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개최에서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경북과 경주가 단순히 장소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전환의 무대'로서 전략적 의미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주는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로서 역사와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고, 경북도는 그 주변 지역을 포함해 산업·수송·관광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경북도는 APEC 기간을 맞아 경주→포항→영천을 잇는 '글로벌 산업벨트' 구상을 발표했다.
또한 APEC 정상회의에서는 'AI 주도 경제'가 핵심 세션으로 다뤄졌고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CEO 서밋에서는 "AI 경제의 심장은 데이터센터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북·경주는 국내의 수도권 중심 구조를 넘어 '비수도권에서의 국제회의 도시화'와 '디지털·문화 융합 도시로의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은 채 움직이고 있다.
즉, 경북·경주는 APEC을 통해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지역도 세계적 이벤트를 유치해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었고, 또한 국내 균형발전 측면에서 비수도권이 단순히 수혜지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점에서 경북·경주가 APEC 성공 개최에서 단순히 배경이 아닌 핵심 무대이자 변곡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역시 중요한 것은 '현장 여론'이다.
준비 주체가 아무리 갖춰도, 지역 주민과 시민들이 체감하고 만족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다행히 최근 조사에 따르면 경주시민 APEC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았다.
에이스리서치가 경주시의 의뢰를 받아 지난 8월 4~11일 실시한 조사(경주시민 1008명 대인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기타 자세한 사항은 경주시 보도자료에서 확인 가능)에서 'APEC 정상회의 유치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92.1%,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이 92.4%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역 내부의 높은 체감도와 기대감은 경주가 APEC 개최 장소로서 긍정적인 '지역 동원력'을 확보했다는 증거가 된다.
그만큼 국제 행사가 지역 발전에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로 이해된다.
여론과 기대감 외에도 '실제 준비'와 '인프라 구축' 측면에서 경북과 경주는 상당한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단지 행사 장소 제공에 그치지 않고, 행사의 안정성과 품격을 확보하는 주체로 나섰다.
예컨대, 경북도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풍수해·지진·다중운집 인파 등 모든 자연재난 및 안전요인을 사전 점검해 인파안전관리 특별대책기간을 운영했다.
또한, 경주는 문화유산 도시로서의 브랜드를 APEC에 접목하려는 전략을 펼쳤다.
그저 황남빵에 그치지 않았다.
경주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지역 브랜드의 세계화와 문화외교의 장으로서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회의 의제에서도 경주는 'AI 인프라' 논의의 무대가 됐고,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전략이 논의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경북·경주는 회의 개최 준비와 의제 설정, 지역 홍보 및 인프라 확보까지 전방위적으로 움직였고, 이 점이 APEC 성공 개최에서 '현장 실행력'의 핵심 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장소를 경주로 택한 것은 상징성과 전략 모두를 담고 있다.
한국이 지역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국제협력과 지역발전을 함께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경북과 경주는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단순 개최지 역할을 넘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비수도권 가능성을 보여주는 무대, 지역발전과 국제협력이 만나는 접점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여론조사상 경주시민의 기대와 만족도가 높다는 점은 이 역할이 지역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인식됐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제는 '행사 이후 전략'이 중요하며, 경북·경주가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 경로를 확보하느냐가 남은 숙제다.
이번 APEC이 경북·경주에게 단지 하루의 행사였던 것이 아니라 향후 수년간의 성장 스토리로 연결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훨씬 크다.
앞으로도 지역 여론과 데이터를 계속 주시하면서 이 변화가 어떻게 실현되는지 지켜볼 일이다.
배종찬 소장(인사이트케이)
배종찬
경북·경주 아니었다면 성공 힘들었을 APEC