 적용받는 국내 최대 수준의 상업용 저장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다.
ESS는 2027년까지 250MWh, 2030년까지 500MWh 전력 저장이 가능한 규모로 조성된다.
500MWh은 약 4만 2000세대의 하루 사용량이자 첨단 데이터센터 5개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AI 시대 에너지 공급=도시 경쟁력
부산시는 강서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되면 기업의 전기요금과 설비 투자비를 줄이고,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기반 산업 등 ESS가 필요한 첨단산업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 도시를 실현하고 RE100 산업단지 조성의 기반도 다진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ESS 구독 모델을 도입해 기업들이 별도의 부담 없이 에너지 저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기업당 최대 8%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와 UPS, 즉 무정전 전력 공급 기반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부산 전체로는 연간 157억 원의 전기 요금, 약 2500억 원의 기업 설비 투자비 절감이 예상되고, 출력 제한 완화로 인한 절약 효과도 연간 44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특구 지정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산업 입지 경쟁력을 확보하고 탄소중립 기반을 마련해 부산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박 시장은 “오늘날과 같은 AI 시대에는 누가 더 싸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가가 도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면서 “이번 특구 지정을 지속 가능한 친환경 도시이자 첨단산업 중심 도시, 에너지 자립 도시로 나아가는 결정적인 계기로 삼고 기후 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확보라는 두 목표를 함께 실현해 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강서구 일대에 수소혼소 발전소, 열병합 발전소,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 다양한 에너지원 기반을 이미 마련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등 에너지 수요가 높은 기업들도 다수 유치한 상태다.
가덕신공항과 부산항을 갖춘 트라이포트 물류망과 편리한 정주 여건, 국내 해저광케이블의 90%가 몰려있는 지리적 입지도 ESS를 중심으로 에너지 신산업을 배치하고 확장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AI 시대 도시 경쟁력 좌우할 싸고 안정적인 전력 기반 구축 [분산에너지 특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